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해수 온천에서 벌어진 ‘때밀이 고민’

뭐랄까. 처음 여행할 때부터 온천은 힐링의 끝판왕 같은 곳이기도 했다. 돗토리 지역은 일본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꽤 유명한 온천이 2군데 있다. 한곳은 마사사온천으로 850년에 이르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라돈, 그러니까 퀴리부인이 발견한 라듐 온천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방사능 온천으로 오래 전부터 치유를 목적으로 찾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일본 온천지가 그렇듯 이곳에도 무료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가이케온천역에서 내려 도보로 10분 정도 마을을 구경하며 느긋하게 걷다보면 오션 온천 입구가 보인다. 대부분의 일본 온천지가 그렇듯 이곳에도 무료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매력을 느끼는 곳은 가이케온천이다. 이곳은 요나고 역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데 동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수 온천이다. 오션(Ocean)이라는 온천장을 택한 이유도 이곳이 바닷가를 전망 좋은 곳에서 바라보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막상 가보니 매일 남녀 온천탕 위치를 바꾼다고 한다. 음양의 조화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덕분에 하필이면 가는 날엔 바닷가를 등진 곳에서 온천을 해야 했다. 멋진 바닷가를 배경으로 온천을 즐기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해수 온천을 해보니 너무 피부가 미끌거리지도 않고 피부가 부드러워진 듯 느낌이 좋다.

입구에는 족욕을 위한 탕이 먼저 입장객을 맞이한다. 우리나라 포석정 같은 모양새다.

입구에는 족욕을 위한 탕이 먼저 입장객을 맞이한다. 우리나라 포석정 같은 모양새다.

아. 물론 외국에 왔구나 싶은 기분도 들었다. 남자가 들어가는 탕인데 노천이나 실내 탕에서 오갈 때에는 탕 속에선 괜찮지만 모두 중요한 부위는 수건으로 가리고 다니는 게 예의라고 한다. 작은 수건 하나씩 들고 다니면서 감추고 다니려니 “아니 뭐 어차피 남자만 있는데 뭐하러 가리나” 싶어 오히려 더 어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엔 온천 안을 오가다가 (옷 입은) 여성 한 분이 지나가서 깜짝 놀랐다. 잘못 봤나 싶었지만 일행에게 들으니 때를 밀어주는 아가씨(아줌마?)라나. 남탕이든 여탕이든 모두 이 아가씨들이 때를 밀어준다고 한다. 남자 셋이 모여 할 얘기가 뻔해졌다.

“때를 밀어야겠어(가격표 꼼꼼히 따져보면 침 넘기는 남자1).”

“예뻐?(때밀이 아가씨 못 본 남자2)”

“일본에선 때를 우리나라랑 똑같이 미나?(학구적인 것처럼 보이려는 남자3)”

이 사태(?)는 일본의 혼욕 문화에 대한 설전을 안주 삼고 굳이 다른 나라의 사례를 정밀 분석한 다음 1,750엔이라는 가격표를 보며 수없이 망설이다 그냥 일본에선 온천 마치고 나면 꼭 먹는다는 자판기표 흰우유를 마시고나서야 전문용어로 나가리(?), 끝을 맺었다.

이곳 온천은 참 매력적이다. 해수 온천이라는 것도 좋지만 온천장 밖에도 공짜로 족욕을 할 수 있는 거리 족욕장도 만나볼 수 있다. 가족끼리 와서 아예 숙박을 겸해 며칠 동안 온천을 즐길 수도 있단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가족탕도 있다. 40분이나 60분 등 시간 단위로 부부 2명이 들어가거나 아이들이 있을 경우 1명은 추가요금을 내면 하루 종일 온천 이용하는 것보다 더 싼 가격에 가족 온천을 할 수 있다. 물론 시간은 더 짧지만 오붓하게 가족끼리 즐기기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40대의 여행은 나 홀로 즐기기엔 너무 미안한 여행이기도 하다. 좋은 곳에 가고 맛난 걸 먹으면 아내와 아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여보.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나 때 안 밀었어.”

여기가 어디?

글/ 트렁크로드 이석원 lswcap@trunkroad.co.kr

트렁크로드

Trunkroad. 간선도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간선도로는 도로망의 기본이다. 중요한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듯 트렁크로드는 여행을 위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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