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12월 가장 고즈넉한 겨울 바다 고성

가을은 어느새 가고 겨울이 왔다.

 

선선한 날씨 역시 매서운 추위가 되가는 이쯤, 온갖 모임과 분주한 연말의 일상은 우리는 지치게 만든다.

서울 천만인파가 주는 답답함을 피해서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시기이다.

 

대한민국 최동북단에 위치한 고성은 지도에서 보면, 정말이지, 구석에 박혀 있다.

마음 먹고 찾아가지 전까지는 들릴 일이 없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이런 고립성은 사람과 일상에 치여서 고즈넉한 휴식을 찾는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서울에서 춘천을 지나 약 5시간 정도 가면, 고성을 만날 수 있다.

고성 도착하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바다가 아니라 건봉사이다.

1500여년 전에 세워진 이 사찰은 오래된 세월 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이다.

신라시대 법흥왕이 설립 했으니 그 역사의 깊이가 보통이 아니다. 그러나 긴 세월 만큼 아픔도 많았다.

고구려-신라의 전쟁부터 임진왜란, 6.25 까지 수많은 전쟁을 목격했고, 특히 6.25 당시 수많은 국군과 미군 장병들이 전사한 곳이기도 하다.

긴 시간 만큼 사찰은 약탈도 많이 당했다. 약탈을 한 자들도 당나라, 러시아, 청나라, 일본, 북한 등 다양하다.

지난 고난의 세월을 우리 민족과 함께 보낸 절이라, 동지애가 느껴진다.

하지만 수많은 전쟁과 약탈도 이 절은 지우지는 못했고, 그 아름다움을 빼앗아 가지 못했다.

 

12월 이맘때쯤 대한민국 최북단 사찰인 건봉사에는 눈이 아주 많이 내린다. 눈내린 건봉사는 호젓함이 물씬 느껴지다.

아직은 나무에 힘겹게 매달려 있는 색감이 흐려진 단풍잎, 사찰 기와 지붕에 소복소복 내리는 하얀 눈은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풍경을 만든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곳에서 잠시나마 머물면 정신이 맑아진다. 정신이 맑아지면 욕심도 버릴 수 있게 된다.

 

오랜 친구를 만나기전 몸단장을 하듯, 겨울 바다를 만나기전 정신단장을 건봉사에서 한 후,

다시 동쪽으로 1시간 정도 더 여행하면, 눈내리는 고성 화진포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파도소리, 바닷바람, 그리고 눈내리는 해변가.

눈내리는 바다에서는 시야가 길지못하다. 하지만 눈 뒤로 숨여버린 바다는 더욱 매력적이다.

멀리 수평선이나 탁 트인 바다는 없기에 내 주변의 것들에 집중 할수 있다.

모래사장에 밀려오는 작은 파도들, 내린 눈을 있는 힘껏 온몸에 담고 있는 해송들 ,

가까이 있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비로소 발견 할수 있다

 

화진포 해수욕장을 가운데 놓고, 서쪽으로는 그 물이 맑기로 유명한 화진포 호수가 있다.

모래사장을 끼고 한쪽은 호수, 한쪽은 바다인 것이다.

파도가 거친 날에도 잔잔한 화진포 호수는 화진포의 아름다움에 화룡정점을 찍는다.

아주 추운 겨울에는 화진포 호수가 얼어서, 그 위를 산책 할수도 있다.

나무 한그루 없는 얼은 호수위에는 영혼까지 얼릴 정도로 추운 바닷바람이 불지만

걸어본 사람들 많이 알수 있는 설명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이런 아름다움은 아이러니를 만들기로 한다.

반 세기전 참혹한 전쟁을 한 이승만과 김일성. 이 두사람의 별장이 모두 이곳, 화진포에 나란히 있다.

이들은 이념과 사상은 절대 타협하지 못했지만 휴식의 기준은 동일했던 듯 하다.

 

12월 연말의 업되는 분위기와 수많은 술자리도 나쁘지는 않지만 고즈넉한 화진포 바다에서 눈을 맞으며

몸과 마음의 휴식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승만과 김일성 처럼…

 

글/ 라이브스퀘어 바다 칼럼니스트 정상익 sangikchung@naver.com


Comments are closed.

포스트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