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34회 – 창의성 협업을 실천하는 기업, 아이데오(IDEO) (3)

2일차

전날 모은 정보와 경험들로 각자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말하고 공유하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시작. 이것은 개인이 가진 아이디어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모임인데, 여기에 ‘딥 다이브’를 접목했다. 넓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매장 내에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안전 문제라든지, 카트가 분실되는 것, 무거운 집을 싣고 매장 여기저기를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 아이들이 카트에 앉아 몸을 흔들고 손으로 높은 선반에 있는 물건들을 만질 때의 위험 등등이 제기되었다.

전날 수립한 세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는 작업 개시. 회의실의 벽에 브레인스토밍의 기본 원칙을 기록하고, 많은 매직펜과 함께 커다란 포스트 잇 메모지를 펼쳤다. 오전 11시. 많은 아이디어들이 벽을 잔뜩 메웠고 팀원들은 멋진 아이디어를 뽑기 위해 투표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너무 파격적이어서도 곤란했다. 이틀 안에 제품을 만들어야 하니까 말이다. 모두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디어에 밝은 색의 포스트 잇 메모지를 붙였다.

또한 지금의 카트에 무슨 문제가 있고, 그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지, 심층토론을 통해서 핵심이 되는 문제와 원인을 찾았다.

점심으로 피자를 먹으면서 팀장들은 새 카트의 콘셉트와 아이디어에 대한 그룹의 투표 상황을 다시 살펴보고, 어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제품을 만들지 결정했다. 문제는 시간이라 주저할 틈이 없었다. 팀장들은 의사 결정이 지체되면 아무리 신속한 개발 팀일지라도 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점심 식사가 끝나기 전까지 앞으로의 계획이 나와야 했다.

구성원이 많다보니 한꺼번에 여럿이 아이디어를 말하면 혼란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이를 통제, 관리하고 목표를 향해 토론이 나아갈 수 있도록 ‘프로젝트 리더(PL)’로 불리는 사람이 선정된다. PL은 종을 가지고 있어서 팀원에게 발언권을 줄 때는 이 종을 울린다. 무수히 쏟아지는 아이디어들은 빠짐없이 화이트보드에 게시되어 모두가 공유한다. 의견을 모은 다음에는 전원이 투표에 참가하여 최상의 아이디어를 선별한다. 국내 기업들이 진행하는 회의처럼 리더가 발언권이나 투표권을 장악하지 않고, PL은 단지 회의가 목표를 행해 일정을 맞추어 매끄럽고 자유롭게 진행되도록 보조 역할만 할 뿐, 의사 발언에 개입하거나 판단하거나 어떤 아이디어에 힘을 실어주는 등의 행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즉, 구성원들 스스로 팀워크와 자발성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돕는 역할만 수행한다. 이런 역할을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이라 하면 구성원이 발언이나 아이디어를 말로 설명하면 서기 역할을 하는 사람이 화이트보드에 기록하는 것을 말하는데, 아이데오의 브레인스토밍은 브레인라이팅(brainwriting;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말로 하는 것이 아니고, 포스트잇에 글씨로 써서 제출하는 기법으로 뒤에서 상세히 다룬다)도 가미해서 사용한다. 오히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글로 써내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그래서 화이트보드에는 천연 색의 포스트잇이 가득 붙여지는 것.

충분한 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통해 모은 아이디어를 4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쇼핑 편의성, 이동 안전성, 계산 편리성, 그리고 원하는 물건을 쉽게 찾는 용이성, 이렇게 카트가 갖추어야 하는 중요한 기능들이 바로 그 범주였다. 이 4개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아이디어들과 함께 팀을 나누었다. 곧 해당 카테고리에 속한 사람들끼리 프로토타입(prototype; 정식으로 시장에 출시할 제품을 만들기 전에 성능이나 디자인을 확인하기 위해 임시로 만드는 것)을 만들기 위한 회의에 돌입했고, 3시간이 주어졌다.

(다음 회에 계속됨)

글/ 크리에잇티브 jaiwsh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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