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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 품고 욕심 덜 채운 2세대 샤오미 Mi 라우터

공유기와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저장장치(이하 NAS)를 한 몸에 담겠다는 샤오미의 아이디어는 결코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어차피 지금도 공유기에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USB로 연결해서 네트워크 저장장치로 활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으니까. 단지 두 장치를 따로 쓰는 것보다 하나로 쓰면 몇 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가장 좋은 점은 관리가 편하다는 것. 공간이나 전원 공급 등 여러 부분의 이점이 있다.

확실히 2세대 Mi 라우터를 쓰니 먼저 그 이점부터 눈에 들어온다. 공유기와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따로 두는 것에 비하면 더 많은 공간을 잡아 먹지도 않고 전원 케이블도 하나만 쓰니 여러 모로 효율적이다. 하드디스크를 품은 터라 조금 두터울 수밖에 없지만, 크게 흠잡을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집안 어디에 두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깨끗하고 그럴싸한 모양새 만큼은 칭찬해줄 만하다.

↑샤오미 2세대 mi 라우터. 만듦새 하나 만큼은 깔끔하다

그러나 2세대 Mi 라우터의 멋진 만듦새가 달콤한 향기를 내뿜으며 역시 샤오미의 대단한 제품처럼 보이도록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것과 반대로 실제 이 제품을 우리나라에서 쓰는 현실은 다르다. 1세대든 2세대든 Mi 라우터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기에 처음부터 우리나라에서 적응하기 힘들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렵게 만든 걸림돌이 몇 가지 있다.

이야기는 2세대 Mi 라우터의 설정부터 시작된다. Mi 라우터의 시작은 여느 공유기를 쓰는 것과 조금 다르다. 첫 설정은 모바일을 거친다. 포장재에 있는 QR 코드를 읽어 접속한 웹사이트-구글 플레이가 아니다-에서 앱을 내려받아 스마트폰에 설치한 다음, 공유기의 무선 랜을 잡고 앱을 실행해 공유기의 비밀번호와 인터넷 연결 방식만 잡으면 끝난다. 데스크톱 프로그램을 깔거나 주소창에 공유기 주소를 넣어 웹 프로그램을 열지 않아도 된다. 첫 설정은 아주 깔끔하게 끝난다.

↑QR코드를 읽으면 곧바로 인터넷에서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Mi 라우터의 앱 구조는 단순해 보이는 데도 쓰기 어렵다. 이유는 메뉴 구조 때문이 아니다. 언어 때문이다. 모든 메뉴와 설명이 한자로 표기되는 탓이다. 다른 언어로 바꾸는 설정도 없다. 무조건 한자의 뜻을 알아야만 재주를 다룰 수 있다. 공유기의 설정을 바꾸고 플러그인을 추가해 재주를 늘리는 일도 중국어를 모르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실로 오랜 만에 화면을 가득 채운 한자 뭉치에 머리가 멍해진다. 어찌됐든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무사히 인터넷이 작동하도록 설정을 끝내긴 했지만, 아주 기본적인 설정 이외의 것들은 다른 언어로 앱을 내놓을 때까지 일단 무시하고 쓰는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인터넷이라도 되니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무선 랜 성능을 먼저 살폈다. 몇 곳에서 품질을 측정한 성적표를 보니 가정에서 쓰기에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벽 하나를 두고 측정한 품질은 제법 올리고 내릴 때의 품질 모두 제법 안정적이고 효율도 좋다. 하지만 벽 두개를 거치니 다운로드보다 업로드 결과가 조금 불안하고, 네트워크 성능이 떨어지는 모바일 제품의 신호 품질도 조금은 떨어진다. 두 신호를 동시에 보내고 받는 두 개의 기판 안테나에 은근히 기대를 걸었으나 안테나의 형식 만으로 더 좋은 품질을 내는 것은 아니다.

↑샤오미의 기본 앱. 한자를 모르면 쓰기 어렵다. 국내 샤오미 커뮤니티에 한글 번역본이 있기는 하다

무선 랜과 달리 유선은 좀 불안하다. 성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가끔 같은 망에 물려 있는 다른 네트워크 저장 장치를 잡아 먹는 일이 벌어진다. 2세대 Mi 라우터를 쓸 때만 일부 네트워크 장치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Mi 라우터를 끄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던 장치들이 멀쩡히 돌아온다. 그야말로 기묘하다.

기본은 하는 무선 랜에 비해 NAS 기능은 보기에 따라서 괜찮다 싶은 점도 있고 아닌 점도 있다. 괜찮은 점은 그냥 네트워크에 있는 장치가 잘 알아채는 네트워크 저장장치 역할 정도다. 저장 공간은 1TB 정도. 발열 걱정은 하지 않도록 대책을 잘 세웠다. 문제는 욕심을 채우는 재주가 썩 많은 편은 아니라는 것. NAS의 폴더 관리를 스마트폰에서 하는 것은 그렇다해도 NAS에 저장된 데이터를 외부의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재주는 별로다. 한 명의 관리자를 추가할 수 있지만, 단순히 NAS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이 장치의 설정을 모두 바꿀 전체 권한까지 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공유가 어렵다. Mi 미니 라우터에 있다고 하는 VPN도 2세대 Mi 라우터에서 찾아볼 수 없다. 수많은 플러그인이 있지만, 정말 쓸만한 게 뭔지를 모르겠다. 내부 저장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반면 외부 공유나 고가의 NAS에 흔한 재주가 없는 것은 안타깝다.

↑샤오미 공유기는 샤오미 IoT 장치를 제어하기 위한 중추를 맡고 있어 중요하다

샤오미는 이 공유기에 한 가지 재주를 더 넣기는 했다. 샤오미의 IoT 장치를 제어하는 허브 역할을 맡겼다. 물론 IoT 제품들이 없어도 Mi 라우터는 그 나름대로 평가받을 만한 능력이 있다. 펌웨어나 앱 업데이트도 한방에 해결해 편하다. 다만 문제는 욕심이다. 사실 보편적인 유무선 성능에 저장 장치로 쓰려는 정도면 Mi 라우터의 아이디어는 괜찮다. 단지 기능이나 성능에 좀더 욕심을 내다보면 Mi 라우터의 빈틈을 너무 많이 찾아내게 될 뿐이다. 더구나 버그나 충돌도 적지 않다. 언어도 걸림돌이다. 2세대 Mi 라우터 가격은 699RMB(1TB 기준, 원화 환산 13만원). 이 가격에 모든 욕심을 채우길 바란다는 게 욕심일지도 모른다.

글/ 테크G 최필식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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