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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쿠엔, 일본 3대 정원과의 급만남

고라쿠엔(後樂園)은 일본 3대 정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오카야마 시에 자리 잡은 이곳은 사실 사전정보 하나 없이 당초 일정에 없던 ‘급만남’을 갖게 됐지만 ‘3대’ 정원이라니 꽤 기대감에 부푼 것도 사실이다. 일본 정원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역사 교과서에 나왔듯 일본은 인공미, 우린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정원이 특징이라는 것 정도가 전부다.

고라쿠엔 가는길. 야트막한 이 다리를 건너면 일본 3대 정원인 고라쿠엔을 만나게 된다.

고라쿠엔은 오카야마역에서 1.8km, 도보로 25분 정도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오카야마 시는 일산 같은 곳처럼 시내 곳곳에 자전거 대여 시설이 있다. 이곳을 찾을 생각이라면 미리 홈페이지(http://okayama-ccs.jp)에서 신청을 하면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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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대여점 앞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직접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MMS를 수신할 수 있는 현재 휴대폰 번호가 필요하다. 일본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곳곳에 한글로 안내 간판이 있을 뿐 아니라 자전거 대여 키오스크로 한국어로 이용할 수 있다. 아쉽게도 휴대폰이나 사전 신청을 하지 않은 탓에 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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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쿠엔 입장료는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성인 400엔, 소인 140엔). 유적물을 단순 가격으로 따질 수는 없겠지만 ‘가격대비 성능’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정원에 들어서면 멀리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는 오카야마성을 비롯해 탁 트인 전망이 들어온다. 이곳을 거닐던 다이묘(大名)도 스스로의 자산에 꽤나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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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자연스레 정원 한 가운데 있는 시와노이케 연못으로 향한다. 연못을 중심으로 한 고라쿠엔의 면적은 4만평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정원 주변은 벚나무나 대나무, 소나무 등이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지만 한 가운데는 잔디밭 5,600평이 있다. 나중에 한글 소개서를 보니 원래 처음에는 잔디는 연못 서쪽에 조금 있었고 나머지는 밭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메이지 시대로 들어서면서 밭은 모두 잔디로 바뀌었다. 다이묘가 사라지고 정원의 소유자가 바뀌면서 정원도 다른 입맛에 맞게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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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쿠엔의 정원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양한 볼거리를 안겨준다. 입구 쪽에는 예전 다이묘가 기거하던 정자와 전통극 무대가 있고 길을 따르면 승마장과 궁술장도 있다. 이곳은 다이묘에겐 단순 정원이 아니라 심신을 단련하고 휴식을 취하는 장소이자 그들만의 서울랜드였고 롯데월드였을 지도 모른다. 두루미 사육장과 소나무 숲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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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따라 흐르는 물이 참 맑다. 고라쿠엔이 있는 연못물은 이곳에서 5km 떨어진 아사히가와 강 상류에서 끌어온 것이다. 일본 중세판 청계천 프로젝트였다고 할까. 물줄기는 고라쿠엔 곳곳을 흘러 연못을 돌아 다시 아시히가와 강으로 되돌아간다. 고라쿠엔을 끼고 도는 물줄기는 인공미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참 자연스럽다. 이곳의 설계자가 가졌을 치밀함도 한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정자나 불당, 잔디밭 이전에 이곳 대부분을 차지했던 정전, 그러니까 논밭도 지금은 아담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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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이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고라쿠엔 한 켠에는 차소도 다실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 가면 1인당 650엔을 내면 말차를 맛볼 수 있다. 말차는 녹차가루를 내서 물을 조금 넣은 다음 대나무로 가늘게 만든 솔로 계속 마치 계란 흰자처럼 저어서 거품을 낸 것이다. 일본 다도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절부터 다이묘 등 권력자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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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금박으로 입힌 다실을 만들기도 했지만 고라쿠엔의 다실은 훨씬 겸손하다. 그래서인지 전통 다실에 앉아서 창밖으로 바라보는 고라쿠엔은 조용하다. 자연만을 느낄 수 있게 다른 잡음은 모두 꺼버린 노이즈캔슬링을 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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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쿠엔 정원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핫스팟은 우이신잔산이다. 말이 산이지만 높이는 6m 정도이긴 하다. 하지만 정원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자연스레 이곳을 향하게 된다. 이 산 역시 인공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우이신잔산 위에서 바라본 고라쿠엔 파노라마 전경

고라쿠엔을 가게 된다면 정원을 둘러본 다음에는 입구 쪽이 아니라 남문 쪽으로 나와 쓰키미바시 다리를 건너 오카야마성을 함께 둘러보는 게 좋다.

글/ 트렁크로드 이석원 lswcap@trunkroad.co.kr

트렁크로드

Trunkroad. 간선도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간선도로는 도로망의 기본이다. 중요한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듯 트렁크로드는 여행을 위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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