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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코지 가는 길

오노미치는 마치 우리로 따지면 거제나 통영 같은 곳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이곳은 딱 배산임수다. 뒤로는 센코지를 비롯한 산지가 위치하고 있고 언덕에서 내려오면 바다가 급하게 만나는 형국이다. 오노미치 시가지는 이렇게 짧은 평지 탓에 해안을 따라서 동서로 길게 뻗어 있다. 실제로 이곳은 동서로 20km 가량이고 남북으로 35km라고 한다. 언덕에서 내려와서 200m나 심지어 좁은 곳은 100m 정도만 가도 바다를 만난다. 이곳을 언덕의 도시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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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미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은 당연히 센코지 정상에 위치한 센코지 공원이다. 일행도 이곳까지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오노미치 시가지 자체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니어서 걷기로 했다. 앙증맞게 자리 잡은 오노미치역을 지나면 이곳의 현재와 과거를 보여주는 상가가 있다. 상가는 좌우로 상가가 있고 천장은 덮여 있는 길을 따라 길게 뻗어 있다. 전통적인 상가의 형태는 유지하면서 비를 피하기도 좋은 곳이다.

하지만 오노미치의 관광이 이곳의 미래를 담보하는 자산이라면 상가는 과거의 영화를 남기지도 못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오노미치는 현재 인구가 15만 명 정도인 작은 지방도시에 불과하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일본 역시 이런 작은 지방도시는 상권 자체가 침체되어 있는 게 문제라고 한다. 실제로 상가를 찾아보면 활력을 잃은 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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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노미치는 한때 일본에선 중요한 물류 기지였다. 에도 시대엔 서일본 항로로 가는 중요한 기항지였다고 한다. 오노미치에는 절이 88개나 되는데 이것 역시 고대와 중세 시대 오노미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었는지를 기억하는 대표적인 유적이기도 하다.

오노미치에 가보면 우리의 거제처럼 조선소도 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한땐 자위대 선박 같은 것도 모두 이곳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선업 역시 일본에서 활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노미치가 간직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활력은 역시 이곳에 남은 수많은 유적이 아닐까 싶다. 관광이 이곳의 미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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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보면 상가도 한번쯤은 가볼만하다. 큰 기대를 하는 것보다는 이곳 안에는 쇼와시대, 그러니까 1927∼1989년 중 초기 시대 건물도 남아 있다. 상가로서의 현실적인 활력은 잃었을 수 있지만 역시 이곳에도 역사가 대신 자리를 꿰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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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보면 센코지 언덕 쪽까지 즐비한 건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번 여행에선 오르막이 아니라 내리막으로 이곳을 찾았지만 센코지로 향하는 도중에는 수많은 일반 주택이나 폐가가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있다. 오래된 골목이나 건물은 마치 70년대 부산 골목을 걷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론 이 골목은 부산보다 훨씬 더 오래된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곳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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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오노미치에선 이곳에 위치한 폐가를 재생하자는 취지로 오노미치빈집재생프로젝트(尾道空き家再生プロジェクト)라는 게 진행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곳에 있는 오래된 거리나 골목은 마치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게 만든다.

글/ 트렁크로드 이석원 lswcap@trunkroad.co.kr

트렁크로드

Trunkroad. 간선도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간선도로는 도로망의 기본이다. 중요한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듯 트렁크로드는 여행을 위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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