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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기어 VR과 갤럭시 노트5로 다른 세상에 들어가다

↑갤럭시노트5를 꽂은 기어 VR

갤럭시 노트5가 발표될 때 당연히 기어 VR이 공개될 줄 알았다. 지난 1년 동안 갤럭시 노트4와 기어 VR 이노베이터 에디션으로 가상 현실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한편으로 그 한계를 절감했던 터라 후속 제품의 등장을 기대했던 것이다. 나의 바람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갤럭시 노트5를 위한 기어 VR이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8월 말에 출시된 갤럭시 노트5를 쥐고 다시 몇 달을 기다려야 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갤럭시 노트5를 꽂을 수 있는 기어 VR이 출시됐다. 더 이상 ‘이노베이터 에디션’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포함하지 않은 기어 VR이다. 갤럭시 노트5 전용이 아니라 갤럭시 S6와 S6 엣지, S6 엣지 플러스를 모두 쓸 수 있는 범용성까지 갖춘 제품이지만, 내게는 그저 갤럭시 노트5를 쓸 수 있는 기어 VR일 뿐이다.

↑머리 끈 고리를 약간 기울인 덕분에 머리 끈이 귀에 걸리지 않는다. 오른쪽 옆 컨트롤러는 예전과 똑같이 들어 있다

정식 기어 VR은 1년 동안 틈틈이 썼던 갤럭시 노트4용 기어 VR과 만듦새나 구성에서 여러 모로 달랐다. 돈을 들였을 만한 것은 전부 뺐다. 단출한 포장에 머리 끈 같은 부속도 볼품 없었다. 하긴, 20만 원이 넘던 제품을 10만원 초반에 내놓으려면 줄이는 것 말고 답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너무 성의 없어 보이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만듦새만 놓고 실망하는 것은 이르다. 긍정적인 변화가 더 많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좋아진 착용감이다. 갤럭시 노트5를 꽂고 머리에 써보니 종전 이노베이터 에디션을 쓸 때보다 한결 가볍고 편하다. 기어 VR과 갤럭시 노트5를 결합했음에도 상당히 가벼운 데다 얼굴에 닿는 부분의 천 재질을 바꾼 덕분에 얼굴을 누르는 압박감이 줄었다. 더불어 안경을 쓴 채 기어 VR을 볼 수 있도록 안쪽 구조도 바꿨다. 다만 안경을 쓰고 보니 안경의 코 받침 부분이 콧등을 눌러 압박한다. 되도록 기어 VR만 쓰고 보는 편이 더 나을 듯하다.

↑근접 센서가 있어 기어 VR을 머리에 뜰 때만 앞쪽에 꽂은 스마트폰이 켜진다

갤럭시 노트5를 꽂은 기어 VR을 쓰니 그제서야 화면이 켜진다. 정수리 쪽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어쨌거나 머리에 써야만 작동하는 근접 센서는 변함 없이 잘 작동한다. 변하지 않은 것은 또 있다. 곧바로 기어 VR용 오큘러스 앱을 설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점이다. 오큘러스 스토어와 기본 앱을 갤럭시 노트5에 설치하는 과정을 끝내야만 기어 VR을 즐길 수 있다.
갤럭시 노트5의 깔린 오큘러스 스토어를 여는 순간, 불현듯 앞으로 갤럭시 노트4와 VR을 쓰기 어려울 듯한 슬픔 예감이 든다. 갤럭시 노트4에서 볼 수 없는 컨텐츠가 너무 많아졌다. <이브 : 건잭>(EVE : Gunjack)이나 <디어헌터 VR>, <랜즈 엔드>. <앤셔 2> 등 보자마자 결제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앱이 목록에 새로 떴다. 혹시나 싶어 갤럭시 노트4의 오큘러스 앱을 열었으나 역시 없다. 게임이나 체험형 컨텐츠가 얼마나 되는지 세어보니 100여개쯤 된다. 갤럭시 노트4의 오큘러스 스토어에 비하면 갤럭시 노트5는 40여개 더 많은 데다 앞으로 지원 방향을 감안하면 앞으로 갤럭시 노트4와 기어 VR 조합은 잊어야 할 때가 온 듯싶다.

