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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타는 퀄컴의 특급 소방수, 스냅드래곤 820

나는 스냅드래곤 810에 무슨 일어났는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어쩌면 지금 나와 있는 수많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두뇌였어야 할 퀄컴의 최강 AP가 존재감을 잃은 채 표류 중이라는 것은 정말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라서다. 물론 짐작하지 못할 이유는 아니다. 두뇌를 열심히 돌릴 때 내는 뜨거운 열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이다. 열을 식히기 위해 두뇌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다시 원래의 성능으로 올라오는 주기가 늘어지는 탓에 제성능을 내지 못하는 문제의 해법은 상용 제품을 내기 전에 찾았어야 했다. 하지만 스냅드래곤의 창조자 퀄컴이 찾아낸 것은 ‘스냅드래곤 810에 발열 문제는 없다’는 영혼 없는 항변 뿐이었다.

그런데 발열 문제를 고친 스냅드래곤 810의 리비전을 들고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녀야 할 퀄컴도 더 이상 뒤치닥거리만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양산 몇 개월 전에 차기 플래그십 AP 관련 정보를 공개하던 나름의 관례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서다. 결국 스냅드래곤 810을 두고 입씨름하고 싶지 않았던 퀄컴은 12일(미국 시각) 스냅드래곤 820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했다.

↑스냅드래곤 820 구성도(사진 출처 : arstechnica)

이날 퀄컴이 스냅드래곤 820을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중요 정보는 지난 3월 MWC 이후부터 인터넷에 떠다니고 있었다. 작은 칩 안에 CPU와 GPU, 통신 모뎀, DSP를 비롯한 모든 입출력 인터페이스를 한데 담아야 하는 AP의 복잡한 속사정을 다 알 수는 없었어도 퀄컴이 다시 모바일 프로세서의 강력한 경쟁자 자리로 복귀하기 위한 몇 가지 힌트는 어렴풋이 전해졌다.

32비트 시절 ARM 아키텍처를 손질한 크레잇(Krait) 아키텍처로 나홀로 남다른 능력을 뽐냈으면서도 급작스럽게 전환된 64비트 시장에 맞는 자체 코어 설계가 늦어지면서 걱정을 낳았던 퀄컴이 이제야 64비트 크리오(Kryo) 아키텍처를 스냅드래곤 820에서 데뷔시킨다. ARMv8과 호환성을 챙기면서도 시스템의 성능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처리 구조를 기대케 한다. 공유 가상 메모리를 위한 64비트 가상 주소나 효율적인 64비트 CPU의 공동 처리도 포함되지만, 옥타 코어로 구성되는 것 이외의 더 자세한 변화와 능력을 파악하려면 더 두고 봐야할 듯하다.

아마도 퀄컴은 스냅드래곤 820에서 크리오 아키텍처에 대한 분석에 집중하는 것보다 다른 특징을 좀더 전달하고픈 욕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14나노 핀펫 엣지 공정-지금 이 공정은 삼성만 갖추고 있다-으로 생산되는 3GHz 프로세서라는 종전의 정보를 되풀이하기도 원치 않는 듯하다.  어쩌면 스냅드래곤 820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좀더 들여다보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냅드래곤 820의 아드레노 530 성능과 특징(사진 출처 : arstechnica)

GPU ‘아드레노 500′ 시리즈도 말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다. 스냅드래곤 820에 얹은 아드레노 530(Adreno 530)에 대해 퀄컴은 종전 스냅드래곤 810의 아드레노 430(Adreno 430)에 비해 40%의 성능 향상과 40%의 전력 효율성을 보인다는 슬라이드를 내놨다. 동일 클럭 대비 또는 동일 성능 대비에 따른 이전 세대와 차이를 좀더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처리장치의 관리 부담을 줄인 차세대 그래픽 API ‘벌칸(Vulkan)도 GPU에 담았고, 오픈 CL 2.0에서 CPU와 GPU를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한 메모리 처리 구조도 갖췄다.

하지만 이용자에게 눈에 보이는 변화를 느끼게 하는 것은 알 수 없는 연산 구조 쪽이 아니라 스냅드래곤 820을 넣은 장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스냅드래곤 805 이후부터 4K에 초점을 맞춘 여러 활동을 해왔던 퀄컴은 스냅드래곤 820에서 더 진화된 4K 환경을 담으려 한다. 4K 해상도의 UHD TV와 HDMI 2.0으로 연결하면 초당 60프레임으로 4K 영상을 재생하고 무선 디스플레이 환경에서 30프레임의 4K 영상을 보여줄 능력을 스냅드래곤 820에 채운 것이다. 영상 품질을 유지하면서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퀄컴 트루 팔레트(TruPalatte)와 에코픽스(EcoPix)도 얹었다.

↑스냅드래곤 820의 스펙트라 카메라 인터페이스 특징(사진 출처 : arstechnica)

여기에 ‘스펙트라(Spectra)로 정식 이름을 붙인 카메라 인터페이스도 더 진화한다. 사실 듀얼 카메라 인터페이스는 스냅드래곤 810에 쓰였지만, 이를 제대로 써먹은 장치는 거의 찾기 힘들다. 듀얼 인터페이스를 담았어도 대부분은 하나의 카메라만 넣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퀄컴은 묵묵히 이를 더 다듬었다. 듀얼 카메라를 달아 스펙트라 인터페이스와 함께 쓰면 초당 30장의 2천500만 화소 사진을 지연없이 담아낸다. 듀얼 카메라가 없더라도 개선된 HDR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데다 저조도 환경에서 노이즈를 줄인 사진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쓰려면 원가 상승의 두려움이 큰 장치 제조사의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820의 양산형 샘플을 만들어 제조사로 보내고 있다. 실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완성된 샘플을 받아든 제조사들의 결정이 남아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관련 제품을 보기는 어렵다. 이용자들은 내년 초에야 스냅드래곤 820을 쓰는 스마트 장치를 보게 될 것이다. 그 공백 동안 스냅드래곤 820과 관련된 벤치마크 데이터나 또 다른 소식이 나올 것이다. 아마도 그 다른 소식에 발열 관련 이야기가 나오지 않길 원하는 건 퀄컴만은 아닐 것이다. 앞서 스냅드래곤 810에서 ‘발열’ 논란으로 크게 데인 건 퀄컴 만이 아니라 이용자도 그랬으니까.

원문 출처 | 블로그 chitsol.com

글/ 테크G 최필식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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