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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4세대 애플 티비, 전혀 놀랍지 않은 애플의 시도

↑4세대 애플TV

4세대 애플 TV가 나온 것은 10월 30일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다. 미국과 일본 등 이미 애플 TV를 출시했던 몇몇 나라에 새 모델이 공급됐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전혀 쓰지 못할 제품은 아니다. 이미 예전에 나온 애플 TV를 구입해 즐긴 이유는 애플 TV에서 직접 컨텐츠를 볼 수 없어도 에어플레이로 아이폰과 무선으로 연동해 컨텐츠를 TV에서 보는 용도로 쓸만해서다.
하지만 이전 세대의 애플 TV와 달리 4세대 애플 TV는 값이 껑충 뛰었다. 32GB 모델이 149달러, 원화로 17만원이 넘는다. 세금을 더하면 거의 20만원 가까이 된다. 50달러나 오른 만큼 부담인데, 액세서리도 만만찮다. 애플 TV용 헤드셋 299.95달러, 게임 콘트롤러 49.95달러, HDMI 케이블 19달러, 리모트 루프 12.99달러, 시리 리모트 79달러다. 모두 살 필요는 없지만, 이걸 다 사 모으고 나면 블랙 프라이데이에 놓친 TV 세트가 간절해 질수도 있다.

↑4세대(왼쪽)과 2세대(오른쪽) 애플TV의 비교. 두께의 차이가 확연하다

어쨌든 애플 TV 세트를 일본에서 한 대 구매했다. 막상 제품을 받고 보니 일본에서 구입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워낙 간결하기도 하지만 뒷면에 스티커로 상세 정보와 메뉴얼 부분만 일본어로 적혀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어디에서 나온 물건인지 알 수 없을 듯하다.
애플 TV 로고가 써 있는 박스를 열면 본체와 리모콘이 보인다. 그 아래 전원 케이블과 라이트닝 케이블 그리고 간단한 설명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애플 TV 본체는 두꺼워졌다. 이전 세대와 대략 따져보면 1.7배 쯤 두꺼워졌다. 하지만 가로세로는 동일해 보인다. 이전 세대와 겹쳐놓으니 높이만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큰 차이점 중 하나는 광 출력 단자가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마이크로 USB 단자가 라이트닝 케이블 단자로 바뀌었다.

↑애플TV 리모컨. 위쪽 밋밋한 공간이 트랙패드의 기능을 한다

리모콘은 이전 세대는 간결한 반면 4세대 애플 TV는 버튼형으로 되어 있어 iOS에서 이리 저리 움직이기 불편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마냥 불편한 것은 아니다. 4세대 애플 TV 리모컨은 트랙패드를 축소한 것이어서 문지르고 누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자이로 센서, 가속도 센서를 내장해 간단한 게임 컨트롤러로도 쓸 수 있다. 연습은 좀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이후에는 여느 컨트롤러와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전 세대는 동전형 베터리를 넣었다. 4세대 애플 TV 리모컨은 내장형 배터리로 바꿨다. 다른 애플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라이트닝 케이블로 충전을 할 수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라이트닝 케이블을 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트닝 케이블 하나의 가격을 감안하면 그 비용 만큼 본체 가격을 내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웬만한 아이폰 사용자들은 대부분 라이트닝 케이블이 있어 이중 지출이라서다.
리모컨 앞은 터치패드와 시리 음성 입력, 음악 재생/멈춤, 메뉴, 홈 화면, 그리고 볼륨 조절 버튼이 있다. 리모컨 상단에 적외선 센서가 있다. 애플 TV와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딱히 적외선이 필요 없다. 가리고 눌러봐도 잘 작동한다.

↑켜자마자 한국어가 곧바로 뜬다. 지역에 맞는 언어를 알아서 찾는 재주가 놀랍다

4세대 애플 TV를 일본에서 구입했기 때문에 언어 문제가 나타날 줄 알았다. 처음 설정에서 한국어가 보이지 않아 다른 언어로 써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보니 언어에 한국어가 최상단에 뜬다. 애플의 꼼꼼함이 보이는 순간이다. 지역도 대한민국이 최상단에 표시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직 무선 랜을 연결하기 전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런 연결 없이 지역과 언어를 알아서 설정하다니… GPS라도 내장한 걸까?
모든 설정을 끝내고 애플 시리를 쓰기 위해 마이크 버튼을 눌렀다. 주인님하고 나타나야 할 그녀의 반응이 전혀 없다. 아직 한국어는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일까? 시스템 언어를 영어로 바꾸니 시리가 깨어난다. 시리를 깨우긴 했지만,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뒤 다시 시리를 잠재워 버렸다.

↑애플TV의 앱스토어. 메뉴도 단순하고 앱도 적은 상황이다

사실 4세대 애플 TV를 산 데는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은 아니더라도 닌텐도 위(Wii) 수준의 콘솔 머신의 역할을 살짝 기대했다. 저작권이 있는 영상 컨텐츠는 보기 어려워도 게임은 할 수 있어 활용 폭은 더 넓어졌으니까. 하지만 몇몇 게임을 실행한 뒤 애플TV를 게임용으로 적합하다고 말하기는 이른듯하다. 아직까지 킬러라고 여길 만한 게임 앱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발매되지 않으니 굳이 사야할 이유를 댈 필요도 없지만…
기본 콘트롤러로 게임을 하고 나니 엄지 손가락이 무척 아르다. 플레피 버드처럼 열심히 누르는 게임이면 그나마 나은 편인데, 조이 패드가 필요한 앱은 정말 사용성이 최악이다. 마우스 대신 트랙패드로 1인칭 슈팅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애플 TV에서 쓸 수 있는 게임 패드는 50달러나 한다. 게임 컨트롤러를 따로 사서 제대로 된 게임을 하려니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그냥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을 구입하는게 낫다 싶기도 하다.

↑애플TV를 위한 컨트롤러를 사는 게 왠지 아깝다

HBO나 넷플릭스 같은 영상 컨텐츠는 지역 제한에 걸린다. 물론 VPN을 사용해서 우회하면 볼 수 있다. 그나마 플렉스(Plex) 덕분에 네트워크 저장 장치에 담아 놓은 영상을 볼 때는 편하다. 다른 비디오 플레이어도 애플 TV에서 쓸 수 있다고 하니 NAS와 연동해 영상 콘텐츠를 보는 것은 편해질 듯하다.
솔직히 이전 세대도 그렇지만 4세대 애플 TV도 한국에서 쓰기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더구나 아직까지 앱스토어에 애플 TV용 앱이 너무나 적다. 애플 TV 앱들은 다른 iOS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애플 TV에서만 가능하거나 화면이 큰 곳에서 봐야할 영상 컨텐츠가 아니면 굳이 애플 TV가 필요하나 싶기도 하다. 다만 가능성을 엿볼 부분은 있다. 더 나은 처리 능력과 그래픽 표현력이 좋은 더 나은 하드웨어에 애플 TV만 즐길 수 있는 대작 게임이 나온다면 말이다. 정말 그럴 일이 일어날 지 모르지만…

 

글/ 테크G krazyeom krazye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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