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석 구석의 이야기

폭풍마경3, 운명의 짝이 필요한 VR 다이브

 

↑폭풍마경3

지금은 그 열기가 가라 앉았지만 폭풍마경3를 발표했을 때 이용자들이 보인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랄 정도였다. 그럴싸하게 제대로 모양을 갖춘 스마트폰 VR 장치를 단돈 2만원-물론 이 가격에 사는 건 하늘의 별따기-도 받지 않고 팔겠다니 다른 VR 장치들의 앞날이 암울해 보였다. 무엇보다 25만 원에 판매하고 있는 기어 VR과 가격적인 비교에서 좋은 평가를 받던 터라 더더욱 이 제품이 돋보인 것이다.

실제 폭풍마경3의 만듦새는 제법이다. 상자에서 꺼내 둘러본 폭풍마경3의 견고한 만듦새는 가격을 감안할 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도 모자랄 정도다. 혹자는 글자만 가리면 기어VR과 똑같아 보일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래도 여러 스마트폰을 꽂을 수 있는 범용적인 거치대를 갖춘 데다 이용자의 눈에 맞춰 렌즈를 조절할 수 있는 등 많은 부분에 신경 썼다. 여기에 폭풍마경3를 머리에 쓴 채 한손으로 스마트폰을 열지 않고 조작할 수 있게 블루투스 컨트롤러도 곁들였다. 방향버튼과 OK, 돌아가기 정도로 간단한 구조여서 다루기는 편하다. 물론 모든 게임에서 쓸 수 없는 한계는 있지만, 종전 폭풍마경 시리즈에서 지적된 문제를 개선하려는 여러 노력을 엿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폭풍마경3의 모양새나 만듦새는 3만원 안팎의 다이브라 믿기지 않을 정도다.

폭풍마경3에서 흥미로운 것은 또 있다. 단순히 VR 다이브만 팔지 않고 폭풍마경3에서 즐길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이나 컨텐츠를 내려받고 실행하는 관리 도구도 배포 중이다. 물론 이 응용 프로그램은 설치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정상적인 스토어에서 내려받는 앱이 아니라 폭풍마경3 웹사이트에서 내려받아 보안 측면에서 불안하지만, 단순히 VR만 내놓은 다른 업체에 비하면 시도 자체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폭풍마경3를 쓰는 이용자 모드로 돌아갔을 때 좀더 냉정해져야 한다. 폭풍마경3가 무슨 잘못을 해도 가격으로 용서할 수는 있지만, 정말 VR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가에 대해선 한마디 하고 가는 편이 다음 제품을 위해서도 좋기 때문이다. 그만큼 숙제가 많다는 이야기다.

 

↑폭풍마경3의 메뉴. 기어 VR의 오큘러스 메뉴판과 구조가 똑같다. 하지만 공간감을 전혀 살리지 않았다.

물론 폭풍마경3가 다른 VR처럼 몰입감이 별로였거나 잘못된 공간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배율도 좋은 편인데, 뱅가드V처럼 기어VR과 카드보드 VR에서 모두 돌아가는 게임을 해보면 아주 큰 격차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모든 앱이 최고는 아니긴 해도 카드 보드 VR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앱들은 이 장치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단지 그 앱들을 모두 제대로 즐길 수 있냐면 그것이 아닌네다, 단말기 화면이 너무 크면 전체 화면을 한눈에 보기 힘들 뿐이다.

사실 카드보드 VR의 공통점이라면 수평을 보정하는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부분이다. 즉 이용자가 움직이지 않아도 화면이 옆으로 느리게 미끄러진다. 이는 센서에 문제 있는 스마트폰 탓에 생기는 문제지만, 이것이 스마트폰VR을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 중 하나다. 그 문제는 폭풍마경3에서도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다. 겉보기에 튼튼한 VR 장치라도 이것을 잡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폭풍마경3가 이것을 보완하는 비밀을 담았다면 정말 끝판왕이라 불렀을테다.

 

↑폭풍마경3의 블루투스 컨트롤러. 폭풍마경을 쓴 때 메뉴와 몇몇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폭풍마경3와 함께 공개한 전용 앱의 인터페이스도 아직은 미흡하다. 무엇보다 공간감을 느낄 수 없다. 정면에 메뉴 화면이 떠 있지만 고개를 돌리면 메뉴도 함께 따라움직인다. 그냥 메뉴만 3D로 띄운 것일 뿐 가상 현실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지 않는다. 더구나 폭풍마경3의 매니저 앱에서 앱을 다운로드하면 일반 앱 화면으로 전환되는 탓에 VR을 벗고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설치한 뒤 실행해야 한다. 아직은 일관된 이용 경험을 담지는 못했다.

그래도 스마트폰만 잘 만나면 폭풍마경3는 가격 이상의 능력을 보여준다. 넥서스6, 갤럭시S5, 넥서스5, 에이수스 젠폰2 등 여러 스마트폰을 꽂은 뒤 옆으로 흐르는 문제가 거의 없고 화질과 몰입감, 장시간 이용 경험에서 가장 높은 만족감을 준 것은 스마트폰은 갤럭시 노트5였다. 아직 갤럭시 노트5용 기어 VR은 나오지 않은 터라 그런지 몰라도 폭풍마경3는 당분간 대안으로 삼아도 괜찮게 여길 정도다. 하지만 나머지 스마트폰과 궁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폭풍마경3에 맞는 스마트폰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렵다. 운명적인 만남이 있기 전까지 평범한 VR 다이브일 뿐이다.

분명 폭풍마경3는 가성비 좋은 VR 다이브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컨트롤러를 만들고 앱을 넣은 이들의 시도만으로도 몇천원짜리 카드보다 이용 경험은 훨씬 낫다. 하지만 더 나은 VR을 위한 장치라고 말할 수 없고, 무엇보다 궁합 맞는 스마트폰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궁합 맞는 스마트폰을 찾지 못하면 애물단지, 찾기만 하면 숨은 매력이 튀어 나온다. 스마트폰을 잘 만나야 팔자 펴는 그 운명이 기구하다.

원문 | chitsol.com

글/ 테크G 최필식 chitsol@techg.kr


Comments are closed.

포스트 카테고리