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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카츠돈, 진한 소스와의 만남

오카야마역에서 내려 지척에 있는 고라쿠엔과 오카야마성을 들리고 나서 점심식사를 할 곳으로 이동했다. 전차에서 내려 거리를 걷다가 일행이 포스터를 가리키면서 “저게 군사 칸베에라는 드라마인데 오카야마를 비롯해서 후쿠오카와 히메지 등이 이 아저씨의 고장”이란다. 군사 칸베에는 올해 1월부터 NHK가 방영 중인 드라마이자 실제 역사적 인물이다. 쿠로다 칸베에는 전국시대 무장 중에서 가장 총명한 무장이면서 운이 없었던 사람이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책사 역할을 하다가 혼노지의 변이 일어나 이케치 미츠히데가 노부나가를 죽이자 낙담한 히데요시에게 “지금 아케치를 치면 천하를 넣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 결국 히데요시를 전국시대의 패자로 만든다.

하지만 머리가 너무 좋은 탓에 히데요시도 그를 경계했고 이에 실망한 칸베에는 은퇴했다. 그후 히데요시가 죽고 동서로 나뉜 연합군이 세키카와라 전투를 벌이게 되자 10년 동안 조용히 은거했던 칸베에는 동군, 도쿠가와 이에아스가 이길 것 내다보고 이겨도 160만 명이 벌이는 대결인 만큼 이에아스도 엉망이 될 것까지 예측했다. 그는 양군이 전쟁을 준비할 때 큐슈 부근으로 내려가 이곳 영주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가며 병력을 늘려갔다. 도쿠가와 이에아스를 안심시키기 위해 아들을 보내 대적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세키카와라 전투는 결국 그의 예상처럼 이에아스가 승리했다. 문제는 장기전이 될 것으로 봤지만 실제 전투는 반나절 만에 끝난 것이다. 이유는 서군에서 배신자가 나왔기 때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설득한 인물이 칸베에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칸베에의 지역이던 후쿠오카를 비롯해 오카야마 등에선 TV 드라마 방영에 맞춰 칸베에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지나가는 길에 본 포스터가 자주 눈에 띈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천하 제패라는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이 지역은 여전히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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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베에 얘기를 하다가 점심 식사를 위해 향한 곳은 아지츠카사노무라라는 식당이다. 이곳은 데미카츠돈으로 유명한 곳이다. 데미카츠돈은 1,100엔이었는데 메뉴판을 본 다음 식당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식권을 구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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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카츠돈은 오카야마 지역에선 주식처럼 자주 먹는 돈카츠라고 한다. 밥 위에 돈카츠를 올리고 위에 데미글라스 소스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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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카츠돈의 맛은 뭐랄까 물기가 별로 없는 진한 소스 탓인지는 몰라도 경쾌하다는 느낌보다는 다소 질퍽한 느낌이 강하다. 물론 이 맛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국물이나 조금 부드러운 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실제로 이 동네에선 라멘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장 좋은 선택은 데미카츠돈과 일반 카츠돈을 작은 그릇에 나눠서 주는 세트 메뉴가 좋을 듯싶다. 오카야마를 방문하면 명물이라고 하는 음식이라고 하니 한번쯤은 맛을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글/ 트렁크로드 이석원 lswcap@trunkroad.co.kr

트렁크로드

Trunkroad. 간선도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간선도로는 도로망의 기본이다. 중요한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듯 트렁크로드는 여행을 위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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