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아키바에서 선보인 ‘가정부의 숨결을 지구 반대편에 전달하는 장치’

이 정도면 과학 기술을 넘어 용기 그 자체다

지난 8월 23일과 24일, 우리의 아키바에서는 ‘아키바 다이스키!(아키하바라 완전 좋아!)’ 페스티벌이 개최되었다. 반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로 생각보다 자주 열려 희소가치 따윈 없는 괴상한 것들이 판치는 소위 ‘병맛’ 행사다. 아키바라면 전자제품의 거리, 애니메이션의 거리, 아이돌의 거리 등 다양한 이름이 붙지만, 모두 예상하듯 역시 ‘오타쿠’, 혹은 ‘병맛’의 거리로도 유명한 곳이다.

한국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건프라나 헤드폰과 이어폰 등 음향 기기를 할인 판매하고 다양한 피규어를 전시하는 등 의외로 멀쩡한 이벤트도 많다. 하지만 오늘은 그 가운데서도 탄생의 의미조차 의심되는 당황스러운 물건 하나를 소개한다. ‘가정부의 숨결을 지구 반대편에 전달하는 장치’. 제목이 뭐냐고 묻지 마시라. 이게 제품 이름이다. 도대체 왜 가정부인지 궁금하지만 우선은 제품부터 살펴보자.

‘일본 안드로이드회 아키하바라 지부 액세서리부서’에서 발표한 이 제품은 마치 뿔소라를 닮은 모습으로, 숨결을 불어넣는 쪽에서 한숨을 불어넣으면 해당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 수신측의 팬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송신측과 수신측의 시간차를 줄이기 위해서 WebRTC라는 기술을 이용한다. 웹 브라우저 간에 특별한 플러그인의 도움없이 통신할 수 있도록 설계된 API를 말한다. 주로 음성 통화, 영상 통화 등에 활용된다고 한다.

이날 발표를 진행한 ‘오사카 야스히로’는 이런 기술을 쓰는 이유로 ‘WebRTC를 이용하는 것으로 숨결을 전달하는 레이턴시를 낮추고, 메이드(가정부)의 숨결 뿐 아니라 영상과 음성까지 함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 전했다. 이런 이야기를 어찌 이렇게 진지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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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이들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질텐데, 조금 더 살펴보면 단순히 괴짜 인생을 탐구하는 그룹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안드로이드회는 지난 2012년부터 최신 IT 기술을 약간 이질적이고 이상한 방법으로 세상에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가정부를 터치 나우’라는 이름의 NFC 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2014년에는 ‘돌아왔다 가정부에 터치 나우’로 비콘 기술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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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IoT는 우리와 친숙한 기술로, 누구나 당장 쓸 수 있는 편리함’이라며 ‘메이드를 테마로 우리의 생각을 추진할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친숙함을 무기로 삼아 메이드 옷을 입은 아가씨들이 배터리 없이 빛을 낼 수 있는 LED 조명이나 수제 NFC 태그를 만드는 워크숍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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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자신들을 깍아가며 최신 IT 기술을 전파하는 영웅들이라 보긴 조금 어렵다. 가령 NFC 태그를 이용해 자주 찾는 웹사이트를 등록해 시간을 단축하거나, 관리 시스템의 프로세스를 등록해 직장이나 생활의 효율화를 목표로 한다면서도, 메이드 가슴에 달린 이름표에 NFC를 넣어 그녀들의 트위터를 자동으로 팔로우하게 만들거나, 등록한 메이드에게 직접 음료와 음식을 주문하는 등, 메이드들과 거리를 단축시킬 수 있을 거라는 목표도 함께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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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전에도 말했지 않은가. ‘매우 진지한 병맛은 왠지 욕하기도 어렵다’고 말이다.

글/ 테크G 김상오 shougo.kim@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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