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레노버 팹플러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레노버 팹플러스가 굴러들어왔다. 모토로라를 품은 레노버가 국내에 선보이는 첫 번째 스마트폰으로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한다. 웅장한 스케일에 가슴부터 쫄깃해진다. 한 편으로는 불편함을 강요하는 녀석의 당당함에 다소 당혹스럽기도 하다. 이 커다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자니 오 만가지 생각이 뒤엉킨다.

망설임없이 USIM을 옮기고 몇 일간 내 주머니 속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편리했고 또한 불편했다. 장단점이 너무 뚜렷해서 쓰는 이에 따라서 의견을 크게 달리할 제품이다. 어느 한쪽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 개의 테마에 각각 두 가지 생각을 담았다.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이 녀석을 어떻게 정의할지는 글을 읽는 여러분이 판단해야 할 것이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레노버 팹플러스, 시작한다.

용맹한 크기의 디스플레이의 고뇌

좋아. 좁쌀만한 화면으로 뭘 보겠다는 거야?
6.8인치. 5인치 수준의 디스플레이를 얹은 많은 제품에 견줘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은 오묘한 숫자지만, 실제 제품을 잡아보면 그 웅장함에 압도된다. 간단한 문서 작업은 물론, 게임, 영화, 내비게이션까지, 당신이 무엇에 이용하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좁쌀만한 화면에 침침한 눈을 비비던 일상이 주마등처럼 흘러갈지도 모르지.

4.7인치 스마트폰이 그리 좋다지만, 화면만 생각하면 도저히 돌아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가끔 책이라도 읽으며 허세를 부릴 때에도, 웹툰을 보며 국내 문화 콘텐츠 산업에 일조를 하는 순간에도 즐거움의 질이 달라진다. 해상도는 풀HD 수준으로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충분하다는 거, 스마트폰 제조사 빼고는 다 아는 사실이다. 태블릿을 따로 들고다닐 필요가 없으니 가방도 한결 가볍다. 팹플러스의 덩치는 축복이다.

VS

나빠. 뭐든 정도가 있는거지..
화면 크면 물론 좋지. 그래도 정도란 건 있지 않은가. 7인치에 육박하는 덩치는 도저히 가눌 방법이 없다. 레노버도 만들면서 걱정이 태산이었는지, 한 손으로 제어할 수 있는 독특한 기능을 오밀조밀 준비해놨지만, 에초에 한 손으로 쥐고 조작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손아귀에 껴놓고, 엄지손가락을 가눌 여유가 없다.

손이 큰 남자도 이리 버거운데, 우리 ‘하니’양은 이걸 어떻게 쓰는지 궁금할 정도다. 전화 통화 한 번 하려면 혹시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손아귀에 살벌한 힘이 들어간다. 부들거리며 10분만 통화를 해도 뻐근함이 엄습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하나로? 우리가 국밥을 좋아하는 이유는 맛있어서지, 국과 밥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은 아니다. 팹플러스의 크기는 난감한 단점이다.

잘빠진 디자인의 고뇌

좋아. 섹시한 메탈 유니바디의 매력
매끈한 메탈라인이 매력적이다. 아이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두께도 6.7mm수준이라 구태여 숫자를 논할 필요도 없다. 호리호리한 라인에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쭉쭉 뻗은 몸매에 무게도 220g으로 표준체중을 훨씬 밑도는 팔방미인이다. 쫄깃하게 느껴지는 뒷면의 감촉도 수준급. 현대적인 디자인이라 하겠다. 그래도 뭔가 혁신이 부족하다고? 꼭 애인 찾을 때는 장안에 소문난 미남미녀만 찾으면서 스마트폰에만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요구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네 애인은 정말 미래지향적인 외모의 소유자구나!”라는 말을 즐기는 이에게는 미안하지만, 팹플러스의 디자인은 충분히 뛰어나다.

VS

나빠. 꺼림직한 아름다움
아이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그럴 수밖에 없지않나?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다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지금 생각하는 그거 말이다. 물론 괜찮은 디자인이란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뭔가 걸린단 말이다. 자꾸 다른 제품이 오버랩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얇은 베젤처럼 보이지만 정작 화면을 켜보면 실제로 화면이 표시되지 않는 베젤이 두꺼운 편이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요즘 이런 눈속임 베젤을 지칭하는 용어가 있을텐데.. 분명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IBM 사업부도 모자라 모토로라까지 집어삼킨 레노버라면 그렇단 말이다. 이건 조금 섭섭하다. 팹플러스의 디자인은 아쉬운 구석이 너무 많다.

돌비가 꾸미는 사운드의 고뇌

좋아. 이 감동적인 소리를 들어보고 말하자고
레노버 팹플러스의 ‘돌비 ATMOS’는 정말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평가해선 안 되는 물건 중의 물건이다. 다른 스마트폰의 어줍잖은 음장효과와 비교하기 싫다.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이 시스템의 위력은 앱에서 제공하는 데모 사운드만 들어봐도 실감할 수 있다. 내 싸구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맞는지 어리둥절할 정도다. 이 기능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등 어떤 앱을 쓰던 적용된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내내 소리에 대해서 아쉬움을 고민할 시간이 없다. 본래 소리보다 훨씬 풍부하고 입체적인 음향을 들려준다. 한 번 써보면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팹플러스의 소리는 감동적이다.

