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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모바일뉴스] ‘누가누가 잘하나’ 청년들의 거짓말 놀이문화

▶‘허언증 대결’ 2030 새로운 놀이문화
최근 거짓말을 대놓고 하며 놀이처럼 즐기는 2030의 새로운 문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자신이 최근 무심결에 던진 말로 세계 5대 수학난제가 풀렸다거나, 스무살에 받은 노벨수학상이 9급 공무원시험에 가산점 인정 되냐고 묻거나, 유명 연예인이라며 (허접한 포토샵을 거친) 인증샷을 올리는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소 허황되고 황당한 관점으로 풀어가는 거짓말 놀이, ‘허언증 문화’이다.

허언증은 허구의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꾸며내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일종의 반사회적 인격장애. 이 놀이가 본격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자리 잡은 것은 지난 달 13일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 ‘허언증 갤러리’가 처음 개설되면서 부터다. 게시판을 오픈한지 일주일 만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정식 갤러리로 채택됐고, 유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한 달여 만에 게시물 2만 건을 넘어섰다. 남들에게 말했다간 자칫 거짓말쟁이가 되거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여겨질 말들도 이곳에선 기꺼이 속아주며 댓글로 공감과 반응을 보인다.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을 얼마나 황당무계하면서 그럴 듯하고 재밌게 썼느냐가 이 대결의 포인트! 
 

▶연애, 취업, 스펙…거짓말 놀이 열풍
이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20~30대인 만큼 허언증 갤러리 유저들도 주로 취업을 앞둔 청년, 직장인 등 젊은 세대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이들의 게시물들도 최대 관심사인 연애나 취업, 돈, 경력에 관한 주제가 많다.

제목: 문과생입니다
이번에 취업에 성공했네요 ㅎㅎ (글쓴이 / 신경대학교)

위 게시물과 같이 문과생은 취업이 어렵다는 세태를 꼬집으며 자조와 풍자가 담긴 글을 올리면 말없이 그저 글로 웃거나 (ㅋㅋㅋ) '졸업이 2030년도'냐며 되받아친다. 이들의 거짓말 대결에는 이미 현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거짓말이나 허위·과장글과 다른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의도나 자신의 권력을 드러내놓고 자랑하려는 것이 아닌 다른 존재로 ‘빙의’해보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물, 인물에 대입시킴으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부족한 외모나 스펙, 능력 등을 자신이 원하는 존재로 바꿔가며 단순 ‘실속 없는 거짓말’에서 현실에 대한 풍자와 희화화를 통해 고통을 유머로 이겨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 놀이문화? 혹은 사회 병리적 현상?
소설가 김영하는 한 강연을 통해 ‘거짓말을 하는 아이는 스토리 텔러로서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매우 창의적이거나 생각도 못한 상상력으로 웃음과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게시물이 많다. 또 어떤 면에서는 어렵고 힘든 순간들을 해학으로 승화하며 사람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이겨내 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전문가들은 이런 허언증 확산에 대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낳은 문화라며 사회적인 현상 차원에서 해석한다. 또 한 심리상담 전문가는 허언증 관련 상담이 최근 2년간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들은 남의 평가에 집착하거나 가정에서 과도한 기대를 짊어진 20~30대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허언증 문화. 단순히 철없는 젊은 세대의 놀이로만 치부한다면 해석의 여지가 너무 좁다. 그들의 입장, 그들의 시선도 함께 살펴볼 일이다.

더 열심히 노력하면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고 믿었던 고도성장 사회의 신화가 아닌 ‘금수저-흙수저’ 공식에 더 익숙해져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희망보다 더 무겁게 느끼는 한편의 청년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저 남의 일, 웃기는 일이라며 자조하고 또 모른 척 넘겨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거짓말'들이다.

(사진출처 : 디시인사이드)

▷60초 모바일뉴스 김진아 기자 editkim@QBSi.co.kr (QBS 방송/온라인/모바일/페이스북 뉴스 제보·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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