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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심 자극하는 LG V10의 모험

이른 아침 TV를 틀자 날이 가물어 바닥이 쩍쩍 갈라진 지방 하천의 심각한 상황을 전하는 뉴스를 보고 밖을 나서서 그런지 오늘 아침 내린 비는 마냥 반갑기만 했다. 이른 아침부터 쏟아지는 폭우를 헤치고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한강 세빛섬. LG전자가 1일 공개하기로 했던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 ‘V10’을 공개하는 자리가 바로 이곳이었던 것이다.

사실 가뭄을 해갈시켜 주는 단비 같은 대책이 필요한 곳은 한두 곳이 아니지만, LG전자도 예외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 웨어러블의 어려운 시장 상황에 겹치며 LG의 위기를 논할 때마다 맨먼저 회초리를 맞고 있는 모바일 사업부(MC)가 서둘러 부진에서 탈출하기를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쩌면 누군가가 나서서 걱정해주고 있는 LG의 현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LG전자의 가뭄을 해갈할 비와 같은 대책에 대한 요구도 점점 강해지는 상황이었다.

↑LG의 또다른 프리미엄 제품군인 V10.

이런 때 LG전자가 꺼내 든 V10이란 카드는 그래서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G 시리즈와 G플렉스, G프로라는 G 계열 프리미엄 제품군이 있음에도 또다른 이름의 프리미엄 제품을 더하는 것이 얼핏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으니까. 그만큼 종전과 차별화를 했거나 다른 무언가를 지향한다는 이야기로 들리기도 하지만, 관리하기 힘든 제품군을 또 추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험처럼 보였다.

물론 LG전자는 G 시리즈와 V 시리즈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LG전자 김종훈 전무는 “G 시리즈는 자동차로 비유하면 세단이고, V시리즈는 역동적인 SUV다. G시리즈는 폭넓은 고객층을, V시리즈는 모험심을 가진 시티 어드벤처를 대상으로 삼는다”고 다른 제품군임을 강조한다.

↑V10은 전면 듀얼 카메라와 이형 디스플레이 등 낯선 요소가 많다

다른 말은 몰라도 ‘모험심’이라는 비유는 V10을 처음 봤을 때 적절한 단어다. V10을 선택할 때 어느 정도 모험심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본체 양옆만 메탈 재질의 테두리를 붙인 LG V10은 처음 눈으로만 봤을 때 쉽게 적응되진 않는다. 물론 이 메탈 테두리는 보기에 좋도록 넣었다기보다 기능성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손에 잡는 느낌을 더 좋게 하고 떨어뜨렸을 때 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때문에 V10을 선택하기로 했다면 반드시 눈으로만 감상하지 말고 손에 잡아보기를 권한다.

모양새만 모험심을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모양새를 한꺼풀 벗겨 보면 괴팍한 요소는 더 있다. 두 개의 전면 카메라를 채택한 것도, 큰 화면은 꺼져 있는 데 항상 켜져 있는 작은 화면이 있는 것도 그렇다. 둘다 종전에 볼 수 없는 기능을 위해서 넣은 것들이다. 두 개의 카메라는 80도와 120도의 두 가지 광각 모드를 선택할 수 있고, 항상 켜져 있는 작은 화면은 본체를 켜지 않고 음악이나 전화 걸기 같은 몇몇 기능을 다룰 수 있다.

↑V10의 동영상 편집기능은 다른 스마트폰보다 확실히 돋보인다

꼭 모험심을 자극하는 그런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흔들림이 적은 동영상 촬영, 여러 개의 빨리 감기와 천천히 감기 구간을 지정할 수 있는 편집 기능은 다른 스마트폰보다 기능 면에서 분명히 낫다. 하지만 동영상 촬영과 편집은 앞으로 나올 G 시리즈에도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너무 정직한 기능이라 V10의 모험을 이야기하는 데 알맞은 것은 아니다. 32비트 하이파이 DAC도 모험에서 빼놓을 수 없지만, 이 부분은 MP3 업샘플링이라는 의외의 재주를 가진 터라 모험의 이유에서 뺐다.

그런데 정직한 기능들을 빼고 나면 결국 LG V10의 이야기에서 남는 것은 모두 종전에 보지 못한 요소들 뿐이다. 양옆만 둘러 낯선 메탈 테두리와 두 개의 화각을 지닌 듀얼 카메라, 보조용으로 쓰는 이형 디스플레이처럼 모험을 걸어야만 하는 요소들이 V10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이런 모험 때문에 V10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저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LG V10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말만 할 수 있을 뿐이다.

↑LG전자 MC사업부 조준호 사장은 스마트폰 시장의 근본적인 접근법을 바꾸는 첫 제품이 V10이라고 소개했다

LG전자가 이 제품을 많이 팔려는 의도라면 지금보다 더 세련된 고성능 세단으로 내놓고 값을 낮추는 게 맞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제품은 어디까지나 독특한 관점을 지닌 모험심 강한 이용자를 적임자로 골랐다. 모험적 요소를 가득 담은 V10을 고르기만 해도 모험가가 될 수 있지만, 그만큼 용기도 필요하다. V10의 수요층을 좁힌 이유에 대해 LG전자 MC사업부 조준호 사장은 1일 V10 기자 간담회에서 “V10은 수익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상향평준화된 스마트폰 시장의 근본적인 접근법을 바꾸는 첫 제품”이라고 말하고, “LG전자의 제품에서 가치를 주어 LG의 팬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나쁘게 해석하면 LG전자의 수익을 떠나 모험을 건 제품이고, 좋게 해석하면 LG의 팬을 모을 수 있는 개성있는 제품을 내놓기 위해 출발 테이프를 끊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모험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LG는 용기를 냈지만, 이용자들도 용기를 낼지 아직 알 수 없다. V10을 시작으로 LG의 팬을 만들겠다는 LG의 모험, 그 모험에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용기를 내어 동참할지 섣불리 말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V10에 모험을 건 이용자들이 정말 LG의 팬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불확실성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을 보니 LG V10은 모든 것이 모험처럼 보인다.

글/ 테크G 최필식 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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