VS

나빠. 이미 정제된 소리에 무슨 양념을 이리도 많이 치나?
당신의 싸구려 이어폰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음장효과가 좋을 수는 있지만, 역시 음악이란건 기본 그대로가 가장 좋은 법이다. 왜냐고? 소리 하나로 평생을 먹고사는 전문가가 심혈을 기울여 프로듀싱한 소리다. 거기에 개인의 취향을 더할 수 있지만, 과도한 음장은 결국 원래 소리를 망쳐놓기 일쑤다. 조금 더 쿵쾅거리고, 카랑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더라도 어딘가 뭉게진 듯한 불편함은 결코 피할 수 없는 등가교환의 법칙 같은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하이엔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쓰는 헤비유저의 귀에는 여지없이 거슬리는 소리를 남긴다. 이걸 장점이라고 해야할까? 팹플러스의 소리는 그저 재미있는 재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성능에 대한 고뇌

좋아. 이 정도면 쾌적해. 아주 충분해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팹플러스는 출고가 39만 9000원 수준의 중저가 스마트폰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615가 들어갔고, 메모리는 2GB 수준이다. 100만 원대 최신 제품에 견주자면 한 없이 작아지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쓰기 어려운 제품이라 치부하는 것은 정말 어리숙한 판단이다. 스마트폰으로 뭘 하려는지는 모르지만 웬만한 앱을 돌리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이런 깜찍한 가격에 불편한 없는 성능을 뿜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할 것이다. 게다가 마이크로 SD 카드를 이용해 용량도 원없이 확장할 수 있다. 성질만 급한 다혈질이 아니라면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팹플러스의 성능은 충분히 준수하다. 

VS

나빠. 다혈질이라 미안하다.
앱을 돌리는데 문제가 없는 것은 맞다. 간혹 보이는 버벅임이 견디기 힘들만큼 거슬릴 뿐이다. 뭔가 부드러움이 부족하다. 한 번씩 툭툭 끊기는 모습이 불만스럽다. 비슷한 가격대 제품 가운데 좋은 스펙을 지닌 것은 맞는데, 우리가 스마트폰을 쓰면서 꼭 다른 제품이랑 비교하며 정신승리로 만족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물론 어디서 파는 어떤 제품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은 피할 수 있지 모르겠지만, 가슴 한켠의 답답함은 숨길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성인군자가 아니라 그렇겠지만, 팹플러스의 성능은 다소 부족하다.

듀얼USIM의 고뇌

좋아. USIM 두 개, 편리함도 두 배!
레노버 팹플러스는 두 개의 USIM, 혹은 한 개의 USIM과 마이크로SD를 넣을 수 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이라면 이런 기능이 무척 반가울 것이다. 국내에서 이런 스마트폰을 본 적이 없어 더욱 신기하다. 국내에서 쓰더라도 불편한 투넘버 서비스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스마트폰 두 대를 함께 쓸 일도 없다. 아름다운 기능 아닌가? 팹플러스의 듀얼 USIM은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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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빠. 일반적으로는…
브라보! 멋진 기능이다. 근데 이걸 강점이라 내세워야 할까? 어디에 써야할지 감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해외 출장 많은 건 부럽다. 인정한다. 하지만 조금 더 일반적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고민하자. 이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을까? 게다가 마이크로SD를 넣으면 듀얼 USIM의 강점은 사라지고 많다. 드라마 10편, 영화 3편, 애니 20편은 넣고 다녀야하는데 마이크로 SD는 사실 필수 아닌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고? 좋다. 내 다음달 데이터 요금은 당신이 지불하라.

아직 남은 고뇌들..

나빠. 뭔가 부족한 스마트폰.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도 자랑만 하는 것 같으니, 이번엔 불만부터 말해보겠다. 개인적으로 손이 솥뚜껑만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인데, 6.8인치는 역시 전화기로 쓰기에 무리가 있다. 아무리 요즘 스마트폰의 전화 기능이 부가 기능 정도로 느껴진다지만, 그래도 전화기는 전화기 아닌가. 크기 덕에 전체적으로 그립감이 좋지 않아 쓰는 내낸 불안한 마음이 크다. 멋지다는 디자인을 망치지 않으려면 튼실한 케이스라도 씌워야 할텐데, 그럼 더 커질 거 아닌가. 작은 가방이라도 항상 휴대하는 여성이라면 휴대가 불편하진 않겠지만 손이 작아 쓰기 불편하고, 손이 큰 남자라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지만 휴대할 공간이 난감하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너무 거북하단 말이다. 

팹플러스는 전반적으로 잘 다듬은 스마트폰이다. 그러나 조금 과하거나 조금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벨런스 조절이 아쉬운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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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부족할 것 없는 스마트폰. 추천합니다.
언제부터 스마트폰이 촌스러운 전화기였나. 잘 다듬어진 디자인과 넉넉한 화면 사이즈, 혹시나 모를 불편함을 막아줄 다양한 한 손 모드, 튼실하게 버텨주는 배터리까지 즐거운 경험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시원한 화면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감상해보자. 깔끔한 화질과 귓가를 흐뭇하게 만드는 돌비 사운드까지, 지금까지 써왔던 어떤 제품과도 다를 것이다. 레노버에서 만든 스마트폰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부족한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넓은 스마트폰을 원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다양한 경험을 동시에 느끼고 싶은 유저라면 레노버의 팹플러스가 좋은 선택이다. 다른 어떤 제품에서도 느끼지 못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 여러분의 지갑 두께를 충실하게 방어해준다. 완벽한 스마트폰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가격대라면 다른 스마트폰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레노버 팹플러스는 저돌적인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훌륭한 작품이다.

글/ 테크G 김상오 shougo.kim@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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