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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갖춘 넥서스 5X… 그래도 허전했던 레퍼런스

넥서스 5X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어떠한 단어가 괜찮을까. 머릿속을 몇몇 단어가 스쳐가지만 끝내 남은 단어는 ‘애매함’이다. 넥서스 5X를 일주일을 넘게 쓰는 동안 쌓인 많은 생각을 정리하다 겨우 끄집어낸 단어가 애매함이라니… 만약 넥서스 5X만 나왔다면 아마도 잡생각 없이 이 제품만 보며 이야기를 했을 게다. 하지만 함께 선보인 넥서스 6P와 견줄 수밖에 없는 상황과 늘 부딪쳤다. 조금 주춤대는 모습을 보이거나 만듦새를 둘러본 다른 이들의 말 속에서 따뜻함을 느끼지 못할 때가 그랬다. 전작 넥서스5와 비슷한 모양새여서 시리즈의 연속성은 있으나 뚜렷한 변화를 가져왔다 말하기 어려운, 그래서 다른 것이 자꾸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마치 곁에 있는 연인 대신 마음에 둔 정인을 찾는 그런 심정이랄까. 

어쨌거나 넥서스 5X와 함께 지내기 시작한 첫 날 USB 케이블을 사는 것이 처음 한 일이었다. 케이스를 살 돈으로 USB A to C 케이블부터 사야만 했다. 넥서스 5X는 충전과 데이터 전송을 위해 USB C타입 단자를 넣었다. 스마트폰 최초 탑재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USB C타입은 낯선 규격이다. 다행히 LG전자는 USB C타입 충전기를 함께 제공했다. 문제는 전용 충전기에 끼우는 전용 케이블이 USB C to C 케이블이라는 점이다. 양쪽 모두 USB C타입. 넥서스 5X만 사면 PC와 넥서스 5X를 연결하기 어렵다. 그 흔한 젠더조차 없어서다. 때문에 따로 케이블을 사야 한다. 얼마나 인기가 좋은 지 구글 스토어에서 살 수 있는 공식 케이블은 출시 이후 품귀 현상까지 겪었다.

↑ 충전기까지 USB C타입을 선택해 일반 소비자가 쉽게 이용할 수 없게 했다.

USB C타입처럼 넥서스 5X에서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문인식이다. 안드로이드에서 처음으로 지문인식 기능을 넣었다. 지금까지 있던 수많은 지문인식 기능은 무엇이냐고? 제조사에서 개발해서 넣은 것이다. 안드로이드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지문인식 센서는 넥서스 5X와 넥서스 6P에 처음으로 들어갔다. 제품 뒷면에 있는 지문인식 센서는 손으로 들었을 때 검지 손가락이 닿기 좋은 위치에 있다. 센서의 크기를 키워 다른 스마트폰보다 빠르고 정확한 지문인식을 지원한다는 점이 넥서스 5X의 장점이다. 실제로 제품을 처음 활성화하면서 빠르게 지문을 저장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쥐고 검지 손가락을 지문인식 센서 위에 올리면 바로 잠금 화면이 해제되고 넥서스 5X를 쓸 수 있는 점은 장점이다.

손이 올바른 위치가 아닐 때도 지문인식률은 높은 편이지만, 애초에 스마트폰을 집어들면 거의 올바른 상태로 쥐기 때문에 위치에 따른 지문인식률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문인식 범위 자체가 조금 좁다는 느낌은 든다. 이 부분은 조금 더 키우는 게 좋겠다. 현재 지문인식 기능은 잠금해제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 결제를 할 때 인증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페이가 지원하면 지문인식 기능의 새로운 가치가 생기겠지만, 아직 안드로이드 페이가 정식으로 지원되는 날은 요원해 보인다.

↑ 넥서스5X의 지문인식센서는 검지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닿는 부분이다.

지문인식을 위해 손으로 가볍게 쥐면 촉감은 만족스럽다. 넥서스 5X는 요새 유행하는 메탈 유니 바디(Metal Uni-body)가 아닌 플라스틱 재질을 선택했다. 재질의 특성상 내구성에는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지만, 대신 무게는 136g 정도로 가볍다. 손으로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은 좋다.

↑ 가볍고 휴대성이 좋은 점은 장점이다.

그러나 가벼운 무게만큼이나 구성도 가벼운 점은 아쉽다. 스냅드래곤 808을 채택했고, 2GB 메모리를 넣었다. 저장 공간을 확장하기 어렵고, 일체형 배터리에 배터리 용량은 2,700mAh에 불과하다.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기 위해 고릴라 글래스3가 들어갔다. 제원표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아쉬움을 해소해주는 것은 역시 새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다. 최적화된 OS는 부족한 메모리와 CPU의 한계를 일부 덮어준다. 아쉬운 배터리도 베터리 세이버 기능의 추가와 선잠(Doze) 모드 기능으로 이용 시간을 최대 30% 이상 늘렸다.

↑ 배터리 관리와 메모리 관리등 여러 UI가 바뀌었다.

하지만 절대적인 성능 부족을 소프트웨어가 모두 가릴 순 없었다. 넥서스5X를 쓰는 일주일동안 배터리는 늘 걱정스러웠다. 하물며 다른 안드로이드 폰과 다르게 쉽게 충전할 수 있는 수단을 찾기조차 쉽지 않아 더 조심스러웠다. 기능 확인을 위해 이것저것 만져본 날에는 부리나케 귀가길을 서둘러야만 했다. 넥서스 5X와 넥서스 6P의 속도를 비교한 동영상을 굳이 보지 않아도 사진 처리나 특정 앱이나 기능을 실행할 때, 믿을 수 없는 버벅임을 경험해야만 했다.

사진처리는 이 버벅대는 몇 가지 이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문제였다. 저조도에서 셔터를 누르고 사진이 찍히기까지 시간도 꽤 오래 걸렸을 뿐더러, HDR+ 효과가 적용되기 위해선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센서가 커져서 사진의 품질은 뛰어나다고 하는데, 타사의 플래그십에 견주면 아쉬움이 밀려온다. 무엇보다 손떨림방지(OIS)가 빠진 게 카메라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손 떨림을 소프트웨어에서 처리하므로 사진 처리속도가 더뎌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진 결과물도 한두 단계 어둡게 촬영되는 경향이 있다. 살짝 보정해주면 훨씬 괜찮아지지만, 어쨌든 손이 한 번 더 간다는 건 이용자에게 귀찮은 일이다. 기본 카메라앱의 조금은 부족한 기능도 아쉽다.

↑ 많은 성능 향상이 있었던 넥서스5X의 카메라. 그래도 아쉬운 점이 보인다.

순정에 가까운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는 제조사에서 손 본 안드로이드만 쓰던 이용자에게 조금 귀찮고 불편한 운영체제다. 이 귀찮음을 기꺼이 인내하고 쓰기에 넥서스 5X는 부족함하다. 사실 이 이야기는 늘 레퍼런스에 따라다니는 단점이다. 오히려 이통사 앱이 없는 깔끔한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넥서스 5X은 그 장점을 그대로 살린 후속기인 것은 맞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50만원대라는 가격에 대한 강점도 있다. 단지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만으로 넘어서지 못하는 몇몇 문제들이 넥서스 5X를 애매하게 만드는 주된 이유였다. 분명 모든 것을 다 갖춘 넥서스 5X인데 이리 허전한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글/ 테크G 박병호 기자 bh@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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