↑응용 프로그램은 종전 이노베이터 에디션을 쓸 때보다 확실히 늘어났다

그런데 갤럭시 노트5와 기어 VR 조합이 종전 노트4를 쓸 때와 비교해 보는 느낌까지 달라질 거라 여기진 않았다. 기어 VR을 머리에 쓰고 초점을 맞춘 뒤 눈앞에 뜬 메인 화면을 보고 나서야 그것이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을 알았다. 신형 기어 VR은 종전 기어 VR에서 보던 화면과 느낌이 다르다. 종전에는 상하좌우에 둥근 원이 보여 답답한 반면 신형은 한가운데 가림막 없이 탁 트여 시원하다. 그냥 정면을 보면 양 옆에 아주 가늘게 검정 막이 살짝 보이긴 해도 이전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 보인다. 갤럭시 노트4에서 보았던 화소간 격자는 갤럭시 노트5도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답답하지 않은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하다.
더 넓고 시원한 기어 VR에서 여러 앱을 즐기다가 문득 마음 한 켠에 남은 걱정거리를 해결했을 지 궁금했다. 갤럭시 노트4와 VR 조합은 앱 실행 뒤 몇 분 지나 열을 식힌 다음 계속 하라는 메시지가 곧잘 떴다. 워낙 계산량이 많은 VR 컨텐츠를 처리하기 위한 AP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 쓰다 보니 발열이 심해 기어 VR에서 컨텐츠를 오래 즐길 수 없던 것이다. 갤럭시 노트5는 그 메시지가 언제쯤 뜨나 싶다. 노트5에서 열이 적게 내다 보니 팬이 없는 데도 제법 오랫동안 발열을 잡으라는 메시지를 띄우지 않는다.

↑안경을 쓴 채로 기어 VR을 즐길 수 있지만, 그리 편하진 않다

이노베이터 에디션에서 드러난 수많은 단점을 고치니 확실히 VR을 보는 환경은 훨씬 쾌적해졌다. 이용자가 보는 시점에 맞춰 정확하게 조작할 수 있는 통합된 기어 VR의 강점은 그대로다. 다만 갤럭시 노트5과 기어 VR 조합으로도 어지럼증을 느끼게 하는 컨텐츠에서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신비한 마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나마 AMOLED 디스플레이 특성과 오큘러스의 응용 프로그램을 관리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컨텐츠에 대한 보완과 경고 덕분에 다른 스마트폰 VR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어지러움은 덜하다.
그동안 지적된 여러 단점을 고치긴 했어도 물고 늘어질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12만9천800원이라는 가격은 여전히 비싸게 보일 수 있다. 적어도 기어 VR에 대놓고 비교하는 3~4만 원짜리 중국산 VR에 비하면 그렇게 보인다. 센서나 조작 장치의 통합, 응용 프로그램 환경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형태만 비교한다면 쉽게 빠질 수 있는 오류다. 삼성의 최신 플래그십 제품에만 대응하는 부족한 범용성, 무엇보다 모두 저장 공간을 확장할 수 없어 설치할 응용 프로그램과 컨텐츠의 제약이 너무 심한 것은 기어 VR을 쓰지 못하거나 쓰고 있는 이들이 충분히 시비 걸만한 요소다. 충전용 USB 단자를 통해 OTG 케이블로 USB 메모리를 꽂아 쓸 수 있게 했다면 그 작은 해결책 만으로 진심 감동의 찬사를 쏟아냈을 텐데, 지금은 비판으로 글을 끝내야 할 것 같다.

원문 | chitsol.com

글/ 테크G 최필식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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