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왠지 불편한 DMM.make와 신생 기업 UPQ의 콜라보레이션

스타트업 UPQ의 스폰서 된 DMM.make, 그 수상한 관계

그럴듯한 인텔 기사 하나 써놓고 이것은 나의 길이 아니라며 적당한 ‘삐끕 네타(테마)를 찾던 찰나 카시오 출신의 젊은 대표이사 ‘나카자와 유코’가 탄생시킨 UPQ(업큐)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따로 있다. 뒤를 봐주는 곳이 다름 아닌 DMM이라서다.

지금이야 TV를 틀면 ‘디에무에무~ 돗또코므~’라며 선량한 DVD 대여 사이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DMM(Digital Media Mart, 통칭 디에무에무). 이름부터 야리꾸리한 이 녀석들은 사실 야동업계가 낳은 첨단 IT벤처로, 최고의 주가를 날리고 있는 자타공인 ‘야동계의 아마존’ 되시겠다. 무슨 소리냐고?

↑긴 역사를 가진 DMM. 사실은 그보다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들 DMM이 설립된 것은 우리가 ‘밀레니엄 버그’로 설레발을 치던 1999년. 그러나 실제로는 그보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호쿠토(北都)’라 불리는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기업으로부터 시작된다. 호쿠토는 전국에 난립했던 AV(야동)제작 업체를 차례차례 부하로 거두고 일본 야동업계 통일의 대업을 이륙한다. 이어 DMM은 2000년 중반, 비디오와 DVD의 전국 유통망을 확보하고, 일본 전국에 외로움에 신음하는 남성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이른다.

DMM 자체가 지금까지도 정체가 불분명한 기업이라 일본 내부에서도 소문이 무성한 기업이다만, 매출액만 보자면 ‘야동 마피아’라며 놀릴 수준은 아니다. 일본 내 신용평가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DMM의 매출액은 약 1조2천억 원, 당기 순이익만 1천300억 원에 달한다.

↑어설픈 모자이크가 더 보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는 그냥은 들어갈 수 없다.

일찍이 야동과 성인 잡지 등을 무기로 전자상거래에 뛰어들어 막강한 자본력을 확보하고, 대부업에도 손을 뻗어 덩치를 더욱 키운 DMM은 확실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다양한 IT 상장 기업에도 자금을 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분들이 ‘당연히 알고 있는 SOD, DANDY, MOODYZ, S1’도 DMM의 전신, 호쿠토의 식구들이다. (공식적으로는) 현재 호쿠토의 이름은 완전히 사라졌다. 근거없는 소문 가운데 지금까지도 매년 송년회를 개최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 영향력이 꽤나 대단했던 모양이다.

이 엄청난 야동왕국을 이끄는 카메야마(亀山) 회장은 일본 내에서도 미스테리한 존재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야동계를 통일하고 30년 넘게 이 거대한 왕국을 건설한 제왕치고는 관련된 정보가 너무 적은 데다, 다수 인터뷰에서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니 ‘야쿠자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고, 이제는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최근에는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 대외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아직까지도 얼굴은 내놓지 않고있다. 그 이유가 ‘바에서 술을 먹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란다.

↑DMM는 로봇에까지 손을 뻗는다. 무서운 녀석들.

이처럼 야동 황제의 이미지를 통일한 DMM은 최근 종전의 색깔을 감추려 최대한 애쓰는 모양이다. 사명 변경을 이유로 이전 ‘호쿠토’에 관련된 위키피디아 정보를 손수 삭제할 정도니 말이다. 여기에 일반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DMM.com과 성인을 위한 DMM.co.jp를 나누고, 활기차고 밝은 TV CF로 이미지를 세탁, 어학 산업은 물론 지난 5월에는 IoT 메이커스 양성을 위한 DMM.make까지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그리고 DMM.make는 이 위대한 첫 발자국을 ‘새로운 개념의 라이프 스타일 가전/가구를 전개하는 브랜드’ UPQ와 함께한다고 밝혔다. UPQ는 이번 발표와 함께 4K해상도의 50인치 TV는 물론, 저렴한 심프리 스마트폰, 액션카메라, 블루투스 스피커, 안락 의자(응..?) 등 다양한 상품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UPQ의 대표상품들. 산뜻한 민트색이 그럴싸해 보인다.

앞서 살짝 얘기한 UPQ가 탄생한 것은 올 6월. 그런데 지난 8월 달력을 뜯자마자 17종, 24개의 제품을 런칭한다. 단 두달 만의 일이다.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믿을 수 있는 품질로 전달한다’는 UPQ의 ‘정의감에 불타는 정신’은 아름답지만, 뭔가 개운하지 못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고?

UPQ의 직원은 대표인 ‘나카자와’ 단 한 명이다. 유통을 담당하는 DMM.make와 지분 구조는 전혀 없고, 자본금은 단 1천만 원. 모든 제품을 OEM 전문기업 ‘세레보(Cerevo)’에 위탁하는 형식으로 제작한단다. UPQ의 대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카시오의 휴대 전화 상품 기획을 담당했고, 회사를 때려치운 뒤에는 우리의 성지 아키바(아키하바라)에서 카페를 경영하다 우연히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생긴 찰라에 좋은 기회를 얻어 창업에 길에 올랐다고 밝혔다.

↑UPQ 대표이사 나카자와 유코의 과거 모습. 2CH을 뒤져서 찾아냈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다. 카시오에서 스마트폰 상품 기획팀에서 일하던 젊은 여자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아키바에서 카페를 경영하던 중 2014년 12월, 일본 경제산업청에서 주최하는 메이커즈 육성사업(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그 후 2015년 6월, 갑자기 젊은 CEO 이와사 타쿠마가 이끄는 가전 벤처 ‘세레보’의 협력을 얻어 UPQ를 런칭, 모든 제품 제작은 세레보에서 담당하고 대표 본인은 디자인만 담당한다. 그리고 그 제품들을 혜성처럼 등장한 야동왕국 DMM이 유통한다는 이런 이야기다.

UPQ가 값싼 제품을 쏟아내자 벌써 ‘일본판 샤오미’라는 별칭을 붙여주고 있다. 뭐, 이들이 샤오미처럼 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탓인지 영 수상하고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다. 일본에서도 ‘세레보가 만드는 몇 가지 제품에 귀여운 색을 입혀서 파는 것일 뿐’이라는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UPQ 발표회 당시 나카자와의 모습이다.

깔끔해보이는 제품과 그럴싸한 가격 때문에 샤오미와 비교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내가 본 UPQ에서 ‘레이쥔’의 비전이나 전략을 찾는 건 불가능했다. 그냥 값싼 제품과 착해지고 싶은 DMM의 야망만 드러났을 뿐이다. 그런 야망 따위보다 스스로 덤비는 누군가를 응원한다면 차라리 이전에 소개했던 ‘셀카 라이트‘를 응원하고 싶은 기분이다.

글/ 테크G 김상오 shougo.kim@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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