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센코지 공원에서 미리 상상해본 벚꽃

센코지 공원은 오노미치 시내를 굽어보는 자리에 있다. 이곳을 가려면 언덕길을 걸어서 올라가거나 로프웨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센코지 공원은 해발 144.2m인 센코지산 정상에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이곳은 일본에선 벚꽃 명소 100선으로 꼽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오노미치가 자전거로 유명한 곳이니 벚꽃 흩날리는 계절에 자전거 라이딩을 즐긴다면 멋진 방문 장소가 될 수 있다.

DSC03299

물론 10월에 벚꽃을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나름대로 이 계절에 맞는 단풍을 보는 맛도 쏠쏠하다. 정상까지 향하는 로프웨이는 15분마다 1대꼴로 다닌다고 한다. 17시까지만 운행한다. 가격은 편도 280엔, 왕복 440엔인데 내려오는 길을 구경할 겸 편도를 끊었다.

DSC03286 DSC03282

로프웨이가 출발하기 전 센코지야마 로프웨어 정거장 바로 앞에 있는 와플코몬(Waffle Common)을 찾았다. 이곳은 이 동네에선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정거장에서 바로 보이는 와플코몬은 카페를 겸한 곳이다. 뒤쪽으로 조금 돌아가면 와플만 살 수 있는 곳도 나온다. 와플코몬 카페의 경우에는 커피와 와플을 곁들여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기 좋지만 와플만 맛볼 생각이라면 뒤쪽에 위치한 매장을 찾는 게 더 좋다. 와플 가격은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170∼280엔까지 다양하다.

오노미치 곳곳을 가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어디에나 한글 안내서나 가이드맵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센코지공원 역시 한국어 가이드맵을 제공하는 만큼 미리 정거장에서 챙겨놓는 게 좋을 듯하다.

센코지 정상으로 가면 해발 고도보다 훨씬 탁 트인 오노미치 시가지와 내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치 다도해를 한눈에 보는 듯한 느낌이다. 날씨가 좋을 때에는 멀리 있는 시코쿠까지 볼 수 있다니 전망대 위치로는 기가 막히긴 한 것 같다. 정거장에서 내리면 바로 앞쪽에 카페테리아와 전망대가 있다. 어차피 어디에서 봐도 전경은 내려다 볼 수 있으니 굳이 전망대까지 갈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내려가는 길에 있는 센코지(千光寺)로 방향을 잡았다.

DSC03305

센코지가 건립된 건 806년이라고 한다. 우리로 따지면 통일신라시대다. 사실 오노미치는 사찰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이곳 시가지 안에 있는 사찰 수만 해도 88개에 달했다고 한다. 지금은 25개 정도가 남아 있는데 사찰 순례 상품이 있다. 일본에 가보면 스탬프를 찍어서 미션처럼 이런 루트를 가는 상품이 많은데 오노미치에도 역시 사찰 순례용 스탬프가 있다.

오노미치에 사찰이 많은 건 이곳이 해상 교통의 요충지였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상업이 번성했고 덕분에 돈좀 있는 상인이 있었으니 이들의 기부로 절이 세워진 것이다. 이 작은 마을은 한때의 이런 번성 덕에 작은 교토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센코지를 실제로 보면 오랜 역사 때문인지 몰라도 양식이나 규모가 생각처럼 크지 않다. 본당(세키도라고 불린다)은 주홍색으로 덧칠을 했는데 바로 앞쪽에는 종각이 위치하고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본당 바로 옆에 있는 큰 바위는 옥의 바위라고 불린다고 한다. 이 바위에는 예전엔 바위 봉우리가 옥처럼 빛을 내 바다를 비췄다는 전설이 있다. 항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절이 많았던 만큼 이런 전설이 생긴 게 아닐까 싶다.

센코지 앞쪽에는 에마라는 것도 있다. 일본인들은 절에 가면 소원을 적는 푯말 같은 에마를 걸어준다고 한다. 센코지에 있는 에마에는 그림이 함께 있다. 뭔가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는 공통점은 어딜 가도 똑같다.

DSC03310

별다른 감흥은 없지만 국내 드라마인 싸인의 촬영지라는 점까지 한글로 표시해놓은 걸 보니 참 뭔가를 알리고 스토리텔링을 하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내려오는 길에는 문학의 길이 있는데 오노미치는 문학의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하야시 후미코 등 일본을 대표하는 여류 문학 작가가 이곳에 살았었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 문학도 잘 모르는 판에 대단한 감흥이야 있을까. 이보다 눈길을 끈 건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오노미치시립미술관이다.

DSC03312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설계한 곳이다. 그는 훗카이도에 있는 물의 교회나 오사카에 있는 빛의 교회, 최근에는 복합쇼핑몰인 오모테산도힐즈를 설계한 인물이기도 하다. 솔직히 건축에 대해 잘 몰랐던 터라 별 생각 없이 내려가려는데 일행이 “국내 건축물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 노출콘크리트(사진으로 보면 안다)를 처음 시도한 인물”이란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립미술관을 구경하지는 못했다. 이곳은 9시부터 17시까지만 문을 연다. 안도 다다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하려면 조금 일찍 올라왔어야 했다.

DSC03297

센코지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텐네이지(天寧寺)도 있다. 이곳에는 인상깊은 건물이 하나 보인다. 삼중탑이다. 목조 건물로 1388년, 14세기에 지은 것이라고 한다. 전쟁의 참화를 겪지 않은 동네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이 건물은 처음에는 오중탑으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건축 후 300년이 지나고 나서 손상 탓에 삼층으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세월이 2개 층을 앗아갔지만 여전히 인상 깊은 규모를 갖추고 있다.

onomichi_92

자료를 조금 찾아보니 이 사찰을 기부한 곳은 무로마치 막부 2대 쇼군이었던 아시카가 요시아카라라고 한다. 무로마치 막부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에 생긴 절이다. 전체를 금색으로 칠한 긴카쿠지(金閣寺) 같은 건물이 무로마치 막부 시대에 탄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글/ 트렁크로드 이석원 lswcap@trunkroad.co.kr

트렁크로드

Trunkroad. 간선도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간선도로는 도로망의 기본이다. 중요한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듯 트렁크로드는 여행을 위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

Latest posts by 트렁크로드 (see all)


Comments are closed.

포스트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