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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미친 존재감’, 믿고 보는 하위타선

박건우-정진호-김재호. 사진 = MK스포츠

(29일 승리를 이끈 3인방, 박건우-정진호-김재호. 사진=MK스포츠)

 

두산은 비교적 중심타선이 강하지 않은 팀이다. 쉽게 말하면 힘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물론 김현수, 김동주, 최준석 등이 이끌었던 2000년대 후반과 두산의 세 번째 우승을 이끈 우동수 트리오도 있었지만 올시즌 NC의 '나이테 트리오'나 넥센의 'LPG 타선'만큼 위력적이진 않다. 그런 두산 타선을 이끄는 숨은 일등공신은 단연 하위 타선이다.

 

29일 한화와 정규시즌 9차전에서 5회말 2사 이후에만 대거 6득점을 뽑아내며 8-2 승리를 거뒀다. 선발로 나선 유희관은 시즌 13승째를 챙기며 다승 부분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타자들 대부분의 컨디션이 전날보다 좋았던 게 고무적이다. 특히 하위타선의 활약은 팀의 분위기 반전에 이어 승리까지 연결되는 데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 날 2군에서 콜업된 정진호가 곧바로 선발라인업에 합류하면서 7번 최주환-8번 정진호-9번 김재호 순으로 하위 타선이 구성됐다. 정수빈이 피로 누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가운데 '주장' 오재원의 체력 안배 차원으로 지난주보다 타선에 변화가 많았다. 백업 멤버가 탄탄한 두산이라도 기동력을 살릴 수 있는 두 선수의 공백은 크게 느껴질 법도 했다.

 

그러나 우려를 불식시킨 건 5회말 2사, 정진호의 홈런포였다. 상대 선발 배영수에게 노히트로 끌려가면서 한 점 차 리드를 당하던 두산으로선 안타 한 개가 절실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정진호는 배영수의 몸쪽 공을 그대로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복귀 첫 날 '대형사고'를 친 셈이다.

 

이 한 방으로 팀의 첫 안타 신고는 물론이고 스코어에 균형을 맞췄다. 한껏 분위기가 오른 두산은 후속타자 김재호가 2구째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작렬해 백투백 홈런(두 타자 연속 홈런)을 쏘아올렸다. 순식간에 홈런 두 방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상대 선발 배영수를 완전히 흔들었다.

 

하위 타선에서 시작된 좋은 분위기는 곧 상위 타선으로도 이어졌다. 로메로와 오재일의 적시타를 포함해 4득점을 추가하며 이닝 마감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놓고 6득점을 뽑는 응집력을 발휘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착잡함을 숨길 수 없었고,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된 민병헌을 대신해 투입된 박건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6회말 1사 주자없는 가운데 박성호의 5구째를 그대로 잡아당겼고,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했다. 이 날 경기 팀의 세 번째 홈런을 장식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정수빈이 자리를 비웠어도 크게 걱정되지 않는 이유를 본인이 직접 증명했다.

(두산 허경민. 사진=MK스포츠)

이 날 경기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외국인타자 없이 시즌을 치른 5월과 로메로의 적응기였던 6월 두 달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도 하위 타선에서 비롯됐다. 커리어 하이 시즌은 물론이고 생애 첫 GG 수상까지 노리는 김재호와 더불어 3루와 유격수를 오가며 분전한 허경민이 그 주역이다.

 

허경민의 경우 워낙 컨디션이 좋다보니 최근엔 민병헌과 함께 테이블세터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타순을 변경해도 활약은 여전하다. 2번 타순으로 출장 시 47타수 16안타 5타점, 타율은 3할4푼으로 굉장히 준수하다. 7번으로 출장 시엔 타율이 무려 4할2푼9리였고 8번(.268)과 9번(.308)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후반기 두산의 희망적인 요소로 떠오른 것은 하위 타선에 배치된 백업 멤버들의 활약이다. 오재일, 박건우, 정진호 이 세 선수 모두 복귀 이후 처음으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을 때 하위 타선에 배치됐고 좋은 결과를 낳았다.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오재일은 타순 조정에 따라 6번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박건우는 민병헌의 체력 안배를 대비해 리드오프로 출장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이렇게 꾸준히만 해준다면 두산으로선 타선에 대한 고민은 할 이유가 없다. 테이블세터도 나쁘지 않고 김현수-로메로-양의지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는 언제든지 한 방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고, 국내 무대 적응을 완벽히 끝낸 로메로는 매 경기마다 안타 한 개씩을 기록하며 컨디션을 조절중이다. 4번 타자의 부재도 말끔히 해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번부터 이어지는 공포의 하위타선은 두산의 후반기를 이끌어 갈 최고의 무기로 손꼽힌다. 기존 멤버들의 활약에 자극을 받은 백업 멤버들까지 가세하며 팀 내부에서도 소리없는 경쟁이 치열하다. 김태형 감독을 웃게 만든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를 주목해보자.

 

[글쓴이 =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

글/ 유준상 dbwnstkd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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