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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야마에는 까마귀성이 있다

오카야마성은 오카야마 역에서 걸어서 0.6km 거리에 있다. 오카야마 시에는 구한말 서울에도 있긴 했지만 이젠 사진으로만 추억하는 전차도 있다. 전차를 타고 고라쿠엔으로 가서 남문으로 빠져나가 오카야마성을 보는 코스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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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있는 성은 뭘 봐도 외형적인 차이는 크게 없어 보이지만 오카야마성은 조금 특별할 수 있다. 딱 봐도 안다. 외벽이 검은색이다. 이곳은 이런 이유로 까마귀성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남들 다 흰색 쓸 때 검은색을 택한 인물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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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재미난 힌트를 준다. “배신의 아이콘이 지은 성”이라나. 한글 소개서를 받자마자 찾아보니 1대부터 1869년 국가 소유가 되기 전 15대까지 이곳을 지배한 역대 다이묘, 성주 리스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4대부터 15대까지 이곳을 지배한 다이묘는 이케다 가문. 처음 이곳에 터를 잡은 이케다 다다츠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동서로 나뉘어 전쟁을 벌이던 와중에 서군을 배신하고 동군으로 넘어가 도쿠가와 이에아스를 섬긴 인물이다. 아마도 일행이 말하던 배신의 아이콘이 아닐까.

어쨌든 오카야마성에는 배신보다 달콤했던 권력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곳은 1597년 완공됐는데 당시 건물 대부분은 이젠 사라졌다. 하지만 성의 중심 격인 천수각, 그러니까 사진 속으로 보는 오카야마성과 츠키미망루 등 일부는 지금도 남아 있다. 다만 이곳 역시 제2차세계대전 당시 공습으로 전소된 걸 1966년 재건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흑역사를 잊은 듯 오카야마성은 웅장하다. 이곳의 천수각은 일본에서 2번째로 규모가 크다고 한다. 천수각은 모두 6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높이는 21m이고 폭은 32m, 길이는 19m다. 위에서 보면 모양새는 오각형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건 돌담이다. 돌담 높이만 해도 15.6m에 달한다. 건축 당시 일본에서 가장 높은 축에 든 것이라고 한다. 일행이 “실전 전투형 돌담”이라고 표현할 만큼 튼실하게 느껴진다. 이 돌담은 400년 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성 입구 정면에는 큰 돌이 눈길을 끄는 데 이건 이 성의 주인, 다이묘의 권력을 상징한다고 한다. 성 입구에 가면 안내소에서 한글로 된 소개서를 받아볼 수 있다. 자원봉사자가 할아버지에게 이곳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어볼 수도 있다.

입구에는 익숙한 자전거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서 있는데 ‘모모차리’라고 부르는 공공자전거를 통해 스탬프 릴레이를 하기 위한 주요 웨이포인트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바로옆 고라쿠엔에도 웨이포인트가 있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오카야마성이 관람객을 망설이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입장료다. 성인 기준으로 입장료는 800엔. 천수각 규모가 큰 축에 든다고 해도 조금 과한 금액일 수 있다. 이런 표현은 조금 그렇지만 일행의 말처럼 “가격대비 성능이 떨어진다”는 말에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카야마성은 가볼 만한 장소지만 밖에서 보는 모습이 이곳에서 누릴 즐거움 상당수를 안겨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성안으로 들어가면 5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쪽으로 걸어서 내려오면서 구경을 하게 된다. 중간중간 오카야마성이나 이곳을 지배했던 이케다 가문과 관련한 유물이나 영상 같은 것도 볼 수 있다. 1층으로 가면 한켠에 예전 소금창고로 쓰였던 곳도 있다. 소금은 과거에는 돈 같은 존재였으니 성의 중심이었던 이곳 천수각에 있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싶다. 천수각은 전쟁이 나면 다이묘와 가신이 모여 최후까지 적을 방어하는 곳이 아닌가. 이곳에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티켓을 쥘 정도이니 소금도 그 시절에는 권력자였다.

오카야마성에서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이다. 사진에 보이는 장군이 타는 가마 말고도 옆에는 단검이나 조총 등의 소품이 함께 마련돼 있다.

외부에서 오카야마성을 바라보면 처마 끝 쪽에 묘하게 생긴 동물이 보인다. 샤치호코다. 샤치호코는 거의 기형아(?) 수준이다. 몸은 물고기에 머리는 호랑이다. 꼬리는 위로 향한 가상의 동물인 것이다. 샤치호코는 오카야마성에 모두 8개가 있는데 화재가 나면 물을 뿜어서 불을 꺼준다는 전설 때문이다. 악귀를 쫓으라고 광화문 앞에 서있는 해태가 서있듯 샤치호코는 나무로 이뤄진 이 성을 화재에서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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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카야마성을 둘러본 시간은 길지 않았다. 특이한 성인 건 분명하지만 일본사에 문외한인 입장에선 아무래도 보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굳이 내부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독특한 외형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고라쿠엔을 둘러보고 역으로 되돌아가는 길에 둘러보면 좋다.

글/ 트렁크로드 이석원 lswcap@trunkroad.co.kr

트렁크로드

Trunkroad. 간선도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간선도로는 도로망의 기본이다. 중요한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듯 트렁크로드는 여행을 위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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