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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 책을 읽었다

손에 넣을 수 없을 것 같은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 제품을 손에 넣은지도 2주 가까이 지났다. 애초 생각했던 고급형 제품이 대신 보급형 제품을 선택했던 불편한 마음에 애증의 눈으로 바라본 지도 벌써 2주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소리다. 하지만 지금은 애증의 감정은 남아 있지 않다.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6인치 디스플레이의 낯선 전자책 단말기는 생각보다 흥미로운 기기였다는 걸 고백하는 마당에 애증은 무슨…

↑ 생각보다 흥미로웠던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는 e-잉크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전자책 단말기에선 흔한 디스플레이로 종이와 흡사한 느낌을 가진 디스플레이다. 아이들이 장난감으로 쓰는 자석 칠판의 원리와 비슷한 e-잉크 방식은 한번 표시된 화면이 전력이 차단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때문에 일반 디스플레이보다 소모 전력이 적고, 디스플레이 밑에 인공 광원이 없어 한결 편하게 볼 수 있는 두 가지는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흑백 화면밖에 볼 수 없다. 부분적으로 색상을 표시하는 컬러 e-잉크 디스플레이가 나왔으나 모든 색상을 표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잔상이 남을 수 있어 화면을 전환하면 중간중간 화면 반전이 필요하다는 점도 단점이다.

↑ 화면에 잔상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화면 반전이 종종 일어난다. 빈도는 설정할 수 있다.

인공 광원이 없으니 어두운 곳에서는 어떻게 책을 읽느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에는 프론트라이트가 있어 화면 앞쪽에서 화면에 불을 비춰준다. 이른바 ‘간접조명’이다. 그냥 종이 책을 읽을 때 스탠드 조명을 따로 비치는 것과 똑같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간접조명을 넣어 일반 디스플레이보다 눈이 편안하지만 마찬가지로 오래 보면 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리디북스 페이퍼는 300ppi의 카르타 패널을,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는 212ppi의 패널을 넣었다. PPI(Pixel Per Inch)의 차이는 화면의 선명함을 가른다. 그러나 일반적인 글씨를 읽을 때 보급형인 212ppi라고 해서 눈이 불편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 자세히 보면 완벽하게 또렷하진 않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마냥 차이 없다는 말을 할 수는 없다. 글씨 하나하나의 선명도가 떨어지는 느낌은 든다. 특히 이런 현상은 PDF 문서나 그림이 들어간 페이지를 보면 두드러진다. 특히 PDF는 A4용지를 기준으로 작성된 문서가 많아 제대로 보기 위해선 페이지를 확대해야만 했다. 이때 e-잉크 디스플레이는 이미지의 확대나 화면을 스크롤할 때 어마어마한 잔상을 보여준다. 때문에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에서 PDF 문서 읽기는 포기했다.

↑ 화면을 확대하면 어지러운 잔상이 보인다.

↑ 만화책이나 PDF 문서는 일반 태블릿이 훨씬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

비슷한 이유로 만화책 콘텐츠를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에서 보는 것도 조금 불편하다. 만화책 화면을 보는 데는 무리는 없는 데, 글씨가 많은 만화책은 쉽게 보기 어렵다. 함께 쓰는 아이패드 미니2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 아마도 라이트 버전이 아니라면 많은 글자를 표시하는 데 무리는 없었을 수도 있다. 리디북스에서 만화책 콘텐츠를 많이 구매하지 않은 게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를 일이다.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는 컴퓨터와 연결해 내부에 있는 Documents 폴더에 PDF, ePub, TXT 파일을 넣어서 볼 수 있다. 이용자가 가진 콘텐츠를 읽을 수 있는 점은 유용하다 방법은 편하지 않다. 먼저 윈도우 PC에서 USB 케이블로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와 PC를 연결한다. 파일탐색기에서 미디어 기기로 설정된 리디북스 페이퍼에 들어가 Documents 폴더에 파일을 복사한다.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의 설정에서 내 파일 가져오기 메뉴를 이용해 파일을 선택해서 가져와야 한다. 무선 인터넷(Wi-Fi) 기능을 갖췄음에도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해서 이용하기 편리한 느낌은 아니다.

↑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의 터치 반응 속도는 매우 굼뜬 편이다.

