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화창베이, 중국의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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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심천을 찾은 건 지난 2001년이니 벌써 13년이 지났다. 심천은 지근거리에 홍콩과 마카오를 두고 있다. 심천(深圳)이라는 지명 자체가 강과 호수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주룽반도 북부 선전강 연안을 끼고 있다.

아직도 13년 전 기억에 머물고 있는 심천이지만 이곳은 당시에도 중국 성장을 상징하는 곳이었다. 심천은 사실 32년 전까지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다. 투어가이드 말이 “양어장 밖에 없던 곳”이었다고 한다. 철저한 계획도시이자 인공도시인 것이다.

이곳은 중국에서 가장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된 곳인데 덩샤오핑이 개방정책을 반영한 첫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가인 화창베이(華强北)가 있고 상하이보다 1인당 GDP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 지역이 흥한다는 건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 도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 “돈을 벌려면(비즈니스를 하려면) 광동성에 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는 것이다. 광동성에 위치한 심천은 이런 비즈니스를 위한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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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천은 인구가 1,500만 명에 달하는 거대도시지만 가이드 설명을 들어보니 전체 지형 구조는 부산과 비슷하다고 한다. 사실 지금 우리나라 날씨가 쌀쌀한 편이라 11월 이곳을 찾을 때 어떤 옷을 입는 게 좋을까 고민했지만 이곳의 날씨는 연중 내내 제주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평균 기온은 20∼25도 사이라고 한다.

심천 시내 뿐 아니라 중국에 있는 도시를 버스로 오가다 보면 아파트 같은 곳이나 건물 외벽 쪽에 철창 같은 게 참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치안 문제이거나 혹은 겉치레보다는 실속이 중요하다는 그네들의 사고방식을 반영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건 “집안 재산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일종의 미신” 같은 것이라고 한다. 철창으로 감싸놓으면 부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그런.

앞서 설명했듯 심천은 아무래도 비즈니스, 그 중에서도 IT에 특화된 도시인 만큼 이곳은 주로 IT 관련 업무를 위해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따로 갈만한 곳도 여기에 어울리게 앞서 밝힌 화창베이 같은 곳에서 쇼핑을 즐기는 걸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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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심천에는 로후역이라는 곳에 짝퉁시장도 예전에는 유명했다. 하지만 가이드 말을 들어보니 “요즘엔 단속이 심해져서 예전처럼 패션 브랜드 짝퉁이 그렇게 많지 않아 실망할 것”이란다. 어쨌든 없다는 얘긴 아니지만 예전 명성(?)에 비하면 다소 초라해졌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싶기도 하고.

요즘 주위에서 구입하는 사람이 많은 샤오미의 10,400mAh짜리 보조 배터리를 하나 구입할 생각으로 화창베이를 찾았다. 화창베이에는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 상가가 즐비하다. 막상 이곳을 찾으니 멈추지 않는 중국을 상징이나 하듯 중앙차로에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탓에 좌우 도로를 탁 트인 전망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현재 4호선까지 있는 지하철 노선을 7호선까지 늘린다고 하니 이 젊은 도시의 팽창이 지금도 멈추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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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베이 거리를 걷다보면 삼성전자 같은 국내 브랜드는 물론 요즘 국내 시장에서도 핫한 샤오미나 오포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을 생산하는 브랜드를 내건 ‘휴대폰 가게’가 자주 눈에 띈다.

물론 이곳에서 휴대폰만 파는 건 아니다. 상가를 들어가 보면 층마다 부품이나 PC, 액세서리 등이 자리를 틀고 있다. 한 곳을 들어가 보니 호객행위가 예전 용산을 떠올리게 한다. 재미있는 건 다른 것은 중국말이라 알아들을 수 없지만 손님을 부르는 말이 ‘따거’, 형님이다. 물론 뒤에 올 뜻이야 “여기 좋은 물건 있다”는 정도겠지만 어쨌든 중국에서 따거라는 말 들어보고 싶으면 상가 한 번 가보면 소원을 쉽게 풀겠다 싶다.

상가 자체는 정말 용산과 비슷하다. 다만 가격이 “중국에 왔으니 정말 저렴하게 폭탄 가격에 팔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저렴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또 예전 ‘용산의 법칙’이 그랬듯 제품을 제대로 구입하겠다면 발품은 필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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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로 파는 매장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라면 정품이 아닌 짝퉁도 있다. 길거리를 가다보면 샤오미 제품만 판매하는 매장이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이곳에서 파는 제품이 진짜라는 보장은 없다. 사실 샤오미 이름까지 내건 매장이니 가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69위안에 배터리를 구입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몇 블록 건너편에서 같은 제품을 89위안에 파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모두 짝퉁이었던 것.

나중에 일행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일부러 짝퉁 샤오미 배터리를 찾은 사람도 있었는데 절반 가격인 35위안 정도에 구입했다고 한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흥정이 가능한 곳이 있었는데 30위안까지 흥정을 거는 상인도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로후역 짝퉁시장 같은 곳에서 패션 브랜드의 경우에는 예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지만 화창베이에서 제품을 고를 땐 정품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짝퉁을 속아서 구입할 수도 있는 모양이다.

짝퉁이든 진품이든 화창베이는 넓다. 넓어도 너무 넓다. 이곳에서 쇼핑을 할 생각이라면 먼저 구입해야 할 제품 후보를 찍어놓고 찾아보는 게 좋을 듯싶다.

글/ 트렁크로드 이석원 lswcap@trunkroad.co.kr

트렁크로드

Trunkroad. 간선도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간선도로는 도로망의 기본이다. 중요한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듯 트렁크로드는 여행을 위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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