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시들해진 데이터 로밍의 로망

PrepaidSim_700

 

이따금씩 외국을 다녀온 뒤 쓴 데이터 로밍 글을 살펴보면 불만이 그득한 내용으로 마무리 되는 글이 적지 않다. 이 글도 종전과 비교해 별반 다르진 않을 듯하다. 정확하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말 불가피한 일이 아닌 이상 나는 데이터 로밍을 쓰지 않는다. 현지 공항이나 이통대리점에서 파는 선불 데이터 심을 사서 모바일 인터넷을 쓰고 있다. 여기에는 비싼 로밍 요금을 줄이려는 이유도 있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나빠지는 데이터 로밍의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데이터 로밍의 로망이 시들해진 이유는 이 때문이다.

현지 망은 괜찮은데 현지망 문제라는 이상한 로밍 품질

이 글을 쓰면서 몇년 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출장지였던 중국 상하이에서 3G 로밍 상태의 스마트폰에 모바일 데이터가 거의 오가지 않았던 것이다. 인터넷은 고사하고 짧은 메일 하나도 주고 받을 수 없던 상황을 떠올리면 지금도 끔찍하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데이터 로밍이 시작되고 이미 하루치 요금이 지불된 상황이지만 상하이 어디를 가도 로밍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출장에서 돌아와 이통사에 이 문제에 대해 문의하니 현지망 사정이 좋지 않아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것은 이통사 고객 센터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일 것이다. 하지만  현지망의 문제로 돌리는 이유는 적어도 자기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물론 로밍 서비스를 하는 이통사가 책임을 지는 것은 이용자 입장에서 당연하더라도 물리적 한계로 인해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통사 입장에서는 억울할게다. 사실 고객 센터가 내놓은 말은 그 자체가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외국 데이터 로밍은 현지 가입자 여부를 먼저 파악한 뒤 다른 나라의 로밍 이용자로 판단되면 이를 국제교환망을 통해 가입자의 나라에 있는 이통 서비스와 직접 연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하면 로밍 환경의 모바일 인터넷은 느릴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물리적 제약은 국내에 있는 이통사가 손쓸 방도가 없다.

문제는 이렇게 느린 로밍 품질을 경험한 이후 일부에서 현지 국가의 이통망 품질이 좋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로밍 품질과 현지의 이통망 품질을 연계해 생각하는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편견을 가졌지만 지금은 아니다. 현지망을 직접 쓰면서 그것이 편견임을 확인해서다. 현지 심을 쓰더라도 모바일 인터넷 속도가 느리면 그것은 분명 망 품질의 문제로 보겠지만,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써본 결과 그런 일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이렇게 로밍과 현지망 품질을 보이는 나라가 적지 않다.  중국도 그랬고 대만도 그랬고 스페인도 그랬고 이스라엘도 그랬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오락가락하는 로밍 품질의 고민을 벗고 현지망을 선택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제한 있는 이상한 ‘무제한’

실제로 2년 전 대만에서 무제한 데이터 로밍이 무제한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공유한 적이 있다. 조금 무리하게 쓰긴 했어도 겨우 100MB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 종일 데이터를 차단 당하는 일을 겪은 이후에는 무제한 로밍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무제한이라면 말 그대로 제한이 없거나 그 제약 조건이 최소화해야 하는데 데이터가 차단 당하는, ‘제한있는 무제한’이라는 말이 얼마나 이상하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당시에 혹시나 싶어 이통사의 로밍 페이지를 뒤적였다. 아주 작은 글씨로 현지 이통사 사정에 따라 허용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써 있었으니 이를 확인 못한 내 불찰이다. 국가마다 다르지만 대략 하루 100MB 안팎이라고 하니 닷새면 500MB쯤 허용해준다는 것. 닷새동안 500MB를 쓰는 데 지불하는 비용만 4~5만 원 가까이 된다.

500MB도 적지 않은 양이지만, 출장 중에는 거의 유일한 인터넷 환경이기에 이것만으로 모자랄 때가 많다. 우리나라 안에서 유선이든 무선이든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외국에서 쓸 수 있는 인터넷 인프라는 그리 녹록치 않다. 때문에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태더링은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인데, 로밍 허용량은 그 대안으로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것도 로밍의 로망이 시들해진 이유 중 하나이고 대안을 찾게 만들기도 한 이유다.

그런데 이쯤 글을 쓴 뒤 항상 데이터 로밍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한 듯하다. 외국에서 국내처럼 전화를 걸고 받고 중국에서 차단된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를 막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인데 결코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장점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국내 전화를 위한 단말기와 함께 현지에서 쓸 단말기를 하나 더 챙겨가면 그만이고 국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VPN만 있으면 되니까. 알고보면 이상한 로밍에서 벗어날 방법은 점점 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외국 출장 때 들고나갈 듀얼심 스마트폰을 알아보고 있다.

원문 출처 : 블로그 chitsol.com

글/ techG 최필식 chitsol@techg.kr


Comments are closed.

포스트 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