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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계 깬 ‘사기 유닛’, 소니 RX100 마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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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에 잡기 좋은 크기의 RX100 마크4

‘사기 유닛’

3년 전 남산의 행사장에서 처음 본 소니 RX100을 가리키며 던졌던 말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덩치에 고작 1인치 센서를 달고도 사진 찍는 재주가 남달랐던, 마치 컴팩트 디카의 탈을 쓴 다른 유형의 카메라 같았기에 사기 유닛으로 불렀던 것이다. 하지만 RX100에 대한 ‘사기 유닛’의 좋은 의미는 이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더 나은 사진 품질과 기능을 보강한 후속 제품이 해마다 나왔을 때, 진화라는 의미를 담을 RX100은 나오지 않을 것처럼 보였고, 소니의 외계인 고문도 끝난 줄 알았다. 아마24일 새로운 RX 제품을 발표하는 기자 간담회에서 한계를 깬 RX100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 생각을 바꾸진 않았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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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새는 종전과 큰 차이는 없지만 HFR 모드가 다이얼에 추가됐다

RX100 가문의 막내로 등장한 ‘RX100 마크4’의 제품 소개가 끝난 뒤 그리 길지는 않지만 몇 가지 기능을 직접 살폈다. 화질에 집중했던 종전 제품들과 확실히 다른 한 가지는 컴팩트 디카의 보이지 않는 한계를 벗어난 기능을 갖췄다는 점이다. 1/32000초까지 끌어 올린 셔터 속도와 초당 16장의 사진을 찍는 연사 기능, 초당 960장의 초고속 영상을 촬영 찍어 아주 세밀한 슬로모션 영상을 담는 재주가 그렇다. 비록 초당 960장의 영상을 찍는 HFR(High Frame Rate) 모드에서 고작 2초 밖에 촬영하지 못할지라도 무려 30초 이상 슬로모션으로 보는 즐거움은 RX100 마크4와 RX10 마크2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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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엑서모어RS 이미지 센서. 가운데 길죽한 게 D램이다

전자식 셔터를 쓰는 수많은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에서 볼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비밀은 적층형 ‘D램’ 이미지 센서다. 하지만 적층형 구조는 이미지 센서의 면적을 줄이는 방식일 뿐 그것만으로 성능을 높일 수 없다. 이미지 센서의 성능을 높인 비밀의 열쇠는 위 사진 가운데 길죽하게 누워있는 직사각형 칩 두 개다. 그 칩은 다름 아닌 D램. 받아들인 빛을 디지털로 바꿔 이미지 프로세서로 보내는 과정에서 D램은 다량의 데이터를 이미지 프로세서로 더 빠르게 보내기 위해 데이터를 잠시 모아두는 캐시 같은 역할을 한다. D램의 정확한 용량은 확인할 수 없지만, D램을 더한 엑스모어 RS 이미지 센서 덕분에 종전보다 5배 더 빠르게 이미지 프로세서 쪽으로 데이터를 내보낼 수 있게 된 것이 RX100 마크4에 새 기능을 더할 수 있는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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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구성은 종전과 같은데, 여전히 조작은 조금 까다롭다

하지만 좋은 성능을 활용하는 재주가 늘어나면 이를 다루는 방법도 쉬워져야 하는데, 짧은 시간 RX100 마크4를 다루는 동안 이용자 인터페이스가 여전히 복잡하다. 어려운 촬영도 좀더 쉽게 할 수 있게 메뉴 구조를 단순하게 쉽게 보여주는 재주 만큼은 아직 다듬지 못한 모양이다. 특히 HFR 모드로 녹화할 때 이 기능이 단 2초 동안만 작동한다는 사실의 안내, 기록 작업을 하는 화면이 마치 녹화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 메뉴는 고쳐야 할 듯하다. 왼쪽 모서리에 숨어 있던 뷰파인더를 꺼내 사진을 찍는 것은 이전과 다르지 않지만, 안경을 쓴 채 작은 전자식 뷰파인더를 보기 위해 바싹 붙이면 뷰파인더가 안으로 밀려들어가 시야가 흐릿해지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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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원을 켠 RX100 마크4의 모습

이처럼 감출 수 없는 몇 가지 불편도 고스란히 드러냈지만, RX100 마크4의 재주에 놀라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 없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한번 더 좋은 의미의 ‘사기 유닛’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글/ 테크G 최필식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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