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2015 IAA, 못 다한 이야기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일정은 유난히 부산스러웠다. 빡빡한 스케줄 탓에 시차 적응에 실패한 이유도 있지만 워낙 볼거리가 많아 에디터를 바쁘게 만들었다. 사실 하루 만에 수많은 차를 보고나면 기억에 남는 차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마치 여러 향수를 시향하다가 어느 순간 코가 마비되는 꼴이다. 그렇게 프레스데이 첫 날은 정신이 없었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건 모터쇼 둘째 날이다. 기사를 내리 쓰고서야 비로소 눈이 떠지기 시작한 것. 주목받는 신차보다 매력적인 차들이 돋보였고, 다분히 우리 취향대로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 기사는 화보로 따지면 B. 기사에서 못 다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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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내려보면 S-클래스 카브리올레와 C-클래스 쿠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전시관 하나를 통틀어 쓴 규모는 메이저 브랜드의 허세이자 특권이었다. 그 중 압도적이었던 건 역시 메르세데스벤츠. 모터쇼에 임하는 벤츠의 애티튜드는 그야말로 여유와 자신감 그 자체다. 전시장은 스케일부터 압도적이다. 입구부터 길게 늘어진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옥상부터 지상까지 한 눈에 메르세데스벤츠의 모든 차종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벤츠 박물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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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부르는 데지뇨 시트. 기자들은 너도나도 앉아보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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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클래스 카브리올레 뒷좌석에 앉으면 딱 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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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S-클래스 카브리올레에 정신이 팔렸을 때, 에디터는 신형 A-클래스에게 눈길이 갔다. 이런 걸 주제 파악이라고 하겠다. 이제 막 페이스리프트를 마친 메르세데스벤츠의 막내 해치백이다. 국내에서는 인기가 별로였다. 삼각별과 작은 해치백은 동기화조차 안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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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A클래스는 매우 담백하다. 변화보다 업데이트를 선택했고, 그만큼 극적인 변화를 자제한 분위기다. 하지만 에디터가 A클래스 주변을 떠나지 못한 이유는 수동변속기 때문이다. A클래스와 수동변속기는 조합이 참 좋았다. 보수적이고 합리적이며, 엔트리 모델에 어울리는 완벽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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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역시 지지 않는다. BMW 그룹에 속한 미니와 롤스로이스를 갈무리해 전시장 하나를 꽉 채웠다. 멍하니 보고 있으면 BMW 전차종이 하늘을 날아 다닌다. 차종 불문, 사이즈 불문, 시대 불문하고 미니부터 i8까지 전시장을 가로지른다. 자꾸만 시선을 가로챈다. 1970년대를 주름잡았던 3시리즈가 유난스럽게 배기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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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플래그십 7시리즈는 기술 자랑에 여념이 없다. 특히 모션에 반응하는 볼륨 컨트롤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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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주머니에 넣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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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대놓고 섹시한 차에 집중했다. 바로 알파로메오 줄리아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고성능 버전쿼드리폴리오가 등장했다. 현장엔 구형 줄리아가 찬조출연으로 자리를 빛냈다. 줄리아는 고작 3.0리터 V6 터보 엔진으로, 경쟁차의 뉘르부르크링 기록을 씹어 먹었다. 콕핏은 매끈한 스티어링 휠, 그리고 수동 기어 레버가 오똑 서 있다. 기어는 짧고 절도있게 들어간다. 어서 타코미터를 깨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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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5:5 완벽한 무게 배분을 위한 엔진 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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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를 닮은 엔진 스타트 버튼. 몰래 눌러봤지만 역시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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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차끼리의 경쟁도 볼만했다. 미니는 거대한 클럽맨, 피아트는 페이스리프트를 마친 친퀘첸토, 스마트는 신형 포투로 맞불을 놓았다. 미니 클럽맨은 더 이상 귀엽지 않다. 양문형 냉장고처럼 열리는 클럽 도어가 여전히 신기할 뿐이다. 두 손에 짐을 들고 있어도 이젠 문제가 없다. 범퍼 아래로 발만 갖다 대면 툭 하고 열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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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친퀘첸토는 완벽한 패션카로 거듭났다. 동그란 데이라이트에 크롬을 덕지 덕지 붙이고, 테일램프는 LED로 수를 놓았다. 어느덧 패션카 자부심은 미니를 추월했다. 화사한 건 실내도 마찬가지. 베이지 색, 오렌지 색, 심지어는 하운즈투스 패턴까지 과감하게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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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포투는 내친김에 시승까지 했다. (스릴만점의 시승기는 ‘여기’에서 확인하시길) 매우 좁은 골목길을 연출해 정해진 코스를 빨리 달리는 미션이었는데, 비현실적인 회전 반경에 다시 한번 놀랐다. 비결은 RR 구조의 구동 방식이다. 전륜 바퀴는 오직 조향만 담당하기 때문에 비범한 각도로 꺾인다. 한편 인테리어는 무슨 장난감 수준. 이렇게 귀여운 타코미터는 베이비 레이서에서 떼어 왔을까?

뜨거운 취재 열기에 질렸기 때문일까? 못 다한 이야기를 하고보니, 인기도 없는 순 비주류 모델 뿐. 솔직히 에디터 취향대로 떠드는 이야기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아무튼 평생에 단 한번의 모터쇼를 참관한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스케일로 보나 정성으로 보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압도적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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