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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모바일뉴스] 월화수목금금금… ‘야근공화국’에 사는 야근 미생들

사진 출처: 구글(Google)

● 한국의 야근 문화, 장시간 노동의 현실
[60초 모바일 뉴스 구은정 기자] 우리는 언제쯤 ‘밥 먹듯이’ 하는 야근, ‘당연한’ 야근이라는 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야근’과 ‘문화’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하나 되어 ‘한국의 야근 문화’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현실. 주5일 근무제가 100명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 지도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장시간의 근무는 변하지 않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5년 12월 직장인 461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 일상’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요즘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6시간 취침하고, 직장에서 평균 10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근 횟수는 주 5일제 기준으로 일주일 평균 3.5일, 칼퇴근하는 날은 평균 1.5일에 그쳤다.
연간 근로시간만 봐도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이 2,124 시간으로, OECD ​26개국 중 멕시코, 코스타리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하위인 독일의 1,371시간보다 753시간이나 더 많은 시간이다.
한국의 야근 문화는 외신이 주목할 정도로 유명하다. CNN은 지난 7월, 한국의 야근 문화에 대해 취재해 기사를 발행했다. ‘신입 사원은 일 년에 겨우 5일 연차, 그 이상을 요구하면 미친 사람 취급받는다’, ‘젊은 사원들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자리에 앉아 상사가 언제 가는지 눈치를 보며 야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인터뷰가 실린 이 기사에서는, 한국에 야근 문화가 팽배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한국 문화 자체가 상사에게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정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의무 복무제로 인해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군대 문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지나친 야근, 건강에 적신호
지나친 야근으로 사람이 죽었다는 기사도 가끔 뜬다. 2012년 9월 6일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응급실에 실려 간 A씨는 닷새 뒤 뇌출혈로 숨졌다. 건축설계 일을 하던 그녀는 같은 해 8월부터 하루도 못 쉬고 출근했으며, 그전에도 한 달에 고작 2~3일 쉬었고 때로 야근도 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자문의는 사망과 업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대법원에서도 역시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지 않았다.
2015년 5월 2월 말, 한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하다가 새벽 5시경 회사 정수기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B씨는 발병 전 12주간 주당 60시간을 초과해 평균 63시간씩 근무했으며, 사망 1개월 전부터는 야간 근무로 전환해 매일 11시간 30분씩 근무했다. 또한, 전월 초부터 사망 2주 전까지 40여 일 동안 매일 8시간 이상을 근무하며 단 하루밖에 쉬지 못했다. 그런데도 역시 근로복지공단은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으므로 업무상 재해라고 보기 어렵다는 통보를 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사인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앞뒤 맥락을 봤을 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2015년 1월 발표한 ‘2013년 산업재해현황분석’에 따르면 2013년에 업무상 질병에 걸린 사람은 총 7,627명이었다. 이 중 허리 통증이 3,69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진폐․특정화학물질 중독 등은 1,414명, 뇌 · 심혈관 질환은 684명이었다. 뇌 · 심혈관 질환자 중 348명은 사망에까지 이르렀다.
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객관적 지표를 들지 않아도 주지의 사실이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운동부족이기 때문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2015년 8월, “초과근무를 자주 하는 노동자들은 정상적인 노동시간을 지키는 노동자들보다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최근 미국 보스턴 소재 브리검여성병원(BWH) 연구진은 야근을 많이 하면 근무를 하지 않고 잠을 충분히 잤을 때에 비해 운전 중 교통사고를 낼 위험이 37.5%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최신호에 실었다. 이 연구에서 야근 후 운전자의 절반 정도는 정상 근무 운전자보다 목표 지점에 훨씬 일찍 도착하기도 했는데, 이는 결국 피곤해서 과속을 했다는 말이 된다. 이 연구를 주도한 수면 및 생체리듬장애 센터장 찰스 체이슬러 박사는 “야간 근무 후 운전능력 장애 상태는 법적인 음주 운전 상태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 야근이 의무…? 법· 제도적 허점 개선 필요해
한 사람당 업무가 늘어나도 기업에서는 신규 채용을 꺼린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경영학과 노용진 교수는 “세계적으로 기업 생산성이 올라가면 사람을 줄이거나 개별 노동자의 업무 시간을 줄여왔는데, 기업은 통상 사람을 줄이는 걸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에도 허점이 있다. 현재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다. 여기에 노사 합의로 12시간을 추가 연장할 수 있다. 즉 현행법상 노동자는 일주일에 최대한 52시간 일을 하게 된다. 2011년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지정노무법인 소민안 수석책임노무사는 “사실상 처벌되는 사업장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전체 노동자의 19%, 즉 357만 명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다. 주 5일제에서 제외되는 특례업종이 많은데다가 노동부가 토․일요일 근무는 주 52시간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 야근, 장시간 근무가 특히 많은 업종은…?
지정노무법인 소민안 수석책임노무사는 “식당 등 요식업종은 주 6일, 하루 12시간 근무가 보편적이다. 병원 역시 경쟁이 심화하면서 주 6일, 하루 10시간 근무가 일반화된 곳이 많다.”며, “운수업종은 대표적으로 근로시간이 많은 업종인데 특히 마을버스 기사는 월 26일 2교대로 일하고, 택배업 종사자의 상황도 열악하다.”고 전했다.
기업체는에 근무하는 회사원들은 어떨까?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1,375명을 대상으로 2013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업별로 특별히 야근이 많거나 적은 직업이 정해져 있지는 않고, 두루두루 전 직종에서 야근이 생활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 ‘전자, 기계, 기술, 화학, 연구개발’ 분야가 15.7%로 가장 많은 야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 ‘경영, 인사, 총무, 사무’가 13.2%, ▶ ‘인터넷, 정보기술(IT), 통신, 모바일’이 12.6%, ▶ ‘생산, 정비, 기능, 노무’ 10.3%, ▶ ‘건설, 건축, 토목, 환경’ 9.8%, ▶ ‘무역, 영업, 판매, 매장관리’ 8.1% 등이 특히 야근이 잦은 직종으로 조사되었다.

● 야근 = 기업의 생산성 = 노동자의 성취감 ?
일하는 시간이 길면 도리어 효율성은 떨어진다. 오래 일하는 게 습관이 되면 업무 집중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OECD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13년 기준으로 34개 회원국 중 25위였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승택 본부장은 “더 나은 관리시스템과 자원 투자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지 언제까지 인건비로 돈을 벌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사실 야근이 꼭 나쁜 말은 아니다. 야근이 꼭 필요한 경우에 수당을 제대로 책정한다면, 얻는 보상만큼 노동자는 기쁘게 일을 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스타트업이 앞으로 승승장구하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맨땅에 헤딩할 때, 돈보다도 성취감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노동자들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쓸데없이 시간을 뺏긴다는 느낌을 받고 하는 야근, 하나의 문화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계속해야 하는 야근으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왕 야근을 한다면 이렇게 긍정적인 야근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60초 모바일뉴스 구은정 기자 rosalie@QBSi.co.kr (방송/온라인/모바일/페이스북 뉴스 제보·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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