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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2015]HTC 바이브, 가상 현실을 걸어다니다

예정에 없던 비행기표를 끊어야 했다. 엔비디아가 12일과 13일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에서 국내에서 처음 HTC의 VR 장치인 바이브(VIVE)를 시연한다는 소식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러 VR 장치를 다뤘지만, 아직 HTC 바이브는 모양새를 본적은 있지만 직접 다뤄본 경험이 없었다. 이번이 아니면 당분간 접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무조건 표를 끊었다.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는 옳았다.

이 결정이 옳았다고 말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HTC 바이브는 이전의 VR 다이브와 다른 유형이라는 것을 확인해서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하드웨어의 의미가 아니다. HTC 바이브의 VR은 앞서 나온 오큘러스 VR이나 기어 VR과 또 다른 차원의 VR을 이야기한다.

↑HTC와 밸브가 함께 만들고 있는 바이브

HTC 바이브를 체험하기 위해 준비된 공간에 후배 기자와 함께 들어가자 시연을 준비하던 이가 이런 저런 주의사항을 잔소리처럼 쏟아낸다. 무엇보다 이 공간은 센서가 있어 여러 사람이 있으면 안된단다. 시연 하는 사람 이외에는 모두 센서 범위 밖으로 나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센서가 고장날 수 있고 한다. 실제로 방안에 들어서니 천장 모서리에 달린 두 개의 센서가 눈에 띄었다. 서로 대각선으로 설치되어 있고 각각 90도의 범위 안에 있는 사람을 인지하도록 되어 있다. 왼쪽 아래 있는 센서는 ‘ㄴ’, 오른쪽 위에 있는 센서는 ‘ㄱ’과 같은 모양인데, 결과적으로 두 센서의 탐지 범위를 합치면 ‘ㅁ’ 형태의 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용자는 센서가 만든 보이지 않는 상자 안에 갇히는 셈이다.

사실 이러한 센서의 구성은 오래 전에 본 적 있다. 1994년 마이클더글라스, 데미 무어 주연의 <폭로>(disclosure)라는 영화 속 가상 현실 장치와 비슷하다. 영화속 장치도 이용자를 스캔한 뒤 VR 공간을 구축했다. HTC 바이브는 그 장치를 놀랍도록 닮았다. 물론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센서의 위치를 넓게 벌려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벽에 붙인 센서를 통해 움직임을 더 정확하게 알아챈다

HTC 바이브의 겉에는 수많은 센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러한 센서 때문인지 몰라도 앞쪽이 더 두툼한 인상이다. 안경과 함께 머리에 쓸 수 있지만 편한 구조는 아니다. 케이블도 많다. 보통 한 두개 정도의 케이블만 있는 반면 바이브는 좀더 많다. 이걸 쓰고 보니 함께 방에 들어간 기자가 뒤에서 보면 플러그 꽂은 에반게리온이 떠오른단다. 아무튼 결코 가볍다고 말할 수도 없고, 머리에 쓰는 것도 수월하진 않았다.

트랙패드가 있는 두 개의 컨트롤러 역시 센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센서들은 천장에 있는 센서를 인지하고 이용자의 위치나 컨트롤러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VR안에서 그려낸다. 트랙패드는 바이브의 데이터 케이블과 직접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 받는다. 컨트롤러 대신 손을 쓸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이 컨트롤러들은 훨씬 많은 다양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양손에 잡은 컨트롤러 중 하나가 가끔씩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 등 약간 말썽이었다.

↑HTC 바이브의 착용 모습. 케이블이 많다

10분 정도를 즐기는 데모 프로그램이 시작되니 화면 저 멀리에 시작 버튼이 있다. 제자리에서는 그 버튼을 누를 수 없다. 그 버튼 가까이 걸어가 컨트롤러로 화면 속 시작버튼을 눌러야 했다. 아직 바이브는 제대로 된 응용 프로그램이 별로 없는 듯했다. 난파되어 바다에 가라 앉은 해적선에서 큼지막한 고래가 지나가는 것을 보거나 활을 쏘는 간단한 미니 게임, 그림 그리기, 그리고 작은 방안을 움직이며 서랍을 열거나 문을 열면서 로봇을 분해하고 폐기하는 과정을 보는 정도에 그쳤다. 아직 소니 모피어스용 ‘섬머 레슨’ 같은 프로그램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거창한 구성에 비해 데모 프로그램은 조금 빈약하다.

모든 움직임은 센서의 범위 안에서만 유효하다. 센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화면에 녹색 그물이 나타난다. 센서가 그려 놓은 경계를 벗어나지 말라는 가벼운 경고다. 그 녹색 그물을 보는 순간 뭔가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는 자유로이 움직이고 훨씬 다채로운 것을 해볼 수 있을 듯했다. 단지 복잡한 선은 걸림돌이어서 360도를 돌았을 때 연결선이 몸에 꼬이는 것을 주의해야 했다.

↑터치 패드가 있는 바이브 컨트롤러. 앞쪽에도 센서가 여러개 있다

HTC 바이브가 오큘러스 VR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움직일 수 있는 범위의 차이다. 오큘러스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는 범위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움직이는 반면 HTC 바이브는 그런 범위에 상관 없이 좀더 넓은 공간을 움직일 수 있다. 물론 센서가 그려놓은 가상의 벽 안에서만 그렇게 움직일 수 있긴 해도 앞뒤와 양옆으로 몇 발짝이라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정확하게 위치를 잡는 것은 정말 놀랍다.

HTC 바이브를 체험하면서 가장 큰 문제를 직감한 것은 센서를 설치하는 복잡성과 사람이 움직이는 데 충분한 빈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이브를 이용하려면 앞서 설명한 센서를 천장에 달아야 하는데 일반인들이 쉽게 설치할 수 있을지 감이 안잡힌다. 더불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VR방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방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는 미국 환경에 맞춰서 내놓은 제품이라는 설명이 없다면 오해하기 쉽다. 우리나라에서 손쉽게 만들 수 없는 VR방이라면 아무래도 다른 업종 전환을 꿈꾸는 PC방 업주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글/ 테크G 최필식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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