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맞춤 슈트를 하기 전 꼭 우리가 숙지하고 있어야 할 점

결혼식 때 처음 한 벌 맞추시는 분, 옷장에만 100벌 이상 되시는 분들까지. 옷에 대한 다양한 기준이 존재합니다. 이러다 보니, 제작자들의 일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주문자의 입맛을 통일하고 리드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취향과 고유기술을 믹스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여러분들이 맞춤복을 맞추기 전 숙지하고 있어야 할 과정과 주목해야 할 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로 슈트의 컬러입니다. 남성들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간략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슈트를 오직 한 벌만 가질 수 있다면.  반드시 ‘차콜 그레이(진회색)’여야 합니다. 두 벌을 가질 수 있다면, 여기에 ‘네이비(감색)’를 더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행히 세 벌을 가질 수 있다면, ‘라이트 그레이’를 추가하면 됩니다. ‘차콜 그레이’와 ‘라이트 그레이’ 슈트는 출근길이나 특별한 상황에도 모두 적합합니다. ‘네이비’ 슈트는 격식을 갖춘 느낌을 줍니다. 결혼식 등의 행사에서 착용하면 좋습니다. 강한 신뢰감을 주는 색깔이라서,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 입기에 알맞습니다. ‘설득할 때는 네이비 슈트’라는 공식만 알아도 비즈니스의 절반은 성공이라는 말까지 있으니까요. 이 세 가지 컬러를 모두 갖췄다면, 이제는 브라운계열 슈트를 선택할 차례입니다. 브라운 슈트는 데이트 때 스타일리시하게 보이도록 해 줍니다. 그만큼 실용성은 적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좋습니다. 다양한 옷을 경험한 소위 ‘멋쟁이’라는 분들은,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본인의 스타일 안에서 세부적으로 다양한 변주를 해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남성분들은 여성복과 접근해야 합니다. 다양하고 생소한 컬러보다는, 그레이, 네이비, 브라운 이 세 가지 컬러에 주목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본인에게 잘 어울릴지 인지하고, 진정성 있게 해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슈트의 디테일입니다. 정장을 입은 남성이 들을 수 있는 찬사는, “슈트가 비싸 보이네.” 대신 “오늘 정말 멋진데!”입니다.인물이 아닌 옷에만 시선이 가면 안 됩니다. 남성의 슈트는 애초부터 화려할 필요가 없는 복식입니다. 그러므로 화려한 슈트를 찾지 말고, 착용자 본인이 돋보이도록 적당한 밸런스와 디테일을 선택해야 합니다. 근사한 멋을 연출하는 훈련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분별하게 많은 정장보다, 디테일을 찾는 내공이 필요합니다. 키가 작은 분들은 라펠의 고지선을 최대한 높임으로써 훤칠한 실루엣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라펠의 넓이를 넓히면 얼굴을 좀 더 작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칼럼에도 언급한 부분이지만, 라펠의 디테일도 중요합니다. 잘 만들어진 라펠이란, 자연스럽게 펄럭이며 몸에 평평하게 재봉 된 것이 특징입니다. 볼륨감이 있어 바람이 불면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듯 자연스러운 라펠. 그 점을 놓치지 않고 확인해야 합니다. 슈트 디테일에 마지막으로 언급할 부분은 소매의 리얼버튼 홀입니다. 물론 실제로 버튼이 풀리도록 리얼버튼이어야 합니다. 버튼 홀의 매듭이 핸드메이드로 제작되어 있으면 금상첨화이지만 머신메이드의 버튼 홀이라도 깔끔하게 마무리되어있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슈트의 비용에 따라 이러한 디테일이 적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슈트에서 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슈트에 대해서만큼은 투자 개념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싼 게 비지떡’,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말을 명심하십시오.

마지막으로 실루엣에 대한 탐구입니다. 슈트를 착용하였을 때, 가장 비주얼을 압도하는 것은 착용 실루엣입니다. 맞춤복의 경우, 옷을 만들어주는 테일러에게 이러한 실루엣을 모두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옷이 완성되고 나면 ‘본인이 상상한 실루엣’과 어긋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므로 맞춤복을 하기 전에는, 본인이 생각하는 명확한 실루엣을 선정해야 합니다. 상의의 총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품은 여유 있게 할 것인지, 아니면 슬림하게 할 것인지, 팬츠의 밑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말이죠. 이러한 부분을 테일러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명으로 부족하다면, 사진을 함께 보면서 상상하는 실루엣을 함께 그려보는 것이 좋습니다.입체적인 실루엣을 다시 한 번 체크하고 수정하기 위해 가봉 작업이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필자는 본인의 슈트를 맞출 때, 시즌마다 선호하는 슈트의 실루엣(패턴)을 명확히 정해 놓습니다. 어깨 패드가 없고, 움직였을 때 자연스럽게 몸과 재킷에 여유 있게 공간을 유지하다가, 정지해 있을 때는 밀착되는 슈트. 즉, 움직임과 편안함을 고려한 슈트들을 작년까지 선호했습니다. 다가오는 올해 가을 시즌에는, 어깨선과 가슴 품의 틀이 각이 살아있어 우아한 영국식 슈트 패턴으로 제작해보려 합니다. 적당한 어깨 패드와 와이드한 라펠에, 고지선이 위로 많이 올라가 있고, 첫 번째 단추에서 하동(상의 밑 부위)으로 내려오는 라인이 유선형으로 많이 굴려져 있는 드레시한 느낌을 선택할 것입니다. 갑옷을 입은 것 같은 불편함은 싫기 때문입니다.

저만의 원칙과 실루엣을 명확하게 그렸습니다. 제가 선택한 상상의 실루엣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껏 맞춰 온 맞춤복에 대한 시행착오’와 ‘새로운 실루엣에 대한 도전’. 두 가지입니다. 그래서 매번 똑같은 치수와 실루엣보다는, 체중과 체형의 변화와 함께 변화하는 맞춤복에 접하면서, 그 매력을 연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 명확한 상상의 실루엣을 바탕으로, 우리는 고전에 머물러 있는 클래식 복식의 장르를 탈피합니다. 지금 현시점의 트렌드가 반영된 가장 피드백을 활발하게 주고, 호흡할 수 있는 소통 가치가 있는 맞춤복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클래식하다’라는 말은, 자칫 ‘지루하다’ 거나 ‘무난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오래되 보이고 기본적인 것이 클래식한 것이다’라는 위험한 발상이 종종 왜곡된 스타일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잠깐의 관심으로 남을 따라 하는 것이 ‘클래식 복식’이라고 잘못 생각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정말 오리무중입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한 관심과 실행과 경험이 동반하지 않으면 자연스러운 멋은 가질 수 없습니다. 첫 맞춤복은 50%가 실패한다고 합니다. 스스로 옷을 이해하고 알아야, 테일러나 디자이너에게 끊임없이 요구할 수 있습니다. 피드백이 잦을수록 훌륭한 옷이 탄생할 가능성은 커지는 것입니다. 석고를 부어 만들어 내는 옷이 아니기에, 끊임없이 소통하여 이상에 가까운 옷을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멋지게 스타일링하고 자연스럽게 내 생활에 투영하는 것. 그 노력이 바로 진정한 ‘멋’이자 ‘클래식 복식의 가치’입니다.

글/ 샘이스브라더스 박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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