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오노미치로 가는 길

오노미치(尾道)로 가는 길은 꽤 험난했다. 우리에겐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이곳은 제2차세계대전에 마침표를 찍은 히로시마를 지근거리에 둔 곳이다. 오노미치는 혼슈(本州), 그러니까 일본 본토 아래쪽, 시코쿠와 규슈를 사이에 둔 세토나이카이, 그러니까 일본 내해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오노미치는 작은 동네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세까지는 이런 지정학적 위치 덕에 일본 물류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한다. 세토나이카이는 일본에선 세곡선이 오가고 상업 물류의 중심이었으니 당연할 수 있겠다. 뭐랄까. 일본이 근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세토나이카이는 문화를 전달하는 그들만의 실크로드였고 각종 이권을 두고 역사를 결정짓는 장소이기도 했다.

일본 역사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어렴풋이 봤던 역사 속 전쟁이 세토나이카이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1185년 단노우라에서 벌어진 겐지와 헤이지 두 사무라이 가문이 벌인 해전, 일명 단노우라 해전은 가마쿠라 막부 시대를 연 단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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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이런저런 이유로 세토나이카이를 일본인의 고향이라고 부른다.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고도 말한다. 물론 객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이들의 역사에 대한 공감대 때문은 아니다. 이보다는 차라리 이곳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지난 2008년 선보인 애니메이션인 벼랑 위 포뇨 같은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이라는 게 훨씬 매력적일 수도 있다.

서울에서 오노미치(尾道)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히로시마 공항으로 가면 오노미치로 가는 길은 짧다. 하지만 일정을 맞추려다 보니 400km 이상 떨어진 후쿠오카를 거쳐 신간센을 타는 방법을 택했다. 후쿠오카는 대마도를 바라보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니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면 금세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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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공항에선 작지만(?)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셀프 제작했다. 장르는 단언컨대 호러였다. 여권을 분실한 것이다. 이제껏 취재나 여행을 다니다가 이런 적은 처음이다. 분명히 기내에서 꺼내들었던 여권이 도통 보이지 않는다. 여권이 없으니 오늘 안에 인천으로 되돌아가면 다행스럽게도(?) 들어갈 수는 있다는 말에 망연자실할 틈도 없이 다시 타고 왔던 비행기에 올랐다.

반전은 혹시 몰라 앉았던 자리에 가서 테이블을 내려 보니 여권이 있는 게 아닌가. 덕분에 비행기가 다시 인천으로 떠나기 전에 무사히 후쿠오카 공항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입국신고서를 작성한답시고 꺼냈던 여권을 어이없게도 그냥 놔둔 채 테이블을 다시 닫은 것이다. 여권을 찾지 못했다면 인천에서 후쿠오카까지 왕복 3시간이 넘는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항공 드라이브를 당일치기로 하는 기록을 세울 뻔했다. 가슴을 쓸어내린 뒤 일행에게 테리(테이블 리)라는 별명까지 하나 얻었다. 아마 10년은 주홍글씨로 따라다닐 별명이 아닐까. “그래. 테리우스 약자라고 생각하자고…”

어쨌든 이번 기회에 안 사실이지만 여권이 없는 상태에서 공항 입국장을 벗어나지 못하면 다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입국장을 내린 상태라면 한국영사관 같은 곳을 찾아서 단수여권을 발급받으면 된다. 하지만 이번처럼 입국 전이면 방법은 그 자리에서 하루가 지나기 전에 되돌아가는 것 밖에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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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후쿠오카지만 오노미치로 가는 길은 이제 시작이다. 한숨 돌리고 나와 서둘러 하카타역으로 향했다. 공항버스를 30분 정도를 탔다(1인당 260엔이다). 일행이 일본어에 능숙해 어려움은 없었지만 후쿠오카 공항이나 버스, 심지어 음성 안내까지 한국어로 해준다. 동행자 말이 “후쿠오카는 부산과 자매결연을 맺은 곳이기도 하다”고 한다. 굳이 그런 말 안 해줘도 될 것 같은데 “여권 잃어버리는 일만 없으면 일본어 못해도 다닐 만한 곳”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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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타역에서 다시 신간센에서도 가장 빠른 노조미(のぞみ), 300km/h로 달리는 N700을 타고도 2시간은 족히 가야했다. 비행기보다 긴 시간을 열차 속에서 보내는 길이다. 결국 인천에서 15시 30분에 출발한 여정은 저녁 10시, 한밤중이 돼서야 끝났다. 참 긴 하루다.

글/ 트렁크로드 이석원 lswcap@trunkroad.co.kr

트렁크로드

Trunkroad. 간선도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간선도로는 도로망의 기본이다. 중요한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듯 트렁크로드는 여행을 위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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