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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제3터미널, 그 매혹의 낯선 공간

‘일상성의 발명가’라 불리는 작가 알랭드 보통이 일주일간 영국 히드로공항에 상주하며 보고 느낀 것을 담은 세밀한 관찰기 <공항에서 일주일>을 읽다 보면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공항이라는 장소에 무심했고, 그저 스쳐 지나가기 급급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보안심사와 입국심사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가는 이들의 눈에는 미처 보이지 않겠지만, 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공항은 생각보다 꽤 많은 볼거리와 여운을 선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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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가까운 나라 일본의 수도인 도쿄를 여행할 때면 종종 나리타(成田) 공항을 선택한다. 합리적인 여행자들에게 도쿄까지 가장 빠른 항공편은 김포-하네다 노선이겠지만, 여행 자체가 목적이자 즐거움인 어떤 이들에게는 기꺼이 한두 시간 정도 돌아가는 수고스러움을 감내할 만큼 쏠쏠한 매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하네다공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항공티켓 요금 역시 중요한 선택이유다.

올해 4월 초 개관한 나리타공항 제3터미널은 이러한 나의 선택을 더욱 부추긴 주인공이다. 나리타공항은 이미 두 개의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공항 수요는 감당하기 벅찬 수준에 도달했고,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수도 공항의 위상에 맞는 변신이 시급했다. 몇 해전 과감한 리모델링을 거쳐 환골탈태한 하네다공항과 은근 비교되는 모양새도 꽤 신경이 쓰였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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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공항 제3터미널은 LCC항공사 전용 터미널로 편리함과 기능, 공항이 갖는 ‘설렘’이라는 감정을 모티브로 삼아 심플하고 이용하기 쉬우며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제 3터미널을 처음 접하며 드는 생각은 ‘공항같지 않다’라는 것이다.

‘공항같다’라는 수식어에 어떤 기대와 감정을 갖고 있을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흔히 접했던 여느 공항의 모양새와는 조금 다른 첫느낌이다. 천장 없이 환기 시설이나 내부 구조를 그대로 노출한 개방감 있는 구조는 홍대나 연남동에서 본 트렌디한 카페 내부와 닮았다. 안내표시도 바닥이나 들보를 활용해 간단한 아이콘 형식으로 구성한 덕에 더할 나위 없이 직관적이다.

원목 테이블과 의자, 편안한 느낌의 원색 소파가 자리잡은 터미널 내부는 ‘무인양품’의 자문위원이기도 한 프로덕트 디자이너 후카사 나오히토 씨가 감수한 것이란다. 역시 소란스럽지 않고 군더더기 없는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했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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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공항 제3터미널은 출국장과 입국장이 동일하다. 국내에선 낯설지만 유럽의 중·소규모 공항에서는 흔한 구조다. 덕분에 출국할 때와 입국할 때 동일한 곳에서 식사를 하고 쇼핑도 즐길 수 있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이나 서점, 일본 전국 공항에서 유일하게 입점했다는 가죽 액세서리 전문점인 ‘포터’ 매장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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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내 공항 최대 규모인 450석 규모의 푸드코트는 제3터미널의 최대 자랑거리다. 요즘 한국에서도 전국의 이름난 맛집이나 먹거리들을 한데 모아 식품관이나 푸드코트로 구성하는 게 유행인데, 3터미널에도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맛집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일본 전국 공항 가운데 처음 출점하는 ‘미야타케 사누키’ 우동집과 나가사키 짬뽕 체인점 ‘링거하트’를 비롯해 다코야키 가게와 입석 초밥집 등 7곳의 점포가 자리잡고 있다. ‘공항 밥은 비싸기만 하고 맛도 없어’라고 불평했던 여행객들이라면 고정관념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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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나리타공항 제3터미널의 가장 독특한 점은 육상 트랙을 연상시키는 터미널 내부 바닥이다. 공항 이용객의 예상 동선에 따라 입국과 출국 경로를 붉은색과 파란색 레인으로 구분했다. 초행자들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트렁크 이동시 충격을 흡수해주는 기능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디자인한 컨셉트라는 데 다소 파격적일 수 있지만 위트있는 선택을 지지해 준 공항관계자의 선견지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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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리타공항 제3터미널은 국내에서 ‘제주항공’ 만이 유일하게 취항한 상태다. 제주항공을 제외하면 제트스타 재팬, 바닐라에어, Spring japan(춘추항공 일본) 모두 일본 국적의 LCC항공사다. 그러니 제3터미널의 색다른 매력을 경험하고 싶은 국내 여행객들이라면 매일 2회 출발하는 도쿄 나리타행 제주항공편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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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제주항공(www.jejuair.net)에서 오는 9월 15일(화)까지 국제선 전노선을 최대 93%까지 할인 판매하는 ‘럭키세븐 캐치페어’라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인천-도쿄 나리타 노선의 경우 8만8000원(편도 기준)에 구입 가능하다. 특히 제주항공이 12월 11일 첫 취항하는 나고야 노선도 6만8000원에 판매 중이다. 탑승 기간이 2015년 12월부터 2016년 2월 29일까지라서 올해 진행하는 마지막 할인 기회인 만큼 놓치지 않기를.

 

글/ 트렁크로드 believer17 believer17@trunkroad.co.kr

트렁크로드

Trunkroad. 간선도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간선도로는 도로망의 기본이다. 중요한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듯 트렁크로드는 여행을 위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연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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