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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대신 닭’ 엡손 BT-200, 직접 써보니…

기대만큼이나 아쉬운 방문이었다. 서울무역전시관(SETEC)에서 진행한 2015 앱쇼코리아(APP SHOW KOREA) 행사이야기다. 애플리케이션 전시회라는 이름을 달았으나 뚜렷한 정체성이 없는 행사였다. 아마도 한국 엡손(EPSON)이 스마트글래스인 모베리오 프로(MOVERIO PRO) BT-2000을 최초로 공개한다는 소식에 시간을 내어 다녀올 일은 없었을 행사였다. 올해 초 기대했던 구글 글래스의 상용화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아 스마트글래스에 관한 소식을 많이 찾아볼 수 없었기에 이번 모베리오 프로 소식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스산한 날씨만큼 쓸쓸했던 전시장에서 한국엡손 전시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국 엡손에서는 이번 전시 내내 자사의 스마트글래스인 모베리오 제품을 전시하고 이를 시연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전시 관람객이 많지 않아 충분한 시간 동안 제품을 시연해볼 수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 2015 앱쇼코리아 내부 한국 엡손 전시관

이 부스를 찾은 목적은 모베리오 프로 BT-2000을 체험이었다. 그러나 모베리오 프로 BT-2000의 내부 프로그램이 준비되지 않아 전시된 기기를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였다. 아쉬운 대로 개인용 기기인 모베리오 BT-200 제품을 체험할 수밖에 없었다.
BT-200은 2012년 세계 최초의 퍼스널 시스루(See-Through) 씨어터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BT-100의 후속작으로 2014년에 정식 출시한 제품이다. 전작에서 지적받던 무거운 무게를 줄이고 HDMI 대응으로 콘텐츠를 다양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개선한 점이 특징이다.

↑ 모베리오 BT-200

↑ 쉐이드는 일종의 암막 커튼과 같은 기능을 한다.

모베리오 BT-200은 크게 안경처럼 착용하는 헤드셋 부분과 컨트롤러 부분으로 나뉜다. 두 제품은 케이블로 연결되어있다. 헤드셋 부분은 화면을 보여주는 역할에 집중하고, 기능 대부분은 컨트롤러가 담당한다. 모베리오를 쓰면 할 수 없이 귀 뒤로 선이 내려올 수밖에 없다. 헤드셋은 헤드셋 본체와 저시력자를 위한 렌즈 홀더 부분, 내부에 표시되는 화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쉐이드가 있다. 쉐이드는 일종의 암막 커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안경을 낀 상태로 착용하긴 어렵다. 저시력자는 렌즈 홀더 부분에 도수 있는 렌즈를 착용해 이용해야 한다. 헤드셋을 통해 보는 화면은 프로젝터 원리를 통해 보는 것이라는 설명에 헤드셋에서 초점을 맞출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초점은 고정된 상태로 별도의 조정 기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따라서 저시력자는 렌즈 홀더가 반드시 필요하다.

↑ 화면 너머로 안드로이드 UI가 보인다.

↑ 멀리서 보거나 밖에서 보면 어떤 화면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안드로이드 4.0을 탑재한 모베리오 BT-200의 액정패널의 화소수는 qHD(960×540)다. 헤드셋을 착용하자 눈앞에 화면이 펼쳐졌다. 쉐이드를 끼우지 않고 보면 외부 환경과 동시에 모베리오 화면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이 엡손 모베리오 시리즈의 강점이다. 화면을 보는 중간에도 밖에서는 어떤 화면을 보고있는지 알 수 없다.
좌우 두 개의 이미지를 조합하는 SBS(Side-by-Side) 형식의 3D 보기를 지원해 화면이 양쪽으로 나뉘어 재생되는 3D 콘텐츠를 하나로 합쳐서 볼 수 있다. 단, 모베리오는 무조건 화면을 합쳐주는 기능만 있으므로 일반 화면에서 3D 대응 기능을 켜면 화면 일부가 겹쳐 보이는 문제가 있다.
전작인 모베리오 BT-100은 거의 200g에 가까운 무게였으나 BT-200은 케이블과 쉐이드를 빼고 88g으로 다이어트했다. 그래서 실제 착용해본 모베리오 BT-200은 조금 묵직한 안경을 쓴 느낌이었다. 코 받침을 조절할 수 있었으나 뒤에 동봉된 이어훅을 연결하지 않으면 쉽게 미끄러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오른쪽 아래엔 30만 화소의 카메라가, 그리고 그 옆으로 노크 컨트롤 부분이 있다.

