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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드 드라이브, 뉴 렉서스 ES 300h

자극적인 맛은 쉽게 질린다. 스포츠카를 오래 타기 힘든 이유다. 스포츠카에 비하면 렉서스 ES는 하염없이 순하다. 맛으로 비유하면 하염없이 담백한 맛이다. 쉽게 질리지도 않고, 오래 탈수록 매력적이다. 새로운 ES라고 다를 게 없었다. 열등한 유전자만 조작해 완성도를 더 높였다. 신형 렉서스 ES의 필승 전략이다.

ES 300h의 화사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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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ES는 화살촉처럼 빛나는 주간주행등을 달고, 헤드램프는 LED 타입으로 바꾸면서 변화를 가졌다. 렉서스 고유의 스핀들 그릴은 더 과감하다. 사이즈는 늘리고 위치까지 수정했으니 보다 이상적인 비율은 당연하다. 테일램프는 보다 명확한 ‘L’자 형태를 품었다. 현재 렉서스도 그렇고 향후 렉서스가 추구하는 패밀리룩의 빠지지 않는 디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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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렉서스 모델에 비하면 그 변화가 소박한 수준이다. ES는 그런 존재다. 자극적인 변화는 지양하고 익숙하며 친절하다. 덕분에 복잡한 캐릭터 라인이나 부담스런 마스크는 찾아 볼 수 없다. 처음 마주쳐도 낯익은 ES가 틀림없었다.

ES 특유의 마일드 드라이브

4 PowerPoint 프레젠테이션

시승은 서울 잠실부터 경기도 가평까지 약 130km를 달리는 코스다. 준비된 시승차는 ES 300h로 모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품고 있다. ES의 하이브리드 비율은 실로 압도적이다. V6 엔진 대신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80%를 육박하기 때문이다. ES 300h는 정숙성과 연비를 동시에 붙잡는다. 디젤은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다그 어떤 불편한 진동도 소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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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는 부지런하게 힘을 쌓아 가속하는 타입. 지나친 욕심만 없으면 답답한 기운 없이 속도를 올린다. 애초에 스포츠 세단과는 거리가 멀다. 끝까지 밟아도 호탕한 가속 대신 부드러운 출력 전개가 특징이다. 확실한 컨셉만큼이나 호불호는 분명하게 나뉠 것이다. 모자란 부분은 드라이빙 모드 셀렉터로 부족함을 채운다. 연료를 아낄 때는 에코, 달리고 싶을 때는 스포츠 모드로 고삐를 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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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서 가장 바쁜 건 엔진이 아니라 사실 서스펜션이다. 신형 ES는 쇽업소버의 최적화로 보다 훌륭한 NVH 성능과 핸들링을 향상시켰다. 게다가 섀시 강성은 더 높아졌다. 구조용 접착제로 섀시의 접합 부위를 더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차감 만큼은 그 어떤 세단이 부럽지 않다. 울퉁불퉁한 도로 표면을 지나도 실내는 평화로울 뿐이다. 속도를 높여도 변덕이 없다. 하지만 충격이 커지면 복원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승차감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한계는 빨리 다가온다.

뜻밖의 리어 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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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혜택도 있었다. 이번엔 운전석이 아니라 리어 시트다. 신형 ES VIP 의전 차량으로 사용해도 손색 없을 정도였다. 보조석 시트를 앞으로 밀고, 센터 암레스트를 내리면 보다 본격적인 쇼퍼드리븐처럼 광활한 실내가 펼쳐진다. 암레스트 컨트롤러로 에어컨은 물론 오디오와 히팅 시트까지 조절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헤드룸이나 레그룸 모두 완벽하게 보장한다. 이미 패밀리 세단의 범주를 넘어선 배려다.

렉서스 ES 300h ≠ 토요타 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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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만 언급하면 캠리가 따라 나온다. 플랫폼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저평가되기 일쑤였다. 토요타 캠리는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렉서스 ES는 사치스런 가격이라고 말한다. 단단히 시대착오적인 평가다. 플랫폼 공유는 이미 유행을 넘어 필수 공정이 되었다. 폭스바겐 골프가 아우디 A3가 되는 세상이다. 렉서스 ES야말로 브랜드 이분법을 성공적으로 실행한 교보재 같은 모델이다.

글/ GEARBAX.COM 김장원 bejangwon@gearba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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