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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팀링크, PC 앞에서 PC게임을 하기 싫은 게이머를 위한!

PC 게이머의 윈도에서 거의 공통적인 트레이 아이콘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윈도 기본 트레이 아이콘 아니냐고? 아니다. 바로 스팀 아이콘이다. 밸브 스팀(Steam)은 이용자가 PC 게임을 즐기는 복잡한 과정을 생략한 게임 서비스 플랫폼. 구매와 설치가 한방에 이뤄지고 한번 산 게임을 알아서 보관하는 덕분에 PC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의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물론 별명은 따로 있다. 오래된 게임이나 기간 한정 이벤트로 게임 할인을 자주 하다 보니 ‘연쇄 할인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시작되는 이때쯤이면 등장하는 별명이기도 하다.

어쨌든 PC 게이머의 필수품이 된 스팀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밸브는 다른 마음을 품어 왔다. PC 게임이 아닌 스팀 생태계를 주목한 것이다. 스팀 플랫폼의 PC 게임을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이 아니라 좀더 큰 화면이 있는 거실에서 즐길 수 있는 하드웨어로 눈을 돌렸다. 이를 위해 자체 운영체제인 스팀 OS와 스팀 머신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완벽한 호환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데다 비싼 스팀 전용 PC를 거실에 놓으려는 이용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스팀 머신에서 멈출 줄 알았던 밸브가 욕심을 더 냈다. 이번엔 스팀 머신과 비교도 안되는 훨씬 값싼 방법을 찾은 것이다. 스팀이 설치된 PC에서 실행하는 게임을 거실의 대형 TV에서 즐길 수 있도록 스트리밍 장치를 출시한 것. 그것이 ‘스팀 링크’(Steam Link)다. 게임 스트리밍은 단순히 보기만 해도 되는 영화 스트리밍과 달리 컨트롤러의 반응이 게임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이를 해결해야 하고 키보드와 마우스 중심의 PC 게임을 거실에서 즐길 수 있는 대체 컨트롤러 등 여러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밸브가 스팀 링크를 내놓은 것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담았다는 의미일 게다.

한국어 안내는 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 판매는 하지 않는 스팀 링크를 판매 당일 주문해 받았다. 커다란 포장에 비해 본체는 의외로 작다. 손바닥보다 좀더 작다. 스팀 로고를 새긴 본체는 그리 세련된 멋은 없는 단순한 상자 형태다. USB 단자 3개, HDMI 단자 1개, 유선 랜 단자 1개가 있는데, USB 단자는 대부분 게임 패드와 마우스, 키보드 등 외부 컨트롤러를 연결하는 용도로 쓰인다. 어댑터는 국내에서도 쓰는 데 전혀 문제 없는 전압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체형 돼지 코까지 넣어 준다. 본체보다 각종 연결 케이블과 어댑터가 더 많이 들어 있다.

거실 TV에 스팀 링크를 연결한 뒤 따로 구매한 스팀 컨트롤러를 연결하고 전원 버튼을 눌렀다. 참고로 스팀 링크는 꼭 스팀 컨트롤러를 쓸 필요는 없다. XBOX 원 게임 패드를 유선으로 연결하거나 리모트 수신기가 있는 윈도용 XBOX 360 무선 게임 패드를 써도 된다.

스팀 링크의 첫 설정은 복잡하지 않다. 무선 랜과 스팀 PC와 연동하는 몇 가지 설정만 하면 된다. 무엇보다 모든 첫 설정 옵션에서 한국어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설정의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적다. PC를 켜고 스팀 런처를 실행한 상태에서 스팀 링크 설정을 시작하면 저절로 스팀 런처가 있는 PC를 찾아 키 값을 표시한다. 이 값을 스팀 PC에 입력하면 스팀 링크를 통해 PC 화면이 그대로 TV에 표시된다. 참고로 스팀 링크와 연동한 PC의 제원은 4세대 코어 i5(하스웰)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GTX660, 16GB 램, 512GB SSD 등이다.

첫 설정을 끝냈을 때 스팀 런처의 큰 화면(Big Picture) 모드 대신 데스크톱 화면이 그대로 TV에 표시돼 조금 당황했다. 물론 스팀 컨트롤러의 트랙패드를 마우스처럼 쓸 수 있긴 했지만, 이대로 조작하는 것은 불편할 수밖에 없어서다. 다행히 스팀 컨트롤롤러의 가운데 홈 버튼을 누르니 그제서야 큰 화면 모드가 실행된다. 큰 화면을 닫고 언제든 데스크톱 화면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꼭 스팀 전용으로 쓸 필요는 없다.

일단 컨트롤러의 방향 버튼이나 트랙 패드 등으로 메뉴의 움직임부터 살펴봤는데, 반응 속도가 의외로 괜찮다. 아주 미세한 지연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 차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다. 스팀을 통해 PC에 설치한 <어새신 크리드 IV : 검은 깃발>, <배트맨 : 아캄 시티>,<DiRT3>,<Trine 2> 등을 실행하고 컨트롤러와 게임의 반응성을 두루 확인했는데, 실제 PC 앞에서 앉아서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DiRT 3> 같은 레이싱에서 아주 미세한 반응 지연이 느껴지긴 했는데, 게임을 하다보니 적응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무선 스트리밍에 최적화할 때 영상 해상도를 조금 낮출 법도 한데 생각보다 화질 손실은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PC에서 보는 풀HD 화질과 거의 차이 없이 즐길 수 있지만, 그래도 밸브가 안정성과 품질을 위해 무선보다 유선 네트워크로 연결을 권하는 것은 참고해야 한다.

스트리밍 품질은 크게 떠벌릴 만한 게 안된다. 사실 답답한 문제는 따로 있다. PC 게임들이 키보드와 마우스 위주의 컨트롤을 한다고 말한 것처럼 게임 패드 만으로 모두 다루는 것은 역시 무리다. 물론 스팀 컨트롤러로 어느 정도 해결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결국 키보드의 키에 대응하지 않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따로 버튼 설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컨트롤러 설정의 불편만 빼면 PC 게임을 거실에서 즐기는 맛이 쏠쏠하다. 마치 XBOX 원이나 플레이스테이션4 같은 콘솔 게임기를 아주 값싸게 들여 놓은 기분이랄까? 물론 콘솔 게이머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따로 게임기를 사지 않아도 큰 TV에서 화려한 PC 게임을 즐기기 위한 이 정도의 투자는 나쁘지 않은 듯하다. 얼마나 투자했냐고? 49.99달러. 원화로 5만 5천원쯤 들었을 뿐이다.

원문 | chitsol.com

글/ 테크G 최필식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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