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일본 온라인 게임 업계의 코스트

벌써 10년전, 제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일하기 시작했던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그 때는 한국 온라인 게임 회사들이 급성장하여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일본도 그런 곳들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나 당시만해도 '게임=일본'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한국 온라인 게임 회사들에게 있어서는 일본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정복해야 할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그건 비단 온라인 게임뿐만이 아니었고, 당시의 한국에서 B2C IT 서비스로 성공한 회사들의 공통된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회사들이 일본에 와서 한 일은 대게 비슷합니다.

우선 도쿄 중심지의 가장 땅값이 비싼 곳 중 한 곳에 으리으리한 사무실을 만듭니다. 그리고 일본의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을 거액에 스카웃해 높은 직책에 앉히고, 일본 대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대대적으로 언론에 홍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회사들 대부분이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마케터, 운영팀 등을 한국에서 데려가서 세팅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당시에는 일본 현지에서 한국 회사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기술력을 지닌 엔지니어를 수급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설령 그런 엔지니어를 일본에서 찾는다고 해도 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보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국 게임 회사들이 요구하는 업무 스피드를 일본 스탭들은 쉽게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값싸게 빨리 세팅되는 한국인들을 뽑아서 일본으로 데려가는 방식을 많이들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보니 당연히 급여도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기준에 맞춰졌습니다. 당시만해도 서울보다 물가가 비쌌던 도쿄에서 생활해야 하니 거기에 맞춰서 약간의 조정은 있었지만, 이 당시 한국에서 데려간 한국인 스탭들의 급여는 비슷한 수준의 일본인에 비해서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력 있는 일본인을 뽑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일본인들 중에 있을 A급 인재들은 한국계 회사들에는 잘 오지 않았고, 당연히 사업의 핵심적인 해드들은 계속 한국인들이 맡아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진출했던 한국 IT기업들 대부분이 현재는 일본에서 철수를 하였습니다. 살아남은 곳들은 돈으로 모든 결점을 해결할 수 있었던 곳과 철저하게 일본화가 이루어진 회사 뿐이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당시 한국 IT 기업들의 일본 진출 방식은 '바보같다'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도쿄 중심가의 일등지에 넓은 사무실 얻을 돈이면, 그냥 변두리에 조금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크기의 사무실을 얻고 직원들 월급을 많이 주는 편이 훨씬 현명하고 상식적인 방법일테니까요. 결국 한국에서 데려간 엔지니어들 중 일본에 적응 못한 사람들은 금방 돌아갔고, 일본에 적응한 사람들은 제값 주는 일본 회사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국에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을 뽑아서 그 빈자리를 채우는 사이클이 반복되었죠.

그들은 일본에서 사업을 성공시키기 보다는 일본에서 이렇게 화려하게 사업을 한다는 '내세움'이 더 중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때는 버블이었으니까요.

부동산 관리 회사의 월세 납부 구좌로, 아카사카의 술잔 속으로 녺아서 사라진 그 돈들은 무엇을 남겼을까요?
아마 "일본은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선입견을 남긴 것이 아닐까요?

사실, 일본은 공략하기 매우 쉬운 시장입니다. 다만 대박 나기가 어려운 시장일 뿐입니다.
그리고 정말 지겹도록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시장일 뿐입니다.

위에 올라와 있는 슬라이드에 게임 1개 타이틀당 평균 운영 코스트가 800만엔 정도로 집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평균 운영 스탭은 6명.

이 비용이 곧 운영 퀄리티입니다.
천천히 움직이세요.

 

글 / 도쿄브랜치 대표 김상하 k-sangha@tokyobranch.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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