착용자 시선을 기준으로 오른쪽 아래에는 30만 화소 카메라가 있다. 이 카메라를 통해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할 수 있고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증강현실(AR) 기술이 접목되어 특정 코드를 보면 화면에 정보가 표시되도록 할 수도 있다. 30만 화소 카메라는 조악한 수준으로 QR코드 인식, 그리고 증강현실 기능에나 쓸만한 정도였다.

↑ 증강현실을 이용해 카드에 있는 정보를 읽을 수 있다.

↑ 시선에 맞춰 여러 정보를 볼 수 있다.

증강현실 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행 후 모베리오를 착용하고 시선을 카드에 돌리자 분자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었다. 카메라 옆으로 넓은 면에는 음소거 노크 센서가 있어 두 번 두드리면 재생되는 영상이나 음성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기능을 갖췄다.

↑ 이어마이크를 연결할 수 있는 부분

헤드셋 자체에는 별도의 음성 재생이나 마이크 부분이 없다. 따라서 컨트롤러와 이어진 부분에 있는 3.5파이 이어폰 단자에 이어마이크를 연결해야 한다. 음성을 이용한 조작은 지원하지 않고, 오직 컨트롤러를 이용한 조작만 지원한다. 이어마이크를 연결할 수 있는 부분에는 클립이 있어 옷 중간에 고정할 수 있다.

↑ 모베리오 BT-200의 컨트롤러. 트랙패드 방식이다.

컨트롤러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컨트롤러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은 터치 센서로 이용자는 트랙패드를 쓰는 것처럼 손가락을 쓸어 모베리오를 조작할 수 있다. 아래에는 안드로이드의 메뉴 버튼, 홈 버튼, 백 버튼이 있다. 

↑ 컨트롤러 왼쪽

↑ 컨트롤러 오른쪽

오른쪽에는 볼륨 버튼과 USB 연결 부분이 있어 충전할 수 있다. 왼쪽에는 microSD 카드를 꽂을 수 있다. 그 옆에는 버튼이 하나 있는데, 조작에 따라 다른 기능으로 전환한다. 음량을 조절하는 버튼도 상황에 따라 밝기 조절 모드로 전환되는 식이다.
컨트롤러에 무선 랜, 블루투스, GPS가 탑재되어 있다. 이를 통해 인터넷이나 다른 기기에 연결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모베리오를 쓰면서 키보드 입력이 가장 어려웠는데, 별도의 블루투스 키보드를 이용하면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쓰므로 다른 기기와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점은 모베리오의 장점이다. 배터리는 2720mAh로 비디오를 재생하면 6시간 동안 쓸 수 있다.

↑ 모베리오 프로 BT-2000. 산업현장에 최적화된 스마트글래스 제품이다.

↑ 밴드 방식이고, 카메라 부분과 화면 부분이 따로 움직인다.

모베리오 BT-200과 비교해 모베리오 프로 BT-2000은 산업현장에서 쓰기 유용한 형태를 갖췄다. 우선 안경형이 아니라 밴드형으로 코받침이 필요하지 않다. 카메라 부분과 디스플레이 부분이 나뉘어 안전 헬멧과 함께 착용할 수 있다. 카메라는 500만 화소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카메라 렌즈는 2개로 이는 깊이(Depth)를 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상도는 같으나 밝기가 종전의 750cd에서 1500cd로 두 배 밝아졌다고 한다.

↑ 물리 버튼으로 이뤄진 컨트롤러.

컨트롤러 부분도 달라졌다. 트랙패드가 사라지고 버튼식으로 바뀌었다. 산업현장에서 세밀한 조작이 어려울 것을 대비한 변화로 보인다. 물리버튼을 이용해 조작할 수 있으므로 장갑을 낀 상태로도 조작할 수 있다. 또한, 모베리오 프로 BT-2000부터는 음성을 통해 조작할 수도 있다. 별도의 서버가 필요 없는 단독형(Standalone)으로 이 역시 산업현장을 고려한 부분으로 보인다.
모베리오 시리즈가 다른 스마트글래스와 비교하여 어떤 강점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엡손의 안윤정 대리는 “엡손의 발전된 프로젝터 기술이 녹아있는 디스플레이와 이를 이용해 외부 환경과 동시에 화면을 볼 수 있는 시스루(See-through)”를 들었다
외부 환경을 보면서 동시에 화면을 볼 수 있는 시스루 기능과 동시에 비슷한 기기보다 밝고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다양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어서 쓰임새가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기기의 성능과는 별개로 최초 공개하는 제품을 시연할 수 없었던 점과 2014년에 출시한 기기를 반복체험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아쉬웠다. 현재 BT-200 제품은 69만9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BT-2000의 정확한 출시일정과 가격은 미정이다.

글/ 테크G 박병호 기자 bh@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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