여기에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의 느린 반응속도가 만나면 상황은 좀 더 심각해진다. 반응 속도가 느려 화면을 터치해도 제대로 터치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이용자는 제대로 화면을 터치했는지 알기가 어렵고 오작동할 때가 많았다. 물리 버튼을 통해 책장을 넘길 수 있다는 게 정말 편리하다는 것은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에서 화면 터치로 책장을 넘겨보면 알 수 있다. 웬만하면 화면을 터치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아직 아쉬운 UI도 눈에 보인다. 초창기엔 서점 기능도 지원하지 않았으나, 업데이트로 서점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점 기능이 효율적이진 않다. 이미지가 흐릿하게 표시되는 문제와 느린 반응속도로 책을 구매하기 어렵다. PC를 이용해 책을 구매하고 따로 내려받는 게 훨씬 쉽고 간편한 길이다. 리디북스 페이퍼에 맞춘 서점 UI가 필요한 부분이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 중 하나는 배터리 부분이다. 배터리가 얼마나 충전되어있는지 알기 어렵다. 단순히 그림으로만 표시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심하고 있다가 갑자기 배터리 부족 경고를 보고 당황한 적이 많았다. 부족한 UI는 리디북스에서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하겠다 밝힌 점은 그래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 언제 갑자기 배터리 경고가 뜰 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다른 전자책 단말기가 아닌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를 선택한 데에는 배터리의 영향도 컸다. 다른 전자책 단말기보다 더 많은 배터리를 넣고 있어서다. 하지만 배터리 용량에 비해 실제 쓸 수 있는 시간은 아쉽다. 하루에 1~2시간 정도 책을 읽는 생활 속에서 약 나흘 만에 충전하지 않으면 더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2,800mAh의 배터리를 넣었음에도 실제 쓰면서는 생각보다 빠르게 배터리가 닳는다. 더군다나 아직 UI 상으로 배터리가 정확히 얼마나 소모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어서 혼란은 심했다.

그러나 이렇게 아쉬운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를 쓰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독서 습관을 붙이기 좋다는 점이다. 한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는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는 조금 큰 재킷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이렇게 어디서든지 들 수 있는 휴대성은 어디에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준다. 자기 전에 두어 장, 일어나서 출근길의 혼잡한 전철에서도, 점심식사 후 가볍게 쉬는 시간, 퇴근 길, 집에 돌아와 의자에 앉아서… 언제 어디서든지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를 꺼내 전원 버튼만 눌러주면 곧바로 읽던 책을 이어서 읽을 수 있었다.

↑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는 뛰어난 휴대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책을 읽는 기능 외에 다른 기능을  뺀 것이 장점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책을 읽으면 더 자극적인 콘텐츠에 관심이 쏠려 동영상을 보거나 인터넷을 뒤적거리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를 쓰면 독서 외엔 딱히 다른 기능이 없으므로 책을 읽게 되었다. 리디북스 페이퍼를 의식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2주일 동안 장르소설을 포함해 20권 넘게 책을 읽었다는 건 무척 고무적인 일이었다. 리디북스를 더이상 책을 모으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읽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어서 좋았다.

물리 버튼을 이용한 책장 넘김은 확실하게 책장을 넘긴다는 느낌을 준다. 더불어 다른 기능과 다르게 책장을 넘길 때는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적어도 책을 읽는다는 경험 측면에서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는 완벽하게 제 역할을 수행했다. 따라서 한 손으로 들고 버튼을 딸각거리는 것만으로 책을 손쉽게 읽을 수 있다.(양쪽 물리 버튼을 모두 다음 장으로 넘어가게끔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무척 오랜만에 ‘책을 읽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는 건, 전적으로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 덕분이라 하겠다.

마음의 빚처럼 가방에 책을 한 권 넣어 다닐 때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전자책 단말기를 집어 넣고 밖으로 나선다. 틈틈이 남는 시간에 책을 읽다 보면 두꺼운 책도 며칠 만에 읽을 수 있다. 이렇게 한권씩 책을 읽어나가는 즐거움을 지난 2주일 동안 느꼈다는 점. 이게 기자가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를 쓰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런 경험을 채 10만원도 하지 않는 기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 만족스럽다.

↑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무척 매력적인 기기가 될 수 있다.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를 구매해 만족감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리디북스를 통해 꾸준히 책을 구매해왔거나 앞으로 구매 예정인 사람, 둘째, 오랜 시간 독서를 하는 사람, 셋째, 독서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리디북스 페이퍼 시리즈는 좋은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책 읽는 것 자체를 싫어하거나 책을 읽더라도 만화책을 주로 읽는 사람. 1주일 동안 책 읽는 시간이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사람에게 리디북스 페이퍼는 계륵이 되거나 쓸모없는 기기로 전락하기 쉽다.

원문 | Reinia.net

글/ 테크G 박병호 기자 bh@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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