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모순같은 프리미엄, BMW 액티브 투어러

참 수단이 좋은 BMW다. M 브랜드는 자연 흡기 방식을 버리더니, 이번엔 후륜 구동을 포기했다. 소비자 입맛 따라, 최신 유행 따라, 말 그대로 능수능란하다. BMW 액티브 투어러는 BMW 최초로 앞바퀴 굴림 방식을 채택했다. 장르 조차 퍼포먼스와 거리가 먼 MPV다. 숫자로 만든 네이밍 대신 ‘액티브 투어러’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다. 낯선 BMW 액티브 투어러를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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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부터 달리기와는 거리가 멀다. 액티브 투어러는 섹시한 비율과 뜨거운 성능 대신 실용성 하나만 생각한 MPV다. BMW 뱃지를 달았지만 후륜 구동은 사치였다. 주먹 만한 실내 공간조차 아쉬운 상황에서 고집 부릴 생각은 개발 단계부터 없었나 보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바로 ‘UKL1’ 플랫폼이다. 미니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축적한 BMW의 전륜 구동 노하우는 UKL1 플랫폼에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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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쿠퍼와 BMW 액티브 투어러는 UKL1 플랫폼을 공유한다.]

작은 미니 쿠퍼가 후덕한 액티브 투어러와 같은 플랫폼을 쓴다니, 플랫폼 공유 기술은 점점 유연해진다. 덕분에 BMW의 제작 효율은 디젤 엔진 마냥 알뜰해진 셈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각각 4342mm, 1800mm, 1586mm로 딱 좋은 사이즈에 머물러있다. 경쟁 모델은 정확히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를 지목한다. 항간에는 기아 카렌스를 닮았다고 놀림 받았지만 브랜드 밸류나 완성도를 따지면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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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보나 BMW임에는 틀림없다. 콧구멍처럼 뚫린 키드니 그릴, 선명한 LED 헤드라이트만 보더라도 BMW 패밀리가 확실하다. 하지만 결코 익숙한 실루엣은 아니다. 껑충 올라선 A필러를 시작해 캐빈룸 중심으로 완성된 비율 자체가 아직은 눈에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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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낮은 벨트라인은 시원한 개방감을 확보했고, D필러를 마감하는 호프마이스터킥 디자인 특징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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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투어러는 애초에 멋을 포기했다. 괜한 고집으로 장르를 파괴한 3GT와 5GT에 비하면, 다분히 크로스오버 본질을 잘 따르고 있다. 덕분에 실용성 하나 만큼은 확실히 보장된다. 헤드룸까지 완벽하게 확보된 캐빈룸은 소가족 단위의 구성원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리어 시트로 넘어가도 불만이 없다. 쾌적한 시트 공간은 오래 타도 질리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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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해치게이트를 열면 광활한 트렁크 공간이 펼쳐진다. 적재 용량은 468ℓ에서 최대 1510ℓ까지 늘어난다. 시트를 폴딩하거나, 폴딩 플로어를 여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불필요한 조작 없이 버튼 하나로, 손동작 한번으로 모든 배치를 바꿀 수 있다. 필요에 따라 베리에이션이 가능한 4:2:4 구조 역시 매우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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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터치 폴딩과 핸즈프리 테일게이트는 프리미엄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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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트렌드에 충실한 2.0ℓ 디젤 엔진이다. 최고 출력 150마력을 발휘하는 엔진은 성능보다 실리를 따지는 대중적인 입맛에 꼭 맞췄다. 조력자는 역시 자동 8단 변속기다. 둘의 조합은 언제나 긍정적이며 느낌이 참 좋다. 다행인 건 파워에서 어설픈 모자람이 없다. 아마 빈약한 기운을 보였다면 쓴소리가 나갈 참이었다. 주행 성격은 드라이브 모드 하나로 결정할 수 있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기분 전환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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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디젤 소음은 밖에서만 들릴 뿐,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스티어링 휠은 진동조차 없었다. 정숙성은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었다. 터프한 감각을 세련된 감각으로 다스린 결과다. 서스펜션 세팅도 같은 룰을 따른다. 불편한 충격은 충분히 거르며 우선 순위가 승차감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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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라고 모든 차가 잘 달릴 수 없다. 액티브 투어러는 실용성과 합리적인 주행 과정에 집중한 모델이다. 그만큼 현실적인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감성적인 BMW를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것이며, 합리적인 프리미엄을 원한다면 딱 좋은 대안이 된다. 주행 성능을 과소 평가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일 뿐. 현실적인 수준에는 여유가 넘친다.

글/ GEARBAX.COM 김장원 bejangwon@gearba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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