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시마나미해도, 자전거를 위한 길

IMG_9554

오노미치를 표현하는 말 중에는 자전거 여행이 빠질 수 없다. 시마나미 해도의 출발지가 바로 오노미치다. 오노미치에서 출발한 시마나미 해도는 자동차 도로지만 자전거나 보행자를 위한 도로를 함께 설치해 길 양쪽으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출발한 해도는 에미메현에 있는 이마바리시까지 장장 70km에 이른다. 시간으로 따지면 8∼10시간 가량이 된다고 한다.

IMG_9558

직접 자전거를 갖고 와도 좋겠지만 이곳에서 빌려도 된다. 하루 기준으로 어른은 500엔, 아이들은 300엔을 내면 된다. 일행은 오노미치 U2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렸는데 소지품 같은 건 락커에 보관해둘 수 있어 편하다(가격은 200엔). 이곳에는 락커 뿐 아니라 화장실과 코인샤워 시설도 있다. 100엔을 넣으면 5분 동안 쓸 수 있으니 자전거를 타고 나서 보관이나 샤워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DSC03229

페달을 밟을 차례다. 시마나미 해도를 따라가다 보면 인노시마 대교나 이쿠치 다리, 다타라 대교, 구루시마 해협 대교 같은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요금은 50∼200엔까지 내야 하지만 내년까지는 무료라고 한다.

개인적으론 자전거를 평소에 자주 타본 적이 없다. 오노미치 선착장 앞에서 바로 앞에 있는 무카이시마까지 페리에 자전거를 싣고 이곳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출발, 인노시마를 거쳐 이쿠치시마까지 가는 편도 26.1km 코스를 택했다. 이곳에서 다시 페리를 타고 오노미치항으로 되돌아올 생각에서다.

DSC03231

시마나미 해도는 자전거 라이더에겐 환상적인 곳이다. 도로에는 파란색 줄로 해도 길을 표시해놨고 자전거 바퀴가 튀지 않아 달릴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 물론 초보 라이더 입장에선 병주고 약주는 곳이기도 하다. 평탄한가 싶으면 언덕이 나왔다가 지칠 것 같으면 내리막이다. 클라이막스라고 할 만한 곳은 인노시마 대교나 다타라 대교 같은 곳을 오를 때다.

IMG_9553

산을 타듯 언덕을 한참 오르면 시원하게 펼쳐진 다리 속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다. 이들 다리는 길이만 해도 1,339m, 1480m에 달한다. 인노시마 대교의 경우에는 자전거와 보행자 도로를 따로 나눠서 달리기도 좋다. 다타라 대교는 일본에서 가장 긴 사장교이기도 하다.

IMG_9555

어쨌든 언덕을 오를 땐 군 시절 행군을 하면 한번쯤은 지나치게 되는 ‘헐떡고개(숨을 헐떡인다고 해서)’에 온 듯하지만 시원한 내리막이 쾌감을 두둑하게 보상해준다.

IMG_9562

초짜야 힘겨웠지만 함께 라이딩을 즐긴 경험 많은 동료는 “라이딩하기 참 좋은 곳”이라고 극찬이다. 내리막에서 잠시 여유를 찾을 때면 사방이 온통 ‘불꽃 댄싱(몰랐는데 자전거 쪽에선 엉덩이를 들고 달리는 걸 댄싱을 친다고 한다고 한다)’이다.

IMG_9563 IMG_9564

가는 길에는 편의점이 휴식처 역할을 한다. 일본에선 편의점을 콘비니라고 한단다. 시마나미 해도를 가다가 들린 한 편의점을 보니 ‘자전거 오아시스’라고 표시가 눈에 띈다. 공기 주입이나 물도 마실 수 있고 화장실까지 있다. 오아시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IMG_9587 IMG_9601 IMG_9603

편의점만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이쿠치시마에는 자전거 라이더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는 돌체가 있다. 이곳에선 세토다산 감귤을 이용한 젤라토 등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자전거를 편하게 세워두고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

IMG_9597

초보에서 사이클 전문가까지 레벨이 전혀 다른 3명이 달리다 보니 누군가에겐 쉽지 않은 길이기도 했다. 일행 중 한 명이 농담 삼아 한글로 제공하는 시마나미 해도 소개서에 있는 ‘사이클링 로드맵’이라는 제목을 보더니 “이건 형한테는 사이클링 데스로드맵”이라는 말에 모두 빵 터졌다. 그리고 보니 아래쪽에 있는 문구도 “숨이 멎을 듯이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면서 즐기는 사이클링 루트”다. 그러게. 진짜 숨 멎을 것처럼 달려왔으니…

영혼이 몸속에서 빠져나갈 즈음, 한줄기 빛처럼 힘을 줬던 에너지 겔.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게 레드불로 통한단다.

영혼이 몸속에서 빠져나갈 즈음, 한줄기 빛처럼 힘을 줬던 에너지 겔.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게 레드불로 통한단다.

사실 시마나미 해도는 체력 수준에 따라서 얼마든지 짧거나 긴 코스를 택할 수 있다. 굳이 초보가 이런 무리를 할 필요는 없다. 이곳은 봄에는 일본에서 벚꽃 100대 스팟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봄가을에는 멋진 자전거 라이딩을 기대해볼 만한 곳이다. 자전거 라이딩에 자신이 있다면 오노미치에서 출발해서 이마바리시까지 70km를 달린 뒤 근처에 있는 도고온천을 찾아도 멋진 코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이한 자전거 주차장(?) 나무 틈 사이로 자전거 바퀴를 끼워 거치하는 방식이다. 거치대까지 환경친화적이라니. 과연 자전거 특화 도시답다.

특이한 자전거 주차장(?) 나무 틈 사이로 자전거 바퀴를 끼워 거치하는 방식이다. 거치대까지 환경친화적이라니. 과연 자전거 특화 도시답다.

우리팀 리더(!)의 스트라바 기록. 고도 그래프를 보면 대략적인 코스의 난이도를 알 수 있다. 초보자 기준으로 힘들어질 무렵이면 내려간다고 보면 된다. 비슷한 코스로는 한강 암사동 고개 정도.

우리팀 리더(!)의 스트라바 기록. 고도 그래프를 보면 대략적인 코스의 난이도를 알 수 있다. 초보자 기준으로 힘들어질 무렵이면 내려간다고 보면 된다. 비슷한 코스로는 한강 암사동 고개 정도.

IMG_9621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 편도로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우리나라에서 기차로 점프(?)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다.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 편도로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우리나라에서 기차로 점프(?)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다.

IMG_9614

글/ 트렁크로드 이석원 lswcap@trunkroad.co.kr

트렁크로드

Trunkroad. 간선도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간선도로는 도로망의 기본이다. 중요한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듯 트렁크로드는 여행을 위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

Latest posts by 트렁크로드 (see all)


Comments are closed.

포스트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