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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만 가지고 영국에서 창업….”절박하면 이뤄진다”

프론트로(Frontrow)의 이혜림 대표는 지난해 6월 사업계획서 한 장을 들고 영국 런던 땅을 밟았다. 이후 연고지 하나 없는 곳에서 팀 빌딩부터 서비스 개발, 고객 확보, 법인설립까지 쉴 새 없이 달렸다.  프론트로는 영국의 라이브뮤지션(공연자)들을 대상으로 계약, 견적, 결재 등의 행정적인 부분을 해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로 오는 2월 영국에서 첫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혜림 대표는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스타트업 해외 진출 프로그램에 선정돼 런던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인큐베이션 센터인 InnovationRCA 에서 3개월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과정을 마쳤다. 교육 기간이 끝난 후 함께 온 한국 기업들은 모두 돌아가야 했지만 프론트로는 RCA에 남을 수 있었다. RCA에서 프론트로의 가능성을 높게 산 까닭이다.

그녀가 영국에서 살아남은 비법은 바로 절박함.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했다. 한국 대표로 참여했다는 사명감 그리고 답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발로 뛰어다녔다. 뮤지션 한 명을 확보하기 위해 영상팀을 이끌고 런던에서 4시간 떨어진 곳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에 가는 것쯤은 일도 아녔다. 그녀의 노력이 하늘에 닿았는지 영국에 간지 6개월 만에 전 세계에서 단 200명에게만 주어지는 탈렌트 비자까지 받았다. 이제 비자 문제로 쫓겨날 걱정 없이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이왕 할 거면 최고의 시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글로벌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미국 아니면 영국으로 가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영국에 도착해서는 국가대표라는 생각을 가지고 정말 미친 듯이 일했습니다”

영국의 런던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더불어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런던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형성된 테크시티부터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과 민간기업까지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구축된 도시다. 하지만 영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은 많지 않기에 새로 등장한 프론트로의 소식은 매우 반갑다. 거기에다 테크 인재에게만 주어지는 비자까지 받았다니 지원서에 혼을 담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영국에서 한국을 찾은 이혜림 대표를 만나 영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프론트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Frontrow 이혜림 대표

프론트로가 첫 회사다. 어떻게 창업에 관심을 가졌는지?
어린 시절부터 복지관 자원봉사 등을 하면서 기회의 불균형을 보면서 자랐어요. 사회문제에 관심이 커지면서 대학 때는 글로벌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고요.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에 입학해서는 이론공부와 함께 소셜벤처관련 대외활동을 많이 했는데 이런 경험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창업에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특히 지금 같은 시대에는 불균형의 문제를 디지털 환경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느꼈고, 기회가 된다면 제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잘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프론트로 어떤 서비스인가?
라이브공연자들이 제일 불편하는 행정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공연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올릴 수 있고요. 잠재고객들한테 인보이스, 라이브 공연, 결제까지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솔루션입니다.

전공과는 무관한데 뮤지션을 위한 서비스를 만든 이유가 특별히 있나?
원래 첫 비즈니스모델은 프리랜서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였어요. 몇년 동안 생각만 하고 있던 아이디어를 글로벌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실행할 기회가 생긴 거죠. 영국에 와서는 예체능 쪽, 특정 영역의 고객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멘토들의 조언을 받아드려 뮤지션을 타깃으로 선택했고요. 라이브 공연 시장의 메카인 영국에는 음악을 위한 서비스는 많은데 뮤지션을 위한 사이트는 없었기 때문에 가능성을 봤어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받은 로열컬리지오브아트는 어떤 대학인지?
기본적으로 전 세계에서 디자인으로 랭킹 1위 학교입니다. 왕립이다 보니 국가에서 직접 관리를 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인지도도 높고요. 이곳에서 비즈니스, 브랜딩, 법률, 마케팅 등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교육들을 받았어요. 영국에서 사업을 진행한다면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하는지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로열컬리지오브아트

영국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
한국은 수동적인 교육, ‘이렇게 하세요’ 라고 지시를 한다면 여긴 방목을 해요. 능동적으로 우리가 문제를 직접 찾아서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요. 물론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데드라인을 마련해놓고 능동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합니다. ‘우리는 네가 RCA의 키플레이어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보인다. 부족한 부분을 잘 해결할 것으로 믿고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다.’ 라고요. 매번 성장 단계에서 필요한 지표를 정확히 집어주고,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 강점이에요.

부족한 부분은 없었는지?
RCA는 아무래도 예술대학이라 테크기업들은 많지 않아서 관련 분야로 네트워크 쌓기가 좀 어려웠어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구글캠퍼스나, 테크시티 스타트업 행사들을 오히려 많이 다니게 됐죠.

어떤 행사들인가?
스타트업 코파운더를 찾는 행사라든지, 피치를 하고 그자리에서 피드백을 받는 행사 등 네트워킹 이벤트요.

행사에서 만나는 영국 창업자들은 어떤지?
일단 앉지를 않아요. 모두 서서 돌아다니며 네트워킹 해요. 내가 어디에서 왔고, 몇 살인지 같은 건 하나도 궁금해하지 않고 어떤 사업을 하는지, 네트워킹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 내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요.  한 곳에서 100명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이방인이라고 느낀 적은 없나?
없어요. 전혀 없습니다. 여자로서 문제가 되거나 그런 것도 전혀 없어요. 항상 누구 소개해줄게, 만나봐 등의 좋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나중에도 만나는지?
네. 네트워킹 행사를 통해서 프론트로의 자문위원도 많이 영입했어요.

영국에서 이처럼 열심히 하게 된 원동력은 뭐였나?
절박함이요. 생존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1을 이루어야 2로 넘어가는데. RCA에서 푸시를 한 건 아니지만, 이들이 기대하는 것을 충족시켜주고 싶었어요. 큰 결심을 해서 왔고, 좋은 기회로 왔으니 스타트업 국가대표라고 생각하고 미친 듯이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잘해야 후배들이 생기고, 다음 사람들이 도전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었고요. 한국인이라는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팀원들 라면도 못먹게 했어요. 김치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고요 (하하) 한국어도 안 썼고, 남한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서비스 개발은 어떻게 진행했는지?
영국에서 프리랜서 개발자를 구해서 프로토타입 1을 만들었고 구글캠퍼스에서 만난 개발자를 통해 프로덕트 기능 추가하고 프로토타입 2를 갖고 업계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어요. 작년 8월쯤 뮤지션이자 런던대학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한동균 CTO을 만나서 개발에 속도가 붙었고요. 2월 초 영국으로 돌아가면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영국에서 확보한 뮤지션은 100명 정도고 파트너도 많이 확보한 상태입니다.

RCA 멘토링 세션

뮤지션들은 어떻게 모았나?
뮤지션들이 다니는 공연장을 많이 다녔어요. 한 뮤지션이  런던에서 4시간 떨어진 곳에서 라이브공연한다고 해서 무작정 찾아갔어요. 믿음을 줬던 것이 고객들을 모으는 데 역할을 했던 것 같고, 한 명의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명을 얻을 수 있었어요.

탈랜트 비자는 어떤 비자인가? 받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2015년에 생긴 비자인데 엔지니어, 스타트업 대표 등 테크인재 200명에게 주어지는 비자에요.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테크시티의 승인 (Endorsement)을 받아야 하는데 이노베이션RCA와 영국 투자청에서 우리 비즈니스 모델을 긍정적으로 인정해줘서 추천서를 통해 테크시티로부터 승인을 받았어요. 비자를 받아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사업 가능성이 증명됐다는 것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프론트로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금은 뮤지션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영국에는 코메디언, 배우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사업 확장을 할 계획이에요. 이들이 본업에만 충실하고 행정적인 문제는 저희에게 맡겨주는 거죠. 한국에서도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단기적으로는 성장을 위해 투자금을 유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조언하고 싶은지?
영국에서 많은 기회를 봤어요. 그 기회를 모두 소화해서 사업에 녹여내기 위해서는 특히 영어가 중요해요. 그리고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게 준비됐다면 도전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나름 국제경영 석사학위를 공부하면서 경험을 쌓았지만, 많이 힘들었어요. 공부를 하는 것과 사업을 하는 것은 천지 차이인데 정말 사업가 기질이 있다고 생각되면 국가 막론하고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테크 여성 CEO 들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영국은 성차별도 전혀 없고, 관계가 아닌 성과로만 이야기 하는 국가라 본인 역량이 있다면 도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현장형 리더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고 열심히 배우는 자세로 천천히 바른 방향으로 가고 싶습니다.

글/ VentureSquare 주승호 choos